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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건축가
디지털 세상 속 무한 빌딩
🎨 편의점 3대장, 전주식당, 경복궁이 한 데 쌓이면 어떨까요? 밀크티 브랜드가 모인 빌딩에 밀크티가 흐른다면요? 디지털 아티스트 알렉스 보서만(@eyelidmovie)은 일상의 것을 이미지로 끄집어내서 탑처럼 겹겹이 쌓아 올리죠. 편의점,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 친숙한 공간도 그의 디지털 세상에선 생경한 풍경이 됩니다. 기억을 수집하고 이미지로 재구성하기.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맥락에 두고 조합하는 것. 익숙함도 신선함이 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아트 표면 아래에는 이야기나 긴장감이 흘러야 합니다."
-Alex Bosserman-

와! 1백60만이 봤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린 ‘Hakdong’ 릴스는 조회수가 계속 느네요. “빠져든다”, “거대한 궁전 같다”처럼 반응도 다양해요. 댓글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한 화면 안에 담긴 조합이 독특해서 색다르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나름의 의미도 있어요 흔히 ‘서울’하면 특별한 장소만 떠올리곤 하잖아요. 저는 편의점도 경복궁 못지않게 서울을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매일 가는 곳이니까.
단순히 쌓기만 하는 게 아니네요.
네. 일상에서 봤던 평범한 건물도 디지털 맥락 안에 들여오면 재밌는 구성으로 만들 수 있어요. 셀프 프로젝트 ‘오브제 비네트 Object Vignette’ 중 하나이기도 해요. 서울에서 봤던 면면을 스캔하고, 디지털 콘크리트 조각으로 구현해 보는 거죠. 각각의 작업에는 간단한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다양한 가게와 빌딩 이미지를 모아 하나의 서사로 재배열하는 모습을 보니 이 표현이 떠올라요. 이미지 건축가?
어릴 때부터 항상 건축에 매료되어 있었어요. 레고부터 롤러코스터 제작 시뮬레이션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도시 건설까지. 하늘로 쭉 뻗은 건축물로 가득한 서울 생활도 좋고요. 건축이야말로 제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요?
네. 건축을 전공하려면 뛰어난 수학 능력이 필수라는 걸 알기 전까지만요.
▶️ 무신사와 컬래버레이션 보기

하하. ‘무신사’와의 작업은 어땠어요? 디지털 창작물을 ‘팝업 스토어’라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다시 끌어낸 점이 인상적이에요. 그 이전에 디지털로만 공개했던 작업물들과 느낌이 달랐을 것 같아요.
패션, 식품 등 성격이 다른 브랜드를 연결해야 하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당시 저의 스킬을 생각하면 도전이 필요한 일이기도 했고요. 브랜드마다 요청 사항도 달랐는데, 어떻게 하면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한 테마로 묶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또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을까요?
누데이크. 서울에 처음 왔을 때 하우스 도산점에 가보고 디지털 아트와 카페가 결합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디지털 아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다는 거예요. 비디오는 제작 예산, 일러스트는 2D라는 점이 한계로 느껴졌어요. 그러나 3D 아트는 복잡한 아이디어도 노트북만 펼치면 바로 만들 수 있어요.
크게 영감받았던 분야가 있나요?
3D 아트는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관점이 뚜렷하거나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보다 트렌드를 좇는 경향이 강하죠.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힌트를 자주 발견해요. 음악, 영화 제작 등.

음계 하나가 있다고 노래가 될 수 없잖아요. 여러 음이 모여야 곡이 완성되는 것처럼요. 음악, 영화 모두 여러 겹의 레이어를 중첩해야 하는 분야네요. 쌓아 올리는 것들에 매력을 느끼나 봐요. 특별하게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혹시 있나요?
가수는 FKA 트위그스 FKA Twigs와 비요크 Bjork. 시, 소리, 시각 효과 등 완전한 경험을 주고자 여러 분야를 잘 활용해요.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Darren Aronofsky. 어둡고 스릴 있죠. 이들 작품엔 이야기가 있어요.

아티스트로 활동한 시간 대비 지금까지 다수의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동안 작업한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된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독특한(Distinct), 종합적인(Comprehensive), 음악 같은(Musical).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뮤지션과 협업하는 거예요. 음악을 들으면 여기 걸맞은 뮤직비디오는 무엇일지 상상하는 걸 즐겨요. 음악과 시각 예술이 조화로울 때 시너지가 있다고 믿죠.
▶️ 작품 '극락으로 가는 길’ 보기

작품을 보고 관객이 느끼길 바라는 면이 있나요?
바로 만족하기 전에 혼란을 느끼면 좋겠어요. 표면 아래에는 늘 긴장감이나 이야기가 흐르는 거죠. 보는 사람의 흥미를 우선 자극하고, ‘저게 뭘까’ 궁금증의 씨앗을 심어주는 거예요. 그리고 방금 본 것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나갈 때 기존에 생각하던 모양과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면 재밌을 거예요. 예상을 깨버리는 거죠.

작가님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이 인터뷰를 읽을 ‘아트 러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내가 ‘나’를 놀라게 할 만한 일을 해보세요. 아, 물 마시는 거 절대 잊지 말아요. 건조함은 피부 노화를 당기니까요. 물론 저는 실천하지 못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