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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로 영혼을 살찌우기

 

⚡️5G 속도로 치닫는 일상. 너절해진 영혼을 달랠 이유를 세어 보자니 열 손가락이 모자란데⋯. 저만 그런가요? 혹 이심전심이라면, 지금 소개하는 곳으로 훌쩍 걸음해 보세요. 어릴 적, 그 누구의 방해도 지시도 없이 나만의 색으로 스케치북을 채우던 그때의 부푼 마음만 가지고요. 목적지는 무인 화실이자 전시 공간인 시간과 정신의 방 DADA입니다.


 


호젓한 분위기가 감도는 자양동 대로변의 어느 오래된 빌딩 앞. 간판 찾기에 실패해도 괜찮아요. 1층 유리문에 붙은 전시 포스터를 발견했다면 제대로 찾아온 게 맞거든요. 건물 4층 복도 끝 403호가 DADA의 공간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란히 선 나무 이젤이 가장 먼저 반겨요. 양쪽 벽면엔 전시 중인 그림이 걸려있고, 집중하기 좋은 편안한 음악이 흐르죠. 캔버스와 먹지, 물감, 앞치마, 붓 등 그리기 도구도 완비입니다. 한편에 마련된 도안을 취향껏 고르고 나면, 그리기에 집중하는 오롯한 시간이 펼쳐져요. 

 

어쩌다 DADA

 

“계획해서는 이 일을 벌일 수 없었을 거예요. 저절로 하게 됐다고 밖엔 표현할 수 없어요.”  

 

무인 카페, 무인 편의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이지만, 무인 화실은 조금 생소한 듯도 하죠. 아트 애호가이자, 직장인이자, 미술 작가이기도 한 재이 대표는 덤덤히 말해요. 이 공간을 꾸린 건 ‘저절로 일어난 일’이라고요. 인생을 바꾸는 건 머리가 아니라 몸이라고 했던가요. 8년간의 빡빡한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홀연히 떠난 여행이 계기가 됐습니다. 

 

“퇴사 후 이직하면서 올해 6월, 뉴욕으로 무작정 떠났어요. 이 여행이 참 특이했어요. 누군가의 삶을 체험하는 여행이 됐달까? 한국에서 알고 지낸 타투이스트 도이 님이 제 일정을 듣곤 뉴욕에서 활동하는 데이비드 창이라는 캘리그라퍼를 소개해 줬어요. 수업을 듣다가 살아온 이야기도 접하고, 그가 활동하는 아티스트 커뮤니티까지 동행하게 됐죠. 모임 장소가 뉴욕 한복판에 있는 워터폴 멘션 & 갤러리였어요. 관장님이 한국인인데, 한국 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판매를 지원해요. 원래 부동산 업계에 몸담고 있다가 한국 아티스트를 서포트해 주는 곳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닫고 직접 나서게 된 거래요. 그분의 사연을 듣고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이라고 느끼고 돌아왔죠. 그런데 귀국 후 뭔가에 홀린 듯 부동산을 찾아갔어요. 화실을 할 건데 자리가 있느냐고. 정신 차려 보니 덜컥 계약했더라고요. 하하.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DADA의 주인장이 됐어요.”
 


사무실로 쓰이던 낡은 공간은 손수 미장재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춰 나갔어요. ‘어떻게 했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고 회상할 정도로 한 달 반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해요.   

 

시간과 정신의 방, 사유와 표현의 방 

 

“지금이 아웃풋만 있고 인풋은 없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허무한 마음, 공허한 시간을 나만의 색으로 채워갔으면 해요.”

 

전시 감상, 작품 구매, 클래스 참여, 드로잉, 드립 커피를 내리며 느긋하게 쉬어 가기. DADA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토록 다양해요. 운영 시간은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올빼미형과 아침형 인간 모두를 위한 배려죠.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은 필수예요. 1시간 단위로 예약이 가능하고, 토요일에는 주인장이 머물며 클래스 메이트 역할을 합니다. 아직 작품 판매 성과가 크다거나 방문자 수가 폭발적인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리기'를 통해 내면을 표현하고, 작은 성취감을 맛보면 좋겠다는 대표의 바람은 사람들 마음에 천천히 가닿고 있어요.   

 

“처음 문 연 지 일주일쯤 됐을까? 어떤 손님이 4시간을 예약한 거예요. 깜짝 놀라 어떻게 알고 오셨냐니까 개인 화실을 찾던 중에 마침 여길 발견했대요. 100호짜리 캔버스를 들고 오셨죠.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아주머니는 ‘뉴스에서 할머니 작가를 봤는데, 너무 멋있더라. 나도 한번 그려보고 싶다’며 해바라기 도안을 들고 찾아오셨어요. 음식 장사 하느라 얼마나 하루하루가 바빴겠어요. 웅크리고 있던 작은 꿈을 처음 꺼내 보이려는 그 의지가 참 감동이었어요.” 

DADA 이용 방법 보기


DADA의 전시 크루 모집은 손품 발품을 팔며 이뤄져요. 참고할 만한 공간을 대표가 직접 경험하러 다니기도 하고, 아티스트 커뮤니티에서 만난 작가와 대화도 주고받으면서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액자 하나 걸기까지 숱한 장벽에 부딪혀야만 하는 사정을 속속 알게 되니 책임감을 느껴요. 작품 판매에 도움이 될 만한 운영 방법을 계속 모색 중이에요.”
 


오픈한 지 3개월 남짓. 아직까진 이곳에서의 여정이 즐겁다는 주인장입니다. 화실 운영부터 전시 기획, 작가 관리까지, 만만치 않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지만 DADA는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가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어요. 이곳에 오가고 머무는 작가, 손님들과 함께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지금이 아웃풋은 있는데 인풋은 없는 시대라고 생각하거든요. 텅 빈 껍데기인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죠. 이곳에서 허무한 마음, 공허한 시간을 나만의 색으로 채우며 즐겁게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그릴 그림을 상상하면서요.”

 

 

키워드로 만나는 DADA by 주인장
 

시간과 정신의 방 만화 <드래곤볼>에도 비슷한 방이 등장해요. 안과 밖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수련의 방인데, 밖에서의 하루가 안에선 1년이에요. DADA에서의 시간도 천천히 흘러가길 바랍니다. 외부와는 단절된 채, 좋아하는 색깔에 대해 알아보고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다다이즘 전통을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을 지향하는 다다이즘은 DADA가 모토로 삼은 미술 사조예요. 이곳에서 새로운 예술이 시작되길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트라스탄 차라 “새로운 예술가는 항의한다”. 시인이자 철학자인 트리스탄 차라가 1918년에 발표한 ‘다다 선언 1918’의 첫 문장인데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글로든 그림으로든 사람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맘속에 품은 반항심, 분노 등 여러 감정을 표현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DADA에서 붓을 잡고 마음껏 표현해 보길 바라요. 


 

시간과 정신의 방 DADA 

주소 서울 광진구 자양로 242 403호
인스타그램  @dada_artroom
진행 중인 전시  <아이덴티티> 전 (10월 22일까지)
오픈 예정 클래스  캘리그라피 클래스 (10월 25일~26일)

에디터 최안나
Tag
시간과정신의방
화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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