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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s

그림에 숨은 속담 
100가지를 찾아라!

 

그림 한 점만 봐도 마치 한 권의 우화집을 읽는 듯하죠?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은 1559년에 그린 작품 ‘네덜란드 속담’에 1백 가지 이상의 교훈을 담았어요. 농민과 왕자, 어른과 아이, 기사와 주부, 심지어 악마와 죄수까지 거의 모든 계층을 묘사하고, 각기 다른 의미를 새겼죠.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거나 의미가 밝혀지지 않은 장면도 있는데요. 인간사는 반복의 연속이라고 했던가요? 5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푸시시 웃게 되는 풍자 가득한 장면 12가지를 골라 풀어냈어요.  
 


🔍 피터르 브뤼헐이 누구야?

Pieter Bruegel the Elder

왕, 귀족, 성직자만 그림의 주인공으로 삼았던 르네상스 시대. 일반 화가들과 달리 다양한 계층에 관심을 두고, 특히 평민의 소박한 삶을 자주 그렸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농민의 생활상을 포착하는 ‘풍속화’의 개척자! 농부로 변장해 마을 잔치에 숨어들어 사람들을 관찰하는가 하면,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들을 그림 중심에 내세웠어요.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탄압한 때엔 세태를 풍자하는 장면을 남길 만큼 거침없는 면모도 있었죠. 
 

 

 


 


❶ 암탉 뒤꽁무니를 만지다 

한 남자가 암탉의 배를 더듬고 있어요. 알을 낳기도 전에 알이 있는지 살필 만큼 아주 성격 급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한국 속담이 떠오르네요.

 


❷ 두 의자 사이에 떨어지다

등받이 없는 두 의자에 모두 앉으려다 잿더미 위에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두 선택지 중 무엇도 고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을 묘사해요. 영어에도 ‘between two stools’라는 비슷한 표현이 있어요. 

 


❸ 담벼락에 박치기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자. 무기를 들고 있으나 싸울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죠? 상의는 갑옷을 입었으나 하의는 허술하고, 신발도 한쪽만 신었어요. 부서지지 않는 벽에 머리를 박을 만큼 고집 센 사람이죠. 

 


❹ 두 빵 사이에 간신히 닿다 

긴 판자 위에 엎드린 자세로 양쪽 끝에 있는 빵에 손을 뻗고 있어요. 한 빵은 겨우 쥐었지만, 나머지 다른 빵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 정도의 가난을 상징해요. 

 


❺ 한번 쏟은 수프는 담을 수 없다

그야말로 엎지른 물! 쏟아진 걸 다시 주워 담아 마실 수도 없고요. 이미 벌어졌거나, 저질러 버린 일을 되돌리기 힘든 상황을 말하고 있어요. 

 


❻ 돼지에 장미 뿌리기 

돼지 주인이 색색의 화려한 꽃을 뿌리고 있어요. 과연 돼지는 관심이 있을까요? 글쎄요. 가치 없는 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묘사해요. 

 


❼ 세상에 대고 똥 누기 

광대가 카드놀이를 하며 지구본에 일을 보고 있어요. 온 세상을 업신여기며 만사를 경멸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지구본의 방향도 틀렸어요. 십자가가 위를 봐야 하거든요. 거꾸로 뒤집힌 지구본은 그 자체로 어지러운 세상! 

 


❽ 한 사람은 양털 깎고, 한 사람은 돼지털을 깎는다 

굳이 필요치 않은 돼지털을 자릅니다. 게다가 돼지를 붙잡은 사람은 양털 깎는 사람을 쳐다보고 있죠? 줏대 없이 남을 따라 하는 상황을 일컬어요. 실속 없이 쓸데없는 일을 많이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❾ 맨손으로 악마 묶기 

여성이 아무 무기 없이 악마를 옴짝달싹 못 하게 포박하고 있어요. 권력 또는 부정한 힘을 제압한다는 비유이거나, 굳센 고집은 어떤 어려움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예요. 당시 악마를 어떤 모습으로 상상했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네요!  

 


❿ 한 손에 불을, 다른 손엔 물을 들다 

‘한 입으로 두말한다’라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나요? 벌겋게 달궈진 불과 양동이 가득 담은 물을 갸우뚱한 표정으로 나르고 있죠. 모순적인 행위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태도를 말해요.

 



⓫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

<이솝 우화>에 실린 여우와 두루미의 이야기도 브뤼헐의 그림에 나와요. 일부러 불편한 식기에 음식을 담아 상대를 골탕 먹이려는 장면은 타인에게 했던 짓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요.

 


⓬ 악마에게 고백하다

푸른 지붕 아래 어두컴컴한 곳에 괴생명체가 앉아 있어요. 그 앞엔 무릎을 꿇은 사람이 있죠. 조용한 가운데 악마인 줄도 모르고 은밀하게 말을 건네고 있어요. 적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답니다.

 


 

피터르 브뤼헐, ‘네덜란드 속담’, 1559


지금과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구석이 많은 이 그림.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난 아닌 해학으로 해석한 점에서 브뤼헐의 세상사에 대한 호기심과 사람을 향한 관심도 살포시 묻어 나오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장면에 가장 눈길이 가나요? 

 

에디터 원윤지
Tag
피터르브뤼헐
속담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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