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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로 빚어낸 고향의 맛

 

스테파니 시 Stephanie H. Shih는 대만계 미국인 작가입니다. 이주민의 삶을 살며 그리운 고향의 맛을 도자기로 빚어내죠. 음식은 개인적인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음을, 음식의 진화는 필연이고, 어쩌면 유익한 것일 수 있음을 작품을 통해 보여줍니다.


 

음식만큼 보수적인 건 없다고들 하죠.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니까요. ‘내가 아는 맛’에 쉬이 곁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아는 맛은 나의 부모가 만들어준 음식으로부터, 국적 등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결정되는 경우가 많죠. 우리 집 냉장고나 팬트리를 차지하고 있는 식료품을 한 번 살펴보세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디서 왔는지, 생각보다 나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나요? 음식이나 음식 관련 문화가 매우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이면서도, 가장 흔하게 다뤄지는 이유일 겁니다.

 

미술계에서도 음식 묘사는 늘 존재했어요. 서양 미술은 이를 대중화했고요.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들은 이국적인 허브, 과일, 닭, 갑각류와 같은 음식과 음료가 있는 호화롭고 풍성한 정물화를 그렸습니다. 미국 팝 아트 운동을 이끈 앤디 워홀, 클래스 올덴버그, 웨인 티보와 같은 아티스트는 햄버거, 케이크, 소다, 커피처럼 친근한 음식을 다뤘죠.

 

 

 

지금 소개하는 대만계 미국인 도예가 스테파니 시는 (이하 ‘스테파니’) 세라믹 소재로 실사같은 식료품을 제작하는 작가예요. 아시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인기 식료품을 주로 만드는데요. 유리용 고광택 유약과 종이 라벨용 무광택 유약을 사용해 극적인 정교함과 사실감을 풍기는 게 특징이죠. 반짝이고, 입체적이며 매우 먹음직스러워요.

 

정교하게 빚어지고 칠해진 세라믹 식료품에는 미국 이민자의 삶이 덧씌워져 있습니다. 1986년생인 그녀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대만 이민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스스로를 미국인이라고 느끼지는 못했죠. 백인 주류의 미국 사회에서 자라며 동양인에 대한 편견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자신이 누구인지 되물어야 했고요. 소속감을 느낄 만한 물리적 고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먹어온 평범한 음식들과 식문화에서 찾았습니다.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며 나누던 이야기들, 친구들과 수다 떨며 먹었던 간식거리들과 주방의 풍경 같은 일상의 사소한 기억들이 인종이나 출신 국가보다 자신을 잘 드러내 준다고 느낀 거예요.

 

그녀의 세라믹 식료품 컬렉션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하고 전통적인 식료품이 그녀의 손을 거쳐 재탄생 됐죠. 짜파게티, 스리라차 소스, 하인즈 케첩 등 우리에게 친숙한 식료품 브랜드와 함께 만두, 고기, 생선으로 만든 요리까지, 기억 속의 음식을 꺼내 손으로 빚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내 작품은 공유된 향수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2021년 가을, LA의 스탠리 갤러리에서 선보인 전시 <New World Mall>에서는 보다 일상적인 음식에 주목했어요. 2,500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아시아계 미국인 요리의 뿌리가 되는 재료들을 선정했는데요. 스팸, 리비의 비엔나소시지 같은 서양 식료품들이 줄줄이 소환됐죠. 모두 식민지 문화와 전쟁의 결과로 동아시아 요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들입니다.

 

지난해 여름에 열린 <Open Sundays> 전시에서는 중국인과 유대인이 함께 모여 살며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 뉴욕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 지역의 식문화를 조명했어요. 스테파니는 비기독교 이민자 공동체인 그 둘의 ‘포개짐’을 포착했죠. 유대인도 즐길 수 있게 가공한 돼지고기 만두랄지, 두 문화권 모두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작품으로 등장시켰습니다.

 

 

이처럼 스테파니의 작품 세계는 그저 개인 차원에만 머물러 있지 않아요. 우리 삶 속에서 ‘음식’이란, 환경적인 요인이나 외부의 영향에 의해 얼마든지 변주되고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독려합니다. 반미(베트남식 바게트)는 프랑스 식민지주의의 산물이지만, 반미 샌드위치가 베트남 음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그녀는 음식의 진화는 피할 수 없으며, 어쩌면 유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릅니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는 연구가 있죠. 거꾸로 얘기하면 결국 ‘사회적 연결’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텐데요. 스테파니의 작품을 통해서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주민 문화를 읽을 수 있다는 유익함을 뛰어넘은, 정서적 유대감이 흐르고 있음을요.

 

에디터 최안나

사진 stephaniehshi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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