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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를 캡처하는 남자, 캐니언 캐스테이터

 

캐니언 캐스테이터 Canyon Castator의 그림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가 달라요. 알록달록한 색감에 이끌려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죠. 한바탕 벌어진 환각 파티에서 날아든 초청장 같은 그림이 눈앞에 놓여요. 괴상한 행동을 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광경은 혼란스러우면서도 당혹스럽습니다. 미국의 회화 작가 캐니언 캐스테이터가 보는 지금 이 세상입니다.


캐니언 캐스테이터는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예요. 뉴욕, 런던 미술계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핫한’ 작가죠. 그의 작품은 경쾌한 컬러로 채워져 있어요. 하지만 작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발랄한 색감과는 반대로 시니컬한 화법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

 

캐니언의 작품 속에는 다수의 인간(과 그 밖의 존재들)이 등장해요. 모두 맨정신이 아닙니다. 몽롱하게 눈이 풀려있거나, 흥분한 상태예요. 발가벗고 싸움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알 수 없는 가스와 액체를 토하는 인물도 간혹 있죠. 그들 사이엔 온라인 밈 캐릭터나 정치인도 뒤섞여있지만, 예외 없이 기괴한 행동을 하고 있어요. 그림은 환각의 한순간을 포착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대체 어떤 곳일까요?

 

Canyon Castator(USA, b.1989), “Shitheads On Parade”, 2016, Oil on canvas, 167.6x243.8cm l 66x96in, via www.postmastersart.com

 

캐니언 캐스테이터의 그림은 작품인 동시에 그가 본 현실의 재현이에요. 사회와 정치 현상은 물론이고, 편향적인 미디어, 양극단으로 갈라진 소비문화, 기후 위기 등의 문제를 캔버스 위에 표현해요. 민감한 주제라고 해도 과장과 캐릭터화, 풍자라는 ‘캐니언 필터’를 거친 덕분에 관객은 이를 우화로 받아들일 힘을 얻어요.

 

주제가 정치적이고 민감할수록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아요. 격식 있는 파티에서 껄끄러운 주제가 나오는 순간 분위기가 착 가라앉는 것처럼요. 캐니언 캐스테이터는 편치 않은 문제를 굳이 외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유머나 풍자, 만화적인 표현을 통해 말하죠. 혐오스럽고 병적인 주제를 ‘보통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하는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가 끌어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핏대 세우며 소리치기보단, 밈을 보고 ‘피식’ 하는 것처럼 가볍게 웃어넘기자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Canyon Castator(USA, b.1989), “Sculptor and Model”, 2016, Oil on canvas, 152.4x182.9cm l 60x72in, via www.postmasterart.com

 

캐니언은 표현 방식에서도 현실과 가상, 허풍과 진실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들어요. 먼저 아이패드로 밑그림을 그리죠. 스케치나 채색만큼 섬세히 고려하는 점은 인물의 배치예요. 수많은 인물과 캐릭터들이 아무렇게나, 무질서하게 얽히고설킨 게 아니에요. 등장하는 개체 하나하나가 작품의 작은 주제가 되기 때문에 퍼즐을 조립하듯 세심하게 자리를 지정합니다. 이를 캔버스에 인쇄하고, 그 위에 유화 작업을 해요. 디지털 디바이스와 실존하는 도구의 만남은 그의 작품에 담긴 ‘혼돈’과 어딘지 모르게 닮았습니다.

 

Canyon Castator(USA, b.1989), “Sunset”, 2020, Oil, uv cured ink, spray on canvas, @canyon_castator

 

작품을 완성해가는 방식이 아티스트마다 다른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저마다의 스타일은 어떤 과정을 거쳐 아티스트가 되었는지와도 관련이 있죠. 캐니언의 경우 10대와 20대 시절, 회화 작가로선 조금 특이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존 표현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길 위에서 배웠다고 해야 할까요. 부상을 당해 취미로 남겨두기 전까지, 그는 스케이트보드를 탔습니다. 보드 위에서 속도를 느끼며, 도시와 건축물의 짜임새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웠다고 해요. 그리고 스케이트보드 커뮤니티도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 ‘온갖 괴짜들이 뒤섞인 용광로’에서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Canyon Castator(USA, b.1989), “Tipping Point”, 2016, Oil on canvas, 172.7x243.8cm l 68x96in, via www.postmasterart.com

 

캐니언이 청소년 시기를 보낸 ‘볼더’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콜로라도 대학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인데, 그곳 학생들은 정말 끝내주게 잘 놀았다고 해요. 만약 미국 파티 어워즈가 있으면, 콜로라도 대학이 대상일 것이라고 작가가 말할 정도죠.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도덕규범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파티를 곁눈질하며 군중 심리를 배웠어요. 작품 속 혼란한 인간 군상의 모티브가 어디서 왔는지 알 듯도 싶죠. 캐니언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서야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가 스케이트보드 커뮤니티와 볼더에서 보고 겪은 것들은 캔버스에서 제자리를 찾아갔죠.

 

Canyon Castator(USA, b.1989), “Sunset”, 2020, Oil, uv cured ink, spray on canvas, @canyon_castator

 

Canyon Castator(USA, b.1989), “Karaoke Bar”, 2020, Oil, uv cured ink, spray on canvas, 203x152.5cm l 80x60in, via www.kostyal.com

 

그는 여전히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자유롭게 길을 누비듯, 대형 캔버스 위를 경쾌하게 가로질러요. 그림이 남기는 충돌과 갈등, 혼돈이라는 여진을 즐기면서 말이죠. 그러니 관객의 ‘찝찝한 감상’은 캐니언의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된 것일지도 몰라요. 사실 혼돈만큼 지금 이 세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캐니언의 작품이 우리 사회에 대한 은유가 아니라 거울에 가까운 이유입니다.

 

에디터 이재현

글 김은아(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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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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