Editor's Picks
무민과 스누피가 사는 방
모두가 이름을 들어봤다면 그 존재야말로 진정한 셀럽 아닐까요. 게다가 시간이 지나도 처음 모습 그대로라면? 무민과 스누피, 미피와 도라에몽은 뚜벅뚜벅 작업실을 걸어 나온 이후 지금까지 우리 곁에 살아 있답니다. 때로는 용기를 북돋는 모험담처럼, 때로는 마음을 움직이는 동화처럼 이야기를 펼쳐 보이죠. 네 가지 ‘셀럽 캐릭터’가 탄생한 방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다정한 우주가 열릴 거예요.
무민이 사는 따뜻한 골짜기
토베 얀손 1914~2001

❶ 룸 투어
총알과 포탄이 터지는 바깥 vs 상상의 동물이 사는 계곡.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실래요? 2차 대전 중 ‘토베 얀손’은 안식처를 꿈꾸며 평화로운 ‘무민’을 만듭니다. 그에게 전쟁은 목을 조이는 듯한 진짜 공포였어요. 동생이 핀란드와 소련이 벌인 ‘겨울 전쟁’에 참전해야만 했죠. 한 사진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늘에 있는 비행기가 죽음의 검은 십자가처럼 매일 머리 위에서 으르렁거린다’라는 문장도 발견됐을 정도예요. 문밖과 반대로 작가의 책상 위에선 평온하고 신비한 ‘무민 밸리’가 떠다녔어요.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며 모험을 떠났다가도 안전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죠. 어릴 적 실제 자기 가족을 모델로 평온한 유토피아를 창조했어요. 무민은 총성이 들리는 세상을 견딜 희망의 상징은 아니었을까요?
❷ 잇템: 무수한 책
토베는 우표 디자이너 어머니, 조각가 아버지와 책에 관해 나누는 토론이 일상이었어요. 작가가 되고도 그 영향은 이어졌죠. 깊은 밤, 이불 속에서 손전등을 쥐고 읽기도 한 책 덕후! ‘무민’ 시리즈에서도 등장인물의 독서 장면이 자주 나와요.
❸ 작품과 싱크로율: 50%
그거 아세요? 하얗고 토실토실한 ‘무민’은 하마가 아니라는 사실! 토베가 십 대 시절, 한밤중 냉장고를 열어 음식을 집어 먹던 모습을 본 삼촌이 한 말 “냉장고 안 트롤이 네 코를 물 거야”에 힌트가 있어요. 무민은 북유럽 민담 속 도깨비 트롤에서 시작된 캐릭터예요.
❹ 방에 관한 코멘트
“폭격이 두려웠고 우울감이 찾아왔다.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마다 캐릭터의 구체적인 형태가 생각났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온화한 나만의 세계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
찰스 M. 슐츠 1922~2000

❶ 룸 투어
폐쇄 공포증 때문에 눈이 와도 지붕에서 자는 개, 연날리기도 마음대로 안 되는 소년, 잘 날지 못하는 새. 찰스 슐츠의 작업실에선 빈틈 많은 존재가 주인공으로 탄생합니다. 자기 경험을 담아 이들의 성격을 설정했죠. ‘스누피’는 어릴 때 키웠던 개 ‘스파이크’와 제법 닮았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슐츠는 스파이크에 대해 ‘개집을 줬는데 절대 그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라고 회상하기도 했어요. 비중이 가장 큰 ‘찰리 브라운’ 역시 작가의 운이 없던 소년 시절이 언뜻 보여요. 그래서인지 <피너츠> 시리즈엔 작은 우울 사이사이에 큰 위트가 숨겨져 있습니다. 다른 존재를 수용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긍정이 포인트예요. 스스로를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고 묘사한 슐츠는 삶의 반을 캘리포니아 산타 로사 지역의 나무 집에서 살며 매일 일정한 시간 작업했어요. 기나긴 시리즈의 끝까지 직접 그렸는데요. 마지막 화, 개집 위에서 타자 치는 스누피를 빌려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죠. “사랑하는 친구들아. 50년 이상 찰리 브라운과 친구들을 그릴 수 있어 난 행복했어.”
❷ 잇템: 낙서장
가볍게 그리는 ‘낙서’가 작업의 원천이었어요. 아이디어 스케치는 물론 방대한 양의 독서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대사도 적어두었죠. 점심을 먹을 때조차 어떤 종이든 눈에 보이면 끄적이는 게 습관이었어요.
❸ 작품 싱크로율: 98%
모든 등장인물이 작가와 주변 사람을 닮았지만 옥에 티가 하나 있어요. 바로 ‘피너츠’! 그는 신문사에서 권한 제목 ‘피너츠’가 싫었대요.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말처럼 ‘별 볼 일 없다’를 의미하거든요. ‘정신적 흉터’가 있어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과 상충하는 이름이라서 끝내 불만족스러웠다고.
❹ 방에 관한 작가 코멘트
“행복은 자다가 깨 시계를 보고 아직 2시간이나 잠에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새벽반 토끼
딕 브루나 1927~2017

❶ 룸 투어
‘미피’의 밝고 과감한 단색과 딱 떨어지는 외곽선은 얼핏 픽토그램이 떠올라요. 무엇이든 매끄럽게 출력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존재가 아닐까 싶죠. 예상과 달리 아기 토끼는 아주 오래 전 붓끝에서 태어났어요. 워크 홀릭이었던 그래픽 디자이너 ‘딕 브루나’가 미피의 창작자. 그는 눈 크기와 입 위치에 미세한 변화를 주어 감정을 표현하고 얼굴도 책마다 조금씩 다르게 그렸어요. 오래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죠. 간결한 선처럼 브루나는 생활 습관도 단순하게 유지했어요. 주 6일 출근, 기상은 오전 5시 30분, 매일 자전거를 타고 네덜란드 남서쪽의 집 근처 위트레흐트 운하를 건너 작업실에 갔어요. 일하기 전 루틴도 항상 같아요.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읽은 뒤 어제의 결과물을 확인했죠. 그렇게 40년 동안 미피를 포함해 2천 개 이상의 책 표지를 제작했고, 1백 20권 이상 그림책을 엮었어요. 치마 입은 꼬마 토끼가 슈퍼스타가 된 순간에도 아침 풍경은 똑같았죠. 작가는 알고 있었을까요? 굿나잇 인사로 아들에게 들려주던 정원 속 토끼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9천만 부 이상 판매되며 세계 곳곳에서 독자를 만나게 될 줄 말이에요.
❷ 잇템: 시계
브루나는 손님이 작업실에 찾아와도 약속했던 시간에 얼른 떠나기 바랐어요. 퇴근할 때는 그날 쓴 화구를 일렬로 배열해 정리했고요. 철저히 계획을 세워 생활하던 고전 철학자 ‘칸트’와 주파수가 비슷하지 않을까요?
❸ 작품과 싱크로율: 81%
그림도 생활도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에 집중한 브루나. 이야기 속 용감한 미피도 정돈된 방과 비슷한 면이 있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집에 가도, 곰 친구 ‘보리스’와 언덕을 올라도 할 일이 있다면 끝까지 해내거든요. 효율을 생각하는 니인체(‘미피’의 네덜란드 원어)죠.
❹ 방에 관한 작가 코멘트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깨닫는 순간이 올 때까지 많은 것을 버렸지만.”
마감빵이 필요해
후지코 F. 후지오 1933~1996

❶ 룸 투어
시작은 작가의 방 바깥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였어요. 자기를 모델로 만든 인물 ‘노진구(노비타)’의 서랍에서 대단한 무언가 튀어나온다는 장면을 이을 소재가 필요했죠. 독자들은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한껏 기대 중이었어요. 일은 저질렀고 수습을 해야만 했어요. 창문 너머에서 고양이의 인기척이 아주 크게 들릴 만큼 신경은 곤두서 있었죠. 문득 딸이 가지고 놀던 ‘오뚝이’를 발견해요. 22세기에서 온 고양이 로봇 ‘도라에몽’이 시작된 순간이에요. 시험만 보면 빵점을 맞고 자신감이 없는 소년은 도라에몽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성장해요. 작중 ‘타임머신’부터 ‘암기빵’까지 도라에몽이 진구를 돕고자 꺼내는 무수한 비밀 도구의 원천은 후지코 F의 취향에서 왔어요. 화석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진짜 공룡 뼈를 수집할 정도니까요. 어시스턴트가 그린 익룡 삽화를 보고 팔 관절이 이상하다며 ‘덕후력’을 발휘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❷ 잇템: 베레모
‘후지코 F.’는 소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함께 ‘후지코 후지오’ 듀오로 활동하며 각각 ‘F’와 ‘A’라는 필명을 써요. 각자의 영역이 확립되며 1987년에 듀오 활동을 끝냈지만, 이후에도 자주 교류해요. 심지어 ‘A’는 지인에게서 받은 베레모를 ‘F’에게 더 잘 어울린다며 건넸죠. ‘F’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베레모는 그의 시그니처가 됐어요.
❸ 작품과 싱크로율: 90%
도라에몽이 미래로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구가 괴로워하다 혼자서도 잘 지내도록 마음을 준비하는 ‘안녕, 도라에몽’이 사실상 마지막 편이었는데요. 독자들의 엄청난 반발이 일어나 ‘돌아온 도라에몽’편으로 연재는 재개됩니다. 만화가 나온 지 30주년이던 1999년에 이미 1억부 이상 팔렸으니 그 전부터 인기가 어마어마했겠죠?
❹ 방에 관한 작가 코멘트
“조금 외로워져도 추억이 우리를 따뜻하게 해 줄 거야.”
<화가의 방> 룸 투어 하러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