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알록과 달록의 시간
을지로라는 동네가 가진 매력 중 하나는 사람을 능동적으로 만드는 데 있는 것 같아요. 고샅고샅 진한 생활감을 풍기는 외관과 풍경들. 그 틈에 어우러진 요즘의 멋. 흔한 간판 없이도 구름처럼 사람이 모이는 이유겠죠. 드로잉 카페 ‘알록서울'도 꼭 그랬어요.

알록서울의 첫인상은 온화함 그 자체예요. 단어가 주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세월의 켜에 자연스레 녹아있죠. 정겹고 따스합니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식물이 자리해 초록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골목을 다니며 한껏 좁아진 시야가 여기서만큼은 활짝 트여요. 김옥엽 대표가 을지로에 터를 잡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예요.
“을지로는 ‘진짜 서울'이라는 감각을 전해주는 동네 같아요. 그 자연스러움이 좋아서 인테리어도 최대한 기존의 것을 보존했어요. 세월이 만들어 낸 얼룩이 곳곳에 남아 있죠.”
김 대표는 연극⋅영화를 전공했어요. 연극에는 무대미술이 필요하고, 영화는 1초에 24컷의 그림이 모여 만들어지잖아요. 두 장르 모두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미술 관련 자료를 참고하죠. 그렇게 늘 그림과 가까이 지내다 드로잉 카페의 주인으로 살아가게 된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자 그녀가 그림을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원래 생각한 이름은 ‘페인터스 Painters’였는데, 좀 더 밝은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페인터스의 ‘페인'이 ‘고통‘을 연상하게 하는 것 같아 맘에 걸렸거든요. 하하. ‘알록'은 ‘달록'과 만나야 완성되는 단어예요. 알록(ALLOC) 앞에 D를 붙이면 달록(DALLOC)이 되는 것에 착안해 ‘Find your D’라는 슬로건을 떠올렸죠. 나만의 D를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방문객들에 의해 완성되는 이름인 셈이에요.”


알록서울은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힐링 장소로 통해요. 인스타그램을 통하거나 이곳에서 테라피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이 지인에게 소개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손님이 찾는대요. 특이하게 도안을 크래프트지에 제공하는데요(캔버스 선택 가능). ‘완성'의 문턱에서 초조함을 느끼는 초심자에게 딱이에요. 채색이 덜 되어도 미완성 느낌이 덜하다는 특징이 있거든요.
과거 주인장도 그림 하나를 끝맺는 데 서툴렀다고 하면, 좀 위안이 되려나요? 그녀는 가끔 손님이 모두 나간 뒤, 남은 물감으로 붓질을 해요. 그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다정한 글과 함께 종종 남기곤 하는데, 여기서 확인해 볼 수 있어요. 보고 나면 망설임이 용기로 바뀔지도요.

‘도파민 디톡스 공간'. 알록서울 이용 후기 중 발견한 표현이에요. 디지털 디톡스, 화장품 디톡스 등 ‘OO 디톡스’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현대인의 몸과 마음에 독소의 지분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겠죠. 알록서울에서는 종이 위에 뭐든 다 쏟아붓고 갈 수 있어요. 얽힌 실타래 같은 생각이든, 풍선처럼 부푼 상상력이든지요.
“그리기가 일종의 ADHD 치료제라고 생각해요. 감정이 자주 휘몰아치고 잡념이 많은 편인 저조차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제가 산 타기를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해요. 힘겹게 산에 오르다 보면 숨이 가빠지면서 머릿속이 비워지거든요. 잡념이 싹 사라지죠.”

최근엔 외국인 손님의 의견을 반영해 영녕 永寧이라는 단청 작가님과 함께하는 한국화 클래스를 준비 중이에요. 앞으로도 이곳을 찾는 분들과 소통하며 알록하고 달록한 시간을 꾸려갈 예정입니다. 을지로에서 맛집 탐방 말고 다른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알록서울에서 나만의 D를 찾아보길 바라요! 예약 정보는 여기
ALLOC SEOUL
주소 서울 중구 창경궁로8길 11 4층 401호
인스타그램 @allocseoul
주인장 한마디 “‘저 진짜 할 수 있어요?’ 마땅히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공간인데, 겁을 내고 물어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엉성해도 되니 끝까지 과감하게 해보시라는 거예요. 일직선을 긋거나, 원 하나를 그려도 좋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