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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풍경
🎨 박예나(@yenaprk)는 인공 문명을 탐구하는 시각예술 작가예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물로부터 파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주제 삼죠. 설치 작업과 미디어 아트로 탄생한 그의 작품은 익숙한 규칙과 질서에서 벗어나 우릴 낯선 풍경으로 이끕니다.
“제 작품을 통해 우리를 속박하는 가치 체계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박예나-

설치 미술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화가가 꿈이었어요. 대학도 동양화과로 진학했죠. 그런데 막상 작품을 만들려고 하니 ‘그리기’ 능력만으론 표현하고자 하는 걸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멈춰 있는 평면 프레임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동하는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과정 자체를 작업 안에 넣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키네틱 아트, 인터렉션이 있는 미디어 설치로 작업 매체를 확장해 간 것 같아요.

최근 주요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아티젝타(Artijecta, Artificial+Object+Data의 합성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비옥해진 데이터 환경 속에서 미지의 데이터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 존재를 추적해 나가는 프로젝트인데,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9월에는 실제 서울시 공공 와이파이 시설을 활용하는 ‘아티젝타 서식지 탐사 이벤트’를 중구에서 오픈할 예정이에요.
작가님 작품의 특징을 한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세계관’이요. 인간 중심적 시선에서 벗어나 미지의 생태계를 상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제 작업과 잘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세계관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한 규칙과 질서를 가진 세계가 아닌, 또다른 미지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니까요.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는 작업을 통해 사람들을 익숙한 듯 낯선 풍경으로 초대한다고 생각해요. 관람객들은 마치 이방인이 된 듯 그 풍경을 경험하게 되죠. 그 속에서 잠시나마 우리를 옥죄는 가치 체계에서 벗어나 약간의 해방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과 인간 외의 모든 존재들까지, 미지의 세계의 중심이 되는 상상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올 상반기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올해 3월, 아마도 예술공간에서 제10회 아마도 전시 기획상을 받았던 <윈도우 리컨스트럭션>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마도 예술공간은 한남동에 위치한 주택을 개조한 전시관인데요. 특색 있는 지하 공간 가장 안쪽의 방들에 공간 설치 작업 ‘발굴’과 미디어 설치 작업 ‘두개의 구멍’이라는 신작을 선보였어요. 일주일이 넘는 설치 기간 동안 어둡고 좁은 지하에서 거의 생활하다시피 했죠. 가장 고된 설치 경험이자, 가장 뿌듯했던 결과물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작업할 때 집요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마감과 관람 동선입니다. 다매체 설치를 하는 작가라서 ‘마감’이라는 것이 물리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사운드와 같은 비물질적인 것이 될 수도 있는데요. 특히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다다르면, 관람객의 입장에서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돌려 봐요. 관람 순서, 시선의 이동, 머무는 시간, 시작과 끝 등 전시 동선을 디테일하게 따져보려 노력하죠. 작은 차이로 관람의 집중도가 달라지니까요.

창작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매일 사용하는 일용품들, ‘다이소’와 같은 생활용품 쇼핑몰, 공공의 편의시설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아요. 좋아하는 문학 작가로는 러브 크래프트, 카프카가 있고요.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상상하는 것을 창조해내고, 그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보람을 느끼긴 해요. 누군가 제 작업을 성심 성의껏 관람해주고, 의도한 것 이상의 부분까지 생각해주는 게 느껴지면 그 보람은 배가 되죠. 하지만 후자의 경험은 정말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에요. 대부분은 고독하게 창작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되기도 해요.

더 익히고 싶은 기술이나 감각이 있다면요?
요즘은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거대 이슈와 하루하루의 일상을 연결하는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기르고 싶다고 생각해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궁금해요.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꼭 이불을 정리하고, 물건을 쓰면 반드시 제자리에 놔요. 규칙이 있는 환경 속에서 엉뚱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아티스트로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늘고 길게 작가 생활을 이어가는 가는 거요. 한국에서 작업하는 일은 매우 경쟁적이고 소모적이거든요. 기금에 기대 활동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정말 어려운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노력해보고 싶어요. 또 제가 가진 작가적 이미지는 대중에게 흐릿하더라도, 작업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강렬한 경험을 줄 수 있고, 그 기억이 삶 속에 지속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 박예나의 힐링 타임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 위스키와 함께하는 작업 시간
야작을 즐긴다고 해야할까요? 조용한 작업실에서 혼자 술 한잔하며 종일 긴장되어 있던 뇌 근육을 풀고, 저 자신과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이 시간에 저와 함께하는 ‘술’이 꽤나 중요해요. 주로 라프로익, 부나하벤 같은 위스키를 즐겨 마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