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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해, 내 ‘털 친구’야
마구 쓰다듬고 싶은 반려동물의 털은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을 낮출 만큼 강력하죠. 사람보다 높은 체온으로 추운 날엔 차가워진 손을, 외로운 날엔 마음을 데웁니다. 어쩌면 진정 인간을 보살피는 존재는 털북숭이들일지도 모르겠어요. 무한한 신뢰, 무조건적인 사랑, 원초적인 만족으로 느끼는 행복, 심플한 생활 방식은 아티스트의 불안과 걱정을 잠재우지 않았을까요? 아티스트의 둘도 없는 짝꿍을 소개합니다.
❶
살바도르 달리 X 바부
“이 동물은 살아있는 옵아트!”

고양이라 하기엔 좀 커다란 달리의 털 친구 바부. 실은 콜롬비안 오셀롯이란 고양잇과 맹수입니다. 전체적인 외양은 구름 표범이나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표범보단 작고 고양이보단 큰 별개의 종이죠. 야생동물이라 길들이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바부를 어디든 데리고 다녔어요. 아니 오히려 달리가 끌려다녔을지도요. 선물 받은 금 목줄을 하고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며 호텔 스위트룸에서 잠을 잤죠. 누릴 수 있는 호강은 모두 누리며 달리의 ‘찐한’ 애정을 받았습니다.
하루는 함께 맨해튼 식당에 갔는데 바부가 식탁에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식당 안 손님이 크게 놀라요. 고양이라 하기엔 너무 크고 낯설었던 거죠. 달리는 당황한 손님을 안심시키려고 그저 보통 고양이에 아트를 입힌 거라 둘러댑니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았던 달리에게 여러모로 잘 어울리는 단짝이었어요. 바부가 진정 그의 애정을 느꼈을지는 미지수지만요.
*옵아트: 원근법을 통한 착시나 색채의 장력을 통해 시각상 착각과 효과를 다루는 미술
❷
데이비드 호크니 X 스탠리와 부기
“그들은 나에게 있어 작은 사람들 같다. 주제는 강아지가 아니라 작은 생물들에 대한 나의 사랑이다.”

(아래 왼쪽부터) The David Hockney Foundation, Sotheby's
호크니 그림을 좋아한다면 분명 갈색 강아지 한 번쯤 본 적 있을 거예요. 우연히 마주친 동네 강아지인가 싶다가도 새삼 그가 얼마나 많은 갈색 친구를 그렸는지 떠올려보면, 단순히 이웃 정도의 관계는 아닌 것 같죠. 작가가 남긴 강아지 그림은 대부분 반려견 '스탠리'와 '부기'입니다. 긴 허리와 짜리몽땅 다리가 매력적이죠. 어린 시절 마음을 뺏겼던 이웃집 강아지를 떠올리며 같은 종을 입양했다고 해요. 그는 에이즈로 친한 친구 넷을 잃으며 큰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동시에 점점 악화하는 청력으로 홀로 보내는 시간을 자처했어요. 호크니를 다시 햇살 아래로 꺼내온 건 두 털 친구였죠. 사랑을 주고받는 행복을 잊지 않도록 말이에요. 작업실과 해변, 공원을 함께 산책하는 시간은 그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요.
발랄한 성격을 지닌 닥스훈트 콤비는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바쁩니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호크니는 집 곳곳에 작업 도구를 설치했어요. 덕분에 먹고 자고, 뒤엉키고 엎드리고, 앞발을 드는 두 형제의 모습을 슥삭 그릴 수 있었죠. 그림 그리는 동안 화가의 얼굴에 피었을 미소가 상상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회화와 드로잉은 <Dog Days>란 제목으로 성공적인 전시를 마치고 도록으로도 출판됩니다. 아, 스탠리와 부기에겐 딱 두 가지 관심사만 있대요. 첫 번째는 밥, 두 번째는 사랑.
❸
앤디 워홀 X 아치, 헤스터 그리고 25마리 샘
“지금까지 만난 동물 중 애정이 가지 않는 친구는 없었어요.”

말똥말똥한 강아지 눈망울을 닮은 앤디 워홀은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를 길렀어요. 러시안 블루 ‘헤스터’를 입양하며 집사 생활을 시작했죠. 푸르고 작은 녀석이 외로울까 곧 샴 고양이 ‘샘’도 입양합니다. 두 고양이는 워홀이 늦게까지 작업하면 근처에 머물렀고, 가발 서랍 속에서 잠을 잤어요. 한결같은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겠죠? 특히 샘은 다양한 연작 일러스트로 남아있는데요. 이유가 재밌습니다. 샘과 헤스터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무려 25마리, 그리고 모두 샘으로 불렸죠. 모든 고양이 이름이 샘인 이유에 대해 워홀은 "그래야 언제든 고양이들이 달려오지 않겠냐"라는 답을 남겼어요. 그래서 그 25마리를 모두 키웠냐고요? 뉴욕 아파트에선 아마 어려운 일이었을 거예요. 작가는 샘과 헤스터를 멋지게 그려 책을 내요. 출판과 동시에 뉴욕 전역에서 샘을 갖고 싶어 몰려들었다고 해요.
고양이만 사랑할 것 같던 그는 1973년 닥스훈트 아치를 만나며 강아지 매력에 푹 빠집니다. 당시 남자친구 제드 존슨의 제안이었어요. 고양이와는 색다른 애정 공세를 하는 아치는 곧 워홀의 하트 반쪽이 되죠. 스튜디오, 아트 오프닝과 같은 행사에 함께 참석하고 뉴욕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어요. 위생에 민감한 식당 손님의 눈을 피해 아치를 종종 테이블 아래에 숨기기도 했대요. 워홀의 인생 마지막을 함께 한 친구들도 고양이와 강아지였습니다. 골동품과 그림, 가득한 가발과 함께요.
❹
아이 웨이웨이 X 40마리 고양이
“난 동물로부터 많은 걸 배웠어요. 아무것도 몰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주거든요.”

끊이지 않는 논란을 일으키는 작업물로 현대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 아티스트죠. 마오쩌둥에 중지를 날리거나 오래되고 비싼 중국 도자기를 깨뜨리는 식으로요. 그리고 그는 무려 40마리가 넘는 고양이 집사인데요. 한때 가택 연금된 베이징 스튜디오를 수색하는데 어마어마한 수의 고양이에 사람들이 당황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집사 말로는 자기 집 서열 1위는 고양이, 이젠 집주인 자리까지 차지했다고 합니다. 가장 똘똘한 녀석은 작업실 문을 열고 닫을 줄도 알고요. 그는 뜰에서 나른하게 햇볕 쬐며 거드름 피우는 고양이를 보는 게 가장 즐겁대요.
과거 중국에선 고양이를 집에 두는 건 아주 낯선 일이었어요.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을 허용하지 않고 사회 청결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금지한 이유도 있고요. 웨이웨이가 스튜디오를 짓고 처음 원했던 일은 그곳에 생명체를 두는 것이었어요. 남부 지역에선 고양이를 먹기도 해서 사람들이 잡아다 팔기도 했다는데요. 두고 볼 수 없었던 작가는 구출 단체와 함께 4백 마리를 구조했고 그중 일부를 현재까지 보살피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에 둘러싸여 위로받아서인지 위험한 활동을 하고 정부에 쫓기면서도 얼굴엔 사랑받은 흔적이 가득하죠. 고양이와 뒹구는 천진난만함, 내 작업에 대한 믿음, 든든함으로 아이웨이는 털친구들과 묘하게 닮아가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