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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밀한 인생 이미지

 

‘인생’은 이럴 때 씁니다. 인생 샷, 인생 영화, 인생 책, 인생 스타일! 그동안 하지 않던 선택을 시도해 기분 좋은 충격을 맞닥뜨리는 우연한 기회에 말이죠. ‘인생 00’은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릴 색을 발견한 순간일지도 몰라요. '시각’에 특히 섬세하게 반응하는 미술인이라면 어떨까요? 머릿속을 지배하는 강렬한 장면이 하나쯤 있을 거예요. 예술 분야 화제의 신간을 쓴 저자,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아티스트, 전시장의 아이돌 같은 도슨트 등 가지각색 아트 피플 6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인생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알베르 키위'이면서도 키위는 그리지 않는 사람 
아티스트 알베르 키위 @albert_kiwi
 


발견 순간 1999년,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컴퓨터에서
소장 공간 머릿속, 바탕화면
선정 이유 “내가 그리고 싶은 스타일은 이것!" 뮤직비디오를 보자마자 알았어요. 나중에 찾아보니 이 인물은 스웨덴 만화가 ‘Magnus Carlsson’이 그린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 ‘Robin’이더라고요. 심지어 관련 작품 32편이 업로드된 유튜브 채널도 찾아봤어요. 화풍과 정서를 머리로 완전히 이해할 순 없더라도 분위기는 단박에 느낄 수 있었어요. 반항적이면서도 때로 공허해서 소외감이 배어 있고, 그러면서도 작은 유머가 끝까지 묻어 있어요. 제 작업의 페르소나인 ‘알베르 키위’를 만들어 갈 때 강력한 영감이 됐죠.
이미지의 효능 나만의 레퍼런스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순간이 생긴다는 것. 

 



<디어 컬렉터>의 저자, 아나운서 
작가 김지은 @dear.collector
 


발견 순간 2005년, 런던의 테이트 모던
소장 공간 휴대전화, 노트북, PC, 기억 속 
선정 이유 예술에 대해 지녔던 선입견이 단숨에 깨지던 순간을 찍었어요. 미술관 입장과 동시에 세 번의 충격을 겪었죠. 화력 발전소였던 과거의 외관을 그대로 살려 99미터 7층 높이의 테이트 모던으로 리모델링한 아이디어에서 1차 충격. 레이첼 화이트리드의 존재가 2차 충격. 작가는 사진, 크리스마스 장식 등 어머니의 유품을 담았던 마분지 상자를 수천 개의 합성수지로 주조해 모성의 새로운 기념비를 세운 적이 있죠. 3차 충격은 이미지 속 작품의 의미에서 받았어요. 한 개인의 어머니를 넘어 세상 모든 어머니를 기억하는 방식을 제안한 조각이었어요. ‘마음의 물질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거예요. 그때 느꼈던 신선함이 이미지를 보면 고스란히 생각나요.
이미지의 효능 사회 통념에 기대 내가 나 스스로를 가두려 할 때 이 이미지를 보면 한계가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한국화 기반의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현대미술가
아티스트 지민석 @minseok_chi
 


발견 순간 2020년 7월 20일, 거주하는 멕시코 시골 마을의 집 앞 
소장 공간 휴대전화 배경 화면
선정 이유 제가 사는 멕시코는 세계에서 코카콜라 소비량 1위를 차지해요. 물 대신 콜라를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걷다가도 발에 금방 채는 것이 코카콜라 병이에요. 그런데 집 근처를 걷다가 발견한 병이 그날따라 숭고하게 느껴졌어요. 생활 쓰레기에 불과할지도 모를 빈 콜라 병이지만, 관찰자의 시선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는 생각이 떠올랐죠. 그때의 감정을 이미지로 편집하면서 다시 느꼈어요.
이미지의 효능 무수한 존재를 목격하고 작품으로 표현할 때 코카콜라 병을 발견한 순간을 떠올려요. 작은 것도 유심히 들여다 볼 줄 아는 마음과 눈길로 세상을 보려 해요.

 



미술 작품과 관객을 잇는 전시해설가 
도슨트 한이준 @yi.junee
 


발견 순간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소장 공간 휴대전화 갤러리
선정 이유 공유하는 기쁨을 깨달았거든요. 첫사랑이었고 끝 사랑이 될 ‘도슨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시기입니다. 예술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눌수록 긍정적인 감정도 덩달아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아주 소중한 순간이에요. 가진 시간 중 모든 시간을 쏟을 만큼 열정적으로 몰입할 일을 발견했던 기억도 담겨 있죠.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까지 부지런히 전시 해설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벌써 10년이 넘은 사진이지만 여전히 그때의 설렘과 긴장감이 생생해요.
이미지의 효능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을 때마다 이 사진을 봐요. 

 



매일 무언가를 그리고 기록하는 시각예술가  
아티스트 박형진 @eeeeeeehhh
 


발견 순간 아마도 2018년, 작업실 옥상
소장 공간 컴퓨터 바탕 화면
선정 이유 한참 창문 바깥을 관찰하며 숲의 변화에 심취했던 적이 있어요. 겨울이 왔고 하얀 도화지처럼 눈으로 덮인 땅이 보였죠. 위로 솟은 나무는 그림자마저 선명한 형태를 띠었어요. 시간에 따라 나무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서는가 하면 해가 뜨고 졌죠. 시시각각 변하는 나뭇가지의 색을 관찰하는데 겨울 풍경이 꽤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꼈어요. ‘풍경에도 서사가 부여된다면 그건 겨울 풍경이지 않을까. 언젠가 깊은 겨울을 그려야지’라는 생각으로 바탕 화면에 두었어요.
이미지의 효능 영감을 주죠. 처음을 기억하게 해요.

 



아트와 아티스트의 b-side까지 보는 <b.frame>의 에디터
원윤지
 


발견 순간 2019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시 <에릭 요한슨: Impossible is Possible>
소장 공간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선정 이유 이미지와 텍스트가 조응할 때의 시너지를 발견했어요. 고등학생 때 인터넷을 하다가 한 이미지 파일을 클라우드에 보관했던 적이 있어요. 초현실스러운 풍경이었는데 제목이 붙은 ‘작품’인지조차 몰랐죠. 오랜 시간이 지나고 우연한 기회에 에릭 요한슨 사진전에 갔는데 걸린 작품 중 하나가 옛날에 저장한 ‘그’ 이미지인 거예요. 잔상처럼 남아있던 장면의 제목을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그 순간 느낀 해방감! 작품도 좋지만 텍스트가 배치된 순서, 글자의 크기 차이, 어절 사이 띄어쓰기처럼 형태도 정말 아름다웠죠.
이미지의 효능 전시장에 가면 텍스트를 유심히 관찰하게 됐어요. 이미지와 텍스트가 서로 잘 어우러지는 콘텐츠를 볼 때면 생각나요. 

에디터 원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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