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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품은 고분 옆 
춤추는 멜로디


지난 4월 개관한 경주의 ‘능뷰’ 오아르 미술관에는 지금, 수천 년 역사를 품은 땅 위에 시대를 초월한 멜로디가 흐르고 있습니다. 바로 ‘선(Line)’으로 소통을 은유해 온 작가 에가미 에츠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죠. 그녀는 2020·2021년 포브스가 뽑은 ‘세상을 바꾸는 30세 이하의 젊은 리더 30인’에 연속 선정될 만큼 세계가 주목하는 아티스트인데요. 키아프리즈로 서울이 들썩이던 지난주, 전시 종료를 앞둔 에가미 에츠를 직접 만났습니다. 경주 고분을 배경으로 작가는 어떤 리듬을 띄워냈을까요?



 

🔎인터뷰 미리 보기
▪️“경주의 첫인상은요” 
▪️“무지개 속 춤추는 여성들의 의미는⋯”
▪️“제게 음악과 페인팅은 일심동체예요” 
▪️“전 여성의 존재에 주목해요” 
▪️“한국에서 갤러리 외 공간에 전시할 수 있다면⋯”
▪️“협업해 보고 싶은 한국 브랜드는⋯”

 

에가미 에츠 © 오아르미술관


키아프리즈 기간 동안 한국에서 머무셨죠. 틈틈이 챙겨본 전시가 있었나요?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이불 작가의 개인전에 다녀왔어요. 예전에 도쿄 모리 미술관에서 작업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의 조형 언어와 퍼포먼스는 늘 강렬한 감동을 줘요. 같은 여성 작가로서 큰 영감을 받죠.

 

작가가 촬영한 오아르미술관 전경 @egamietsu_artstudio


경주의 오아르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지구의 울림>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어요. 고분을 품은 미술관으로 개관 당시부터 주목받았는데요. 경주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처음 경주에 도착했을 때, 해 질 무렵 마주한 고분은 그 자체로 거대한 인스톨레이션 같았어요. 존재감이 굉장했죠. 피라미드나 후지산을 바라볼 때와 비슷한 감각이랄까요. 그 땅이 지닌 역사와 문화의 무게가 전해지면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했어요.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제의, 불교적 요소, 전통 무용, 사찰의 불상 등을 리서치하며 받은 다양한 영감이 녹아 있어요. 
 

‘Opera1’  ⓒ b.frame


아직 완공되지 않은 미술관을 상상하며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렵진 않았나요? 

오히려 그 점이 흥미로웠어요. 수천 년 된 고분과 역사적 맥락이 있는 장소에 제가 해온 현대 미술이 놓인다는 사실이 마치 시대와 시간을 초월한 대화처럼 느껴졌거든요. 

 

‘Motion’  ⓒ b.frame


개관전의 주인공으로서 부담도 적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미술관의 ‘얼굴’이 되는 전시를 맡았으니까요. 준비에 약 2년 정도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주제도 변화를 겪었어요. 처음엔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에 두었지만, 점차 선과 리듬 자체가 지닌 역동성, 나아가 ‘거리(Distance)의 아름다움’으로 확장됐죠. 단순히 사람과 사람을 가깝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거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전시 대표작 ‘Dancers in the rainbow 1’  ⓒ b.frame


전시 대표작 ‘Dancers in the Rainbow’ 시리즈를 직접 소개해 주신다면요? 

무용 동작처럼 다이내믹하고 리드미컬한 화면을 만들고 싶었어요. 무지개 속에서 춤추는 여성들은 피부색이 특정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빛깔 속에서 각자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존재죠. 그 모습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상징해요.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전쟁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 어긋남 속에서 인간의 아름다움과 창조성이 드러난다고 믿어요. 마침, 곧 한국에서 APEC도 열리잖아요. 그 시점과 맞물려 국제성과 장소성, 다양성의 메시지가 제 작업 안에서 교차했다고 할 수 있어요. 

 

전시 대표작 ‘Dancers in the rainbow 2’  ⓒ b.frame


작업 과정에서 음악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요.

붓을 움직이면 머릿속에서 선율이 자연스럽게 흘러요. 좋은 멜로디가 들리면 좋은 그림이 완성되죠. 제게 음악과 회화는 일심동체, 한몸 같은 존재예요.

 

‘Singers in the rainbow’ ⓒ b.frame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업 방식이나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과거에는 정체성의 흔들림, 소통의 단절처럼 ‘불확실성’에 집중했어요.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 독일, 프랑스를 오가며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를 늘 묻곤 했으니까요. 지금은  ‘거리를 인정하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작품은 훨씬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띠어요. 오렌지와 핑크 같은 컬러에서 따뜻한 온도감이 느껴지죠. 이번 전시는 저 자신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경험이었어요. 

 

블랙핑크 로제에게서 영감받은 ‘Soulful Muse’ ⓒ b.frame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초상화 모델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또 앞으로 그려보고 싶은 인물도 있을까요?


제 작품의 컬렉터부터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까지 등장해요. 블랙핑크, BTS 등 K-POP 스타들의 얼굴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저는 ‘여성’이라는 존재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요. 사회적 제약 속에서 무대에 서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강인함과 빛이 있죠. 그 힘과 섬세함, 아름다움을 작품 속에 담고 싶어요. 

 

좌: ‘Imagine- John Lennon’
우: BTS RM에게서 영감받은 ‘Renaissance Man’ ⓒ b.frame


디올 뷰티, 이세이미야케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오셨는데, 한국 브랜드와 함께한다면 어디가 떠오르나요?  

제 초상화 속 인물들은 종종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해요. 안경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젠틀몬스터와 협업한다면 흥미로울 것 같아요. 또 제가 그리는 ‘선’이 생명선을 상징하기도 해서 자동차 브랜드와도 잘 어울릴 것 같고요.

 

@diorbeauty
2024년 <Miss Dior Exhibition: Stories of a Miss>에 참여한 에가미 에츠


갤러리 외에 한국에서 전시해 보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뮤지엄 산은 캔버스 작업에 머무르지 않고 조각 등 다양한 시도를 펼치기에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진 장소에서 제 작업 세계를 확장해 보고 싶어요. 리움미술관도 무척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곡선적인 구조가 마치 여성의 신체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고, 특히 계단 공간이 매력적이에요. 
 

상하이 하우아트뮤지엄 개인전 <Oriental Mystery>에서 전시한 조각 ‘Oriental Mystery-s-1’ ⓒ Tang Contemporary Art

 


곧 전시가 마무리돼요. 9월 21일(일)까지 오아르미술관을 찾을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팁이 있다면요?

거리감’을 즐겨보길 바라요.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미묘한 색의 디테일과 그라데이션을 발견할 수 있고, 멀리서 보면 선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다이내믹이 느껴질 거예요. 혼자 조용히 감상하며 자신과 대화해도 좋고, 친구와 함께 와서 서로 다른 감각을 나누는 것도 특별하죠. 마지막으로 옥상 테라스에는 꼭 올라보세요. 고분과 하늘이 함께 펼쳐지는데, 수천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거예요. 

 

@egamietsu_artstudio

<에가미 에츠: 지구의 울림>
🏛️ 오아르미술관 @oar_museum 
📍경북 경주시 금성로 260-6
🗓️ 2025. 4. 1~9. 21

 

에디터 최안나
Tag
에가미에츠
인터뷰
오아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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