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봄바람 타고 온 3월의 전시
해가 길어지고 외투가 가벼워진다는 건 이제 정말 봄이🌷오고 있다는 뜻이겠죠? 문밖을 나서는 게 두렵지 않은 3월을 위해 전시 6곳을 가리어 뽑았습니다. 삼년상을 재해석한 설치 작업부터 인물 회화를 그리는 한국 작가 8인의 단체전, 1960년대 런던 음악 신의 심장 ‘힙노시스 스튜디오’를 추억하는 회고전까지. 봄나들이 코스로 슬쩍 끼워 넣기에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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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이미지 출처: 아트선재센터
전시장에 들어서니 쿰쿰한 내가 납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막걸리 누룩이 발효되는 냄새인데요. 미생물 가득한 설치물은 인도네시아계 브라질 작가 댄 리의 작품입니다. 올해는 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주기로, 작가는 이에 맞춰 한국 장례 문화 ‘삼년상’을 재해석해요. 삼베, 면포, 짚풀 등을 재료로 성장과 발효, 부패와 소멸의 생태 시스템을 만들어 아버지를 애도하죠. 노랗게 염색한 직물 안쪽으로 새싹과 버섯이 자라는 흙더미, 국화 다발과 삼베로 만든 공중 구조물, 쌀과 누룩이 발효하는 옹기가 자리하는데요. 작품은 전시 내내 형태를 바꾸며 삶과 죽음의 고리를 순환해요. 부패와 발효 과정에서 생긴 🦠미생물과 곰팡이가 이를 돕고요. 작가도 모양과 냄새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어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는 작업'이라고 설명하죠. 한순간도 정지해 있지 않은 특별한 광경은 3월 7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요. 여러 차례 방문해 그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법이 되지 않을까요?

이미지 출처: 아트선재센터
주소|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아트선재센터
기간|2. 16~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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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Lapse: 어느 시간에 탑승하시겠습니까?>

인물을 기반으로 회화 작업을 하는 한국 작가 8인을 독립 큐레이터 맹지영이 불러 모았습니다. 작가들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움직임과 공간의 변화를 감지하며 각자 통과한 시간을 표현해 냈는데요.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만큼 여러 시간을 관통하는 작품은 특정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고, 인간 내면과 본질을 탐구하기도 하며,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기도 하죠.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겪은 시간은 작가마다 다르지만 모두 👤인물의 형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작품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됩니다. 1층에서는 서용선과 이우성 작가를, 2층에서는 김정욱, 박광수, 류노아, 이재헌의 작업을, 3층에서는 정수정, 김진희, 김정욱과 류노아의 작품을 전시 중이에요. 세 층을 오르내리며 인물을 표현하는 여덟 가지 개성, 경험을 바라보는 여덟 가지 시각을 느껴 볼 수 있답니다. 여러분은 어느 그림에 탑승하고 싶나요?
주소|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67 페이스갤러리
기간|2. 15~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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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

커버가 맘에 들어 LP를 구매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면 주목하세요.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AC/DC, 폴 매카트니 등 20세기를 풍미한 아티스트의 💿앨범 아트를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의 회고전이 곧 열릴 예정이거든요. 멋을 의미하는 ‘Hip’과 지식을 뜻하는 ‘Gnosis’를 결합한 이름의 스튜디오는 뮤지션의 얼굴을 앨범 커버에 공식처럼 사용하던 시절, 실험적인 비주얼과 독특한 콘셉트로 그 관습을 깨부수며 단숨에 동시대 음악 신의 대명사가 됩니다. CG와 같은 디지털 툴이 개발되기 전이라 직접 사진을 찍고 인화해 오려 붙이기까지 했죠. 전시는 힙노시스의 기발한 아트워크 2백여 점과 설립자 오브리 파월이 전하는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 제작 에피소드와 뮤지션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그 일대기를 주욱 살핍니다. ‘좋은 디자인은 항상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게 우리의 모토’였던 스튜디오의 여정을 따라갈 준비가 되었나요? 전시 시작 전날까지 40퍼센트 프로모션가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요.

이미지 출처: 그라운드시소
주소|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6길 18-8 그라운드시소 서촌
기간|3. 8~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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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HOLY)>

온라인을 떠다니는 이미지를 재료로 회화를 그리는 노상호의 최근작을 공개하는 자리예요. 연작 〈홀리〉는 작가가 직접 자료를 수집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AI가 만든 디지털 이미지를 작업 과정에 적극 끌어온 결과물이죠. 그런데 불타는 거대한 눈사람이라니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작가는 🤖인공지능의 기술적 오류, 불완전함으로 인해 현실 논리에서 조금씩 어긋나는 현상에 주목해요. 머리가 2개 달린 사슴이나 손가락이 6개인 사람처럼 말이죠. 기이한 형상에서 느끼는 생경함, 두려움의 감정을 신화 속 ‘성스러움'에 비유해 기적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전시는 회화를 비롯해 영상, 3D 프린터로 출력한 조각, 작가가 수집한 빈티지 옷장을 활용한 설치 작품을 포함해요. 지난 한 해 동안 매일 그린 3백65점 드로잉과 12점 회화를 수록한 화집, 불타는 눈사람 ‘홀리'를 본뜬 양초로도 신비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답니다.
주소|서울 종로구 율곡로 85 아라리오갤러리
기간|2. 29~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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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파레노: 보이스>

이미지 출처: 리움미술관
현대 미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필립 파레노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문을 열었습니다. 90년대 초기작부터 처음 공개하는 대형 신작까지 그의 작업 연대기를 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요. 야외 데크에도 무려 11년 만에 새로운 작품이 들어서 화제입니다. 대형 타워처럼 보이는 신작 ‘막(膜)’은 색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두뇌로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하는데, 이 과정에서 들리는 🔊목소리 ‘∂A’는 배우 배두나와 협업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보이스'는 작품의 서사를 만드는 핵심 요소로 작가와 관객을 포함한 ‘다수’의 목소리를 다룬다는 의미죠. 전시장 내부에는 작가를 널리 알린 상징적인 작품 ‘My Room Is Another Fish Bowl’이 눈길을 사로잡아요. 물고기 모양 헬륨 풍선은 관객이 움직이며 발생한 공기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인답니다. 작품과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여긴 작가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요. 그러니 이 전시를 관람한다면 작품과 대화한다는 마음으로 온전히 경험할 것을 추천합니다.

이미지 출처: 리움미술관
주소|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리움미술관
기간|2. 28~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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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The ABYSS>

갤러리 무모의 기획 시리즈 <Letter from New York> 네 번째 챕터로 포토그래퍼 마리 사라이의 개인전이 열립니다. 뉴욕, 런던, 도쿄를 종횡하며 활동하는 그녀는 이번 전시로 처음 서울을 방문했는데요. 아델, 스칼렛 요한슨,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세계 곳곳의 연예인과 작업한 마라이의 사진은 거침없는 에너지로 주목을 받았죠. 패션과 아트 디렉터로 활동 중인 그녀가 ‘뉴욕에서 보낸 편지'엔 🌫️‘심연 Abyss’이란 부제가 붙었어요.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사실 너무 만연해 무감각해진 인종 갈등과 성차별, 흉악범죄 그리고 최근 팬데믹까지 겹쳐 침체된 뉴욕의 어두운 모습을 꺼내죠. 동시에 그동안 작가와 인연을 맺어 온 모델이 대거 참여한 프로젝트 작업도 전시 중이에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주연 미우라 토코가 등장한 화보도 포함되어 있는데,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모습이랍니다. 사진은 인화해서 눈으로 볼 때 훨씬 흡입력이 강한데요. 지하 1층의 전시를 본 뒤엔 한 층 위로 올라가 판화와 포스터도 둘러보며 그 여운을 길게 늘려 보세요.
주소|서울 송파구 가락로19길 5 B1층 갤러리 무모
기간|2. 15~4.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