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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나무꽃 필 무렵

 

🎨 이왈종(@walchonglee.official)은 전통 종이 ‘장지’에 제주의 일상을 그리는 작가예요. 섬의 풍광과 그곳에 발을 디딘 사람들의 하루를 스르르 펼쳐 보이죠. 때론 평면을 벗어나 조각이나 도자기로 제주도와 결속된 삶을 표현하기도 하고요. 서귀포 바닷바람을 맞으며 완성된 화백의 작품은 그래서 천진하고, 제주도와 닮았습니다.

 


 

“어른들한테 하느님을 그리라고 하면 못 그리지만, 어린이들은 달라요. 나는 아직도 아이들에게서 배워요.” -이왈종-

 

‘제주생활의 중도’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요? 

‘중도(中道)’예요. 원래 불교 용어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의 태도’라는 뜻입니다. 

 

대표작이라고 생각하시는 작품이 궁금해요.

작품 하나라기보단 연작이라고 해야겠네요. 1990년에 제주도로 내려가 그리기 시작한 <제주생활의 중도>예요. 제주에서 내가 본 것을 표현하고, 이 섬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회화로 기록해요.

 

‘제주생활의 중도’

 

작품으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세상 만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재를 인정해 주고 싶어요. 그래서 그림에 등장하는 생명체의 크기에 차등을 두지 않죠. 꽃이나 나무 같은 중심 소재를 크게 그리고 나면 나비, 사슴, 강아지 그리고 사람은 다 비슷비슷한 크기로 묘사합니다.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가 있다는 걸 말하려고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녜요. 

 

‘제주생활의 중도’

 

그림 속 사람들의 모습이 각양각색이에요. 골프 치는 사람들이 나오기도 해요.

내 작품 중 절반은 골프 그림일 거예요. 2000년대 이후부터 그리기 시작한 것 같은데, 현재 제주도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곳곳에 골프장이 많기도 하고, 거기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얼굴이 참 행복해보이더라고요. 무엇보다 나도 골프를 정말 좋아하니까. 하하.

 

‘제주생활의 중도’

 

작업 중 가장 공을 들이고, 중점적으로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요?

‘어떻게 행복을 전달해 줄 수 있는가?’ 그게 최대 과제예요. 남과 경쟁하고, 비교하면서 우리 삶이 점점 팍팍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잊고 살았던 행복의 모습을 조용히 보여주고 싶어요. 대단한 일상이 아니더라도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과 함께요.

 

작가로 살아온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누구인가요?

조선 후기에 활동한 혜원 신윤복. 예전부터 그가 남긴 작품을 좋아했어요. 민화 같으면서 풍속화 같기도 하고. 양반 계층의 풍류를 비롯해 조선의 일상 풍경을 재치 있게 기록했는데, 그 해학의 가치가 새삼 대단해요.

 

‘제주생활의 중도’

 

작가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왈종미술관’을 개관한 2013년쯤이요. 제주도에서 만난 친구가 좋은 터를 알려줘서 찾은 부지였어요. 백자로 만든 찻잔 모양으로 건축하길 원해 직접 도자기를 빚어 건축가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했죠. 이후 2백 년 된 올리브 나무를 스페인에서 들여와 심고, 돌담으로 정원 구획을 나누고. 참 많은 시간을 들인 곳이에요.

 

작가가 미술관을 구상하며 직접 빚은 도자기

 

제주도에서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궁금합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작품 만드는 데 가장 큰 시간을 할애해요. 적어도 10시간은 일해요. 그림이 안 풀리면 막걸리도 한두 잔 곁들이면서. 그리고 왈종미술관을 찾는 관람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근래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면요?

호텔 안다즈 서울강남으로 작품 16점을 보냈어요. 거기에서 6월 18일까지 전시를 했어요. 전시 공간에서 제주도와 인연 깊은 귤과 매화로 만든 음료를 제조해 내놓기도 했어요. 호텔이 작은 미술관이 된 거죠.

 

‘제주생활의 중도’

 

앞으로도 계속 제주도에 머물며 제주를 그릴 생각이신가요?  

외롭지 않고선 창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제주도에 내려왔어요. 변화가 절실해 서울에서 가장 먼 곳으로 자신을 격리한 거죠. 딱 5년만 여한 없이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마음은 아직 변함없어요. 원 없이 그리는 삶. 그때 그대로예요.


 

🏌🏼‍♂️ 이왈종의 힐링 모먼트

 

매일 아침 왈종미술관의 정원을 직접 가꿔요.

정원을 조성한 2016년부터 전담 가드너가 된 셈이죠. 제주도를 축약시킨 모습을 미술관 앞에 두고 싶었어요. 어딜 가도 꽃이 있고, 돌담이 있는 그런 정원 말이죠.

 

저녁 시간엔 꼬박꼬박 요가 클래스에 참석해요.

요가에 이어 명상하는 시간도 꼭 마련하고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몸을 펴고, 뒤틀다 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껴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골프를 쳐요.

제주도는 세상에서 골프치기에 가장 좋은 곳일 겁니다. 삼삼오오 모여 골프치는 모습을 <제주생활의 중도>에 넣기도 하는데, 반응이 참 좋아요. 골프가 나를 먹여 살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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