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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s

아티스트들의 시시콜콜한 ‘썰’-EP 03

 

모든 작품 뒤엔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숨어 있기 마련이에요. 작가의 사연이 스르르 펼쳐지는 순간 작품은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보이죠. 딱딱한 미술 교양서적엔 없는 예술가들의 10가지 사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TIP 주말에 빈둥대면서 보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 / 이미지 출처: Christie’s


01

DAVID HOCKNEY

‘예술가의 초상’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작이자 한때 생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고가에 거래된 이력이 있는 회화예요. 그런데, 그림에 나오는 두 남자가 대체 누군지 궁금했던 적 없나요? 작가가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보통 수영하는 남자를 호크니로 보고 있습니다. 수면 아래를 내려다보는 이는 호크니의 동성 연인이었던 피터 슐레진저로 추정하죠. 그는 호크니와 사귀는 동안 기꺼이 모델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작품은 5년간의 관계가 끝난 이후 제작되었죠. 물 밖의 남자를 향해 헤엄치는 호크니. 무슨 생각을 하며 그는 붓을 휘둘렀을까요.
 

좌-이브 클랭, ‘La Chair(ANT 71)’ / 이미지 출처: MutualArt
우-카스퍼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 이미지 출처: Hambruger Kunsthalle


02

YVES KLEIN

‘클랭 블루’라는 색상이 있습니다. 누보 레알리슴의 선구자 이브 클랭이 항상 같은 밝기와 농도를 유지하도록 고안한 컬러죠. 대단한 점은 그가 프랑스 미술 재료 업체와 함께 화학 재료를 직접 배합해 가며 개발했다는 사실. 해방과 무한을 상징한다며 조각과 추상화에 이 색을 사용했고, ‘IKB(International Klein Blue)’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기도 했죠. 다만 그는 34세 나이에 요절했는데, 클랭 블루를 개발하며 해로운 화학 물질에 노출된 것이 원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영광을 가져다준 동시에 모든 걸 빼앗아 간 컬러인 셈이죠.

 

03

CASPAR DAVID FRIEDRICH

정상에 오른 남자가 산 아래를 굽어보는 모습. 어디서 많이 보셨다고요? 카스퍼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의 패러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였던 그의 작품은 사진이나 영화, 게임 등 현대 문화콘텐츠에서도 꾸준하게 응용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 그림, 흑역사가 있어요. 한때 나치와 엮였거든요. 화가 지망생이었던 히틀러는 이후로도 아트에 관심이 많았는데, 싫어하는 그림은 불순하다며 ‘퇴폐 미술’이라고 매도하고, 좋아하는 작품은 선전 도구로 활용했어요. 작가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히틀러는 산꼭대기에 선 남자를 보며 ‘유럽 정복’을 꿈꾸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좌-오귀스트 르누아르, ‘바느질하는 장 르누아르’ / 이미지 출처: Artvee
우-마리 로랑생, ‘마드모아젤 샤넬의 초상’ / 이미지 출처: Musée de l'Orangerie


04

PIERRE-AUGUSTE RENOIR

서양 미술사에 지분이 있다면 오귀스트 르누아르도 분명 한몫 챙기고 있을 거예요. 화려하면서도 행복이 뚝뚝 떨어지는 작품을 남기며 인상주의 미술사에 큰 공헌을 했죠. 르누아르의 위대한 유산은 그림 말고도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20세기 최고의 영화감독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장 르누아르’를 낳은 것이죠. 아버지 르누아르는 아들을 얼마나 아꼈는지 아기 때부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여럿 남겼습니다. 장 르누아르가 거장이 되는 과정은 보지 못했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림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듯해요.

 

05

MARIE LAURENCIN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엔 개를 안고 있는 여인의 그림이 있어요. 마리 로랑생의 작품인데, 그림 속 여자가 아주 유명한 사람입니다. 샤넬을 설립한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거든요. 1923년, 당시 화가이자 무대 미술가로 이름을 알리던 마리 로랑생에게 샤넬은 초상화를 의뢰해요. 하지만 완성본을 보고 우울해 보이는 표정을 문제 삼으며 고쳐 그려달라고 요구했죠. 그러나 작가는 ‘수정은 없다’라면서 단박에 거절합니다. 결국 샤넬은 그림을 인수하지 않았어요. 주인 잃은 그림은 작가 마리 로랑생이 평생 소장했습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 <호쿠사이 만화>의 삽화 / 이미지 출처: Ota memorial museum of art

 

06

KATSHSHIKA HOKUSAI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90세 가까이 장수하면서 무려 3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어요. 판화 ‘카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를 비롯해 인물화, 풍속화, 풍경화 등 별별 회화를 다 그렸죠. 심지어 현대적인 관점에서 ‘만화’라고 볼 수 있는 그림 역시 찾아볼 수 있어요. 1800년대 초반 펴낸 ‘호쿠사이 만화 北斎漫画’라는 소묘집에서 콧바람을 선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이목구비를 왜곡한 인간형 캐릭터를 그려두기도 했습니다.
 

좌-생 오를랑 / 이미지 출처: orlan.eu
우-파블로 피카소 / 이미지 출처: Museu Picasso

 

07

SAINT ORLAN

1990년, 행위 예술가 생 오를랑은 43살 되는 생일에 자신을 재료 삼아 퍼포먼스를 벌였어요. 명화 속 여자 혹은 여신을 따라 얼굴을 부위별로 나눠 성형수술을 했죠. 그녀의 안면은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이마,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턱 등으로 다시 디자인되었습니다. 심지어 수술 장면을 촬영해 방송으로 내보내기도 했고요. 오를랑은 이 또한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이라면서 프로젝트를 <테크노 보디>로 명명했습니다.

 

08

PABLO PICASSO

생전 촬영한 사진에서 파블로 피카소는 거의 어김없이 시계를 차고 있어요. 개수가 많진 않지만,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를 매우 좋아한 듯합니다. 시계 마니아들이 격렬한 토론 끝에 그가 소장했던 모델을 기어코 찾아냈거든요. 피카소의 콜렉션으로 확인된 3가지는 파텍필립과 예거 르쿨트르의 ‘트리플 데이트 문페이즈’ 그리고 롤렉스 ‘GMT 마스터’입니다. 
 

좌-김홍도, ‘씨름’ / 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우-장승업, ‘취태백도’ / 이미지 출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09

KIM HONG DO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세세하게 살피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오른발과 왼발 위치가 뒤바뀐 채 활을 쏘고 있는 남자나 악기를 엉뚱하게 잡고 연주하고 있는 악사가 보이죠. ‘씨름’에도 이런 장면이 나와요. 5시 방향에서 구경 중인 남자가 문제죠. 분명 오른팔로 땅을 짚고 있지만, 손가락은 왼손 모양이에요. 실수라는 의견이 있고, 일부러 ‘틀린 그림 찾기’를 넣어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불찰’이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걸 보면 고의적인 설정 같긴 해요. 물론 정답은 2백 년 전에 죽은 김홍도만 알고 있을 테지만요.


10

JANG SEUNG EOP

올해 초, 모스크바에서 뜬금없이 조선 말기 화가 장승업의 그림 2점이 전시됐어요.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라는 특별전이었어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고종은 장승업에게 새로운 황제로 즉위한 니콜라이 2세에게 보낼 그림 제작을 지시했어요. 당시 매우 중요한 외교 상대였던 러시아에 보낼 선물 목록에 장승업의 그림이 포함된 것이죠. 이후 동아시아에 대혼란기가 찾아오면서 기록이 증발했지만, 1백 년이 훌쩍 지나 4점으로 구성된 ‘고사인물도’가 크렘린 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되면서 잊힌 역사가 다시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에디터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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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우키요에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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