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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 탐구생활
무언가에 푹 빠져 몰두하는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주변 소음은 서서히 멀어지고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는 듯한 모습이죠. 가장 무방비한 자세로 자기 존재도 잊어버린 시간. 아티스트 ‘알베르 키위(@albert_kiwi)’는 다양한 상황에서 ‘몰입 중인 인물의 옆모습’을 묘사해요. 오일 파스텔을 쌓아 올리며 그가 공유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지난 1월, ‘인생 이미지’를 묻는 기사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해요. ‘라디오헤드’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꼽았는데, 지금도 같은 마음인가요?

그럼요. ‘알베르 키위’라는 페르소나를 구축할 때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애니메이션 속 인물은 어수선한 주변 상황에서 밝은 등에 올라가 소외와 공허를 느껴요. 옆을 보는 장면이 어떤 정서를 건드리죠.

작가님 작품에도 ‘옆모습’이 자주 보여요.
두 가지 모티프를 결합해 만든 캐릭터예요. 아주 처음엔 제 모습을 떠올리다가 시작했죠. 생각에 잠기면 상대의 말을 잘 못 들을 때가 있거든요. 가족이 “내 얘기 듣고 있어?”라며 확인하는 질문도 종종 하니까요(웃음). 여기에 작업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며 이목구비도 규율처럼 기호화해 봤어요.
일종의 시그니처네요! ‘옆얼굴’에 사람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믿던 이집트 벽화가 떠올랐어요. 보는 사람을 관찰자로 만드는 구도이기도 하고. 괜히 힐끔거리게 돼요.
맞아요. ‘옆모습’은 ‘몰입’이라는 키워드와도 연결돼요. 깊이 파고들 때는 주변 상황이나 시공간이 느껴지지 않잖아요. 일상 속 멍한 기분부터 음악가, 스포츠 선수처럼 열중하는 모습을 그려 왔어요. 영원히 계속될 듯한 분위기도 보여줄 수 있는 형태 같거든요.

왜 하필 ‘몰입’이에요?
결핍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나에 몰두한 기억이 많이 없거든요. 학생 때도 ‘진짜 보여주겠어!’라며 굳게 결심하지만 가만히 있지 못했어요. 미술도 그랬어요. 집안도 어려운데 지원해 달라고 말하기가 덜컥 겁이 났던 거죠. 그러다가 운 좋게 유명 만화가 선생님을 만났어요. 데생, 연출, 스토리텔링 등 지도를 받았죠.
실제로 ‘대한민국 창작 만화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셨는데 돌고 돌아 다시 이젤 앞에 왔어요. 마침내 결핍이 해소됐는지 궁금해요.
많이요. ‘몰입’을 표현하며 저도 몰입하기 때문이에요.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한 단계 올라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집중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충만한 그 상태를 공유하고 싶어서 미술을 활용한 집중력 프로그램도 궁리해 보고 있어요. 하나의 오일 파스텔로 넓은 곳을 채우는 거죠.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되겠어요. 참여하고 싶은데요? 재료와도 연결되는 점이 재밌네요. ‘오일 파스텔’은 큰 붓보다 한 번에 칠할 수 있는 면적이 좁잖아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한 재료 같은데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운동성 자체도 의미가 있어요. 필감에는 그리는 동안의 시간도 반영되죠. 실제로 보존, 마감 차원에서 물감을 사용해 보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어떤 예술'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일 파스텔’은 다른 재료에 비해 저렴해서 모든 사람이 그림을 시작하기에 좋은 재료죠.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재료의 접근성, 두 온도가 엇비슷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려요.
그렇죠. 결국 어떤 재료를 쓰든 하려는 이야기를 어떻게 잘 풀어갈지, 관객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지의 문제니까요. 오일 파스텔로 큰 성과를 남긴 작가가 없다면 제가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선례가 있다면 가능성 있을지도요! 긍정적인 생각으로 계속해 봅니다.

(우) 2023년 공개한 작품 ‘트럼펫 연주자’
요즘에는 작업물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이지만, 한국 사회에 여전히 이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은 정규 미술 교육 과정과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고요. 혹시 ‘배타적’이라고 느끼는 지점이 있나요?
예전엔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미술사에도 같은 현상이 많이 있었죠. 특정 계층이 싫어해도 대중이 좋아하면 멀리 봤을 때 결국 예술의 범주에 들어와요. 관심을 얻는 작업은 자연스레 큰 줄기에 들어가는 흐름인 것 같아요.

작가님의 SNS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어요. 아티스트 개인이 운영하는 계정 중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은 드물어요. 그야말로 1인 미디어예요. 팔로워가 1.7만이고 조회수가 무려 5백만에 근접한 릴스도 있더라고요. 비법이 뭐예요?
저도 좀 이유를 묻고 싶어요(웃음).
하하. 정말요? 특별한 기술이 있을 것 같았는데.
팔로워 입장을 추측해 보면 다음에는 무엇을 보여줄지 궁금해서가 아닐까요?
유달리 SNS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어요?
아주 운 좋게 이런 인터뷰를 할 수도 있지만 아무도 절 섭외하지 않을 수도 있죠.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릴 게 아니라 그만큼 채널을 키우면 그림을 소개할 창구가 하나 는다고 생각했어요. 국제기구도 SNS를 개설하는 시대니까요.

콘텐츠마다 묻어 나오는 ‘솔직함’이 놀라워요. 올해 초, 광화문에서 진행한 개인전의 수익이나 관객 수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내밀한 영역이라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을 텐데요.
압박감은 없었어요. 그림이든 영상이든 계속 창작 실험을 하는 중이거든요. 예술 자체는 특별한 게 아닌데 누군가는 특별한 예술을 만들잖아요? 오래 남을 예술을 고민하다 보면 여러 시도를 하게 되죠. 물론 저라고 모든 걸 개방하진 않는답니다. 진솔하되 신비스러움은 조금 남겨두죠. 신비주의 말고 포스트 신비주의!
새로운 사조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네요. 팔로워나 관객 반응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내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있다’ 딱 한 문장만으로 의미가 생겨요. 제 작품에서 용기를 얻었다며 손 편지를 주기도 하고, DM으로 모작도 보내줘요. 모작은 좋은 레퍼런스라는 판단이 들 때만 할 수 있는 행동이잖아요. 정말 뿌듯하죠.

최근엔 창작자가 SNS 상에서 말을 아끼는 경향도 보여요. 콜렉터나 갤러리 관계자도 작가의 계정을 주시하니까요. 반대로 작가님은 자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방향이 궁금해지네요. 인플루언서형 작가와 갤러리 소속 작가, 어느 쪽에 더 관심이 있나요?
조금 조심스레 답변드리자면 지금 소속된 곳이 없으니 제가 자유로이 말하는 건지도 몰라요.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도 말을 줄여나갈 수도 있죠. 아직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1만이 되면 10만, 50만이 되고 싶은 법이니까요. 어느 쪽이든 기회가 된다면 모두 경험해 보고 싶어요.
조금 걱정이 될 때도 있지 않아요? 디지털 세상에 남기는 콘텐츠는 '영원히 어딘가에 기록된다'라는 특성 때문에 책임을 동반하는 것 같거든요.
오래 고민한 적이 있는데 무엇이든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건 없더라고요. 밖으로 꺼내도 ‘괜찮다’라는 생각만 어느 정도 들면 충분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네가 보기에 흡족한 결과물이야?”


피드에 등장하는 신작은 기존 인물화와 결이 조금 달라요. 끝으로 갈수록 두께가 얇아지는 나뭇가지를 보면 종종 혈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그림으로 머릿속 이미지를 만나는 기분이에요.
그런가요? 사시사철 푸를 듯한 소나무에도 단풍이 들어요. 뇌세포 시냅스 형태와 전통 소나무를 겹쳐서 강렬한 색으로 표현해 봤어요. 일월오봉도를 모티프 삼은 ‘계주’와 이어지는 시리즈예요. 두 작품 모두 화폭 두 개를 붙여서 만들었는데 캔버스 놓는 순서를 바꿔서 배치할 수도 있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시간성이 느껴지게끔 말이에요.
요즘 시대의 릴스 문법을 닮았네요. 물리적으로 1분이지만 왠지 무한히 이어질 듯 편집된 영상이 절로 떠오르니까요. 앞으로 두 작품을 잇는 시리즈를 더 만날 수 있을까요?
올가을 열릴 개인전에서 공개할게요. 기대해 주세요. 분명 재밌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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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소망 야수파, 인상파처럼 ‘과일파’ 사조를 생각 중. 시각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인류가 모든 과일의 색을 구분하는 유일 생명체라고 하던데. 의미는 시작됐으니 ‘과일파’에 관심 있는 아티스트는 DM 주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