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s
불경한 아티스트의 신성한 수다
🎨 FVCKRENDER(@fvckrender)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밴쿠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예요. 독학으로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배우기 시작해 이제 세계적인 디지털 아티스트가 됐죠. 기묘한 오브제와 극적인 조명이 함께 호흡하는 작품은 FVCKRENDER 내면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지, 지금 써 내려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집중해요. 무엇을 어떻게 그리느냐는 그다음이에요.”
-FVCKRENDER-

한국에 오기 전 일정 때문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고 들었어요.
여기저기서 스케줄이 많았어요. 특히 8월에 런던의 공공 미술관 W1 Curates에서 전시가 있었는데, 북미 이외의 나라에서 열린 단독 쇼였어요. 지역도 지역이지만, 오래된 작품과 신작을 통틀어 보여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특별한 프로젝트였죠.
서울 방문은 처음이죠? 입국하기 전까지 서울은 어떤 이미지의 도시였나요?
예술과 문화, 패션이 완벽하게 조합된 곳이요. 어느 정도 예상이 맞았어요. 직접 와보니까 도시 곳곳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이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더라고요.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지금 살고 있는 밴쿠버는 그럼 어떤 곳인가요?
자연, 평온함, 고요함으로 채워진 도시예요.
FVCKRENDER라는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요?
하하. 나쁜 의도로 ’FVCK’을 붙인 건 아니에요. 2016년 작업을 막 시작할 당시 몇 시간이나 걸리는 렌더링이 정말 끔찍했어요. 오랫동안 기다렸는데도 기대완 달리 결과물은 형편없었고. 어쨌든 인스타그램에 하나둘씩 올리려니까 막상 계정 이름을 뭐로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망할 렌더링!’ 정도의 뜻으로 FVCKRENDER라고 해버렸어요. 그래도 양심상 U는 V로 바꿨으니까…

디지털 아트를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요?
사이클을 타다가 크게 다쳤어요. 몸 한쪽을 완전히 쓰지 못할 정도로. 이후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디지털 아트에 필요한 툴을 배우기 시작했죠. 저는 끊임없이 뇌에 자극을 줘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뭔가를 배우고, 열중해야 초조하지 않아요. 디지털 아트 덕분에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아트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을 듯해요. 작품을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소더비 같은 대형 경매사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잖아요.
관점이라고요? 하하. 웃긴 질문인데요. 난 예술을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어요. 단지 매일매일 소식을 업로드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을 뿐이지 비범한 예술관을 갖고, 비장한 각오로 시작하지도 않았어요. 다만 이제 아트로 인해 벌어지는 일 모두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지금은 누구보다 아트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아트를 사랑하는 사람이자 아티스트로서, 반드시 지키려는 수칙이 있나요?
자신에게 예술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티스트가 ‘예술하는 사람’이라는 자아 없이 일할 수 있을까요?
정도의 문제죠. 한때 강박적으로 아트를 강제한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남는 건 불안과 우울감이더라고요. 이건 아티스트와 세상과의 관계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예요. 모든 사람에게 나의 아트를 권할 순 없어요.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요. 결국 아트는 나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나갈 때 가장 사랑받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이미지로 표현할 때,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인가요?
감정을 온전하게 묘사할 수 있는 순간을 찾으려고 해요. 현재 내 마음은 어떤지, 지금 써 내려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집중하죠. 무엇을 어떻게 그리느냐는 그다음이에요. 스틸 이미지로 만들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할지 역시 나중 이야기입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이 때때로 이미지를 망치는 경우가 있어서 스틸 이미지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요.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체인 링크도 아티스트 FVCKRENDER의 이야기 중 일부인가요? 여러 형태의 체인 링크를 실물로 제작했고, 얼마 전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열린 <Harmonics>에서도 내놓을 정도로 애착이 있는 소재 같아요.
맞아요. 다만 그 의미가 확장됐어요. 예전엔 단지 자아 성찰을 위한 도구였다면, 지금은 연대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지금 실제로 실천 중인 연대가 있다면요?
디지털아트 플랫폼 ‘LVCIDIA’를 만들었어요. 기업가가 되고 싶진 않지만, 디지털 아티스트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어요. 제 의무였다고 생각해요.
하나 더 있지 않아요? DJ로 활동하는 ‘THE HOLY(@the_holy)’와 뮤직 듀오 ‘HOLY_FVCK//‘을 결성해 신나는 연대 중이잖아요.
연대라고 표현하니까 머쓱하네요. 팀에선 VJ를 맡고 있어요. 작품을 만들 때와는 또 달라요. 라이브 현장에선 음악에 집중하고 관객이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반면 집에선 자신에게만 몰두해요.

뮤지션들과 관계도 끈끈하다고 알고 있어요. 같은 캐나다 출신인 더 위켄드 The Weeknd가 작품을 고가에 구매해서 화제였었죠. 릴 나스 X와 협업을 한 이력도 있고요. 앞으로 함께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협업하고 싶은 뮤지션은 물론 많죠. 하지만 지금은 비주얼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먼저 관심이 가요. HOLY_FVCK//으로 활동하면서 음악과 어울리는 비주얼 아트를 만들어 나가는 재미를 새삼 느꼈거든요. 다른 디지털 아트 작가와 만나 작업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생길지 궁금해요.
9월 6일 밤에 열리는 파티 <SYNESTHETIC>에서 많은 한국 아티스트를 만나 교류하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기대하고 있어요. 벌써 두근두근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