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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함의 미학

 

🎨 흠냐웨(@humnyawe)는 디지털 콜라주를 바탕으로 2D와 3D 사이, 그 어디쯤의 2.5D 아트를 선보이는 작가예요. 사이키델릭하고 축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작품은 어딘가 기괴하지만, 뒤돌면 다시 생각나는 매력이 있죠. 작가는 그런 ‘불쾌한 여운’이 남는 작품을 추구합니다.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은 그 끝에 묘한 여운을 남긴다고 생각해요. 제 작품에 불편함이 더 묻어났으면 좋겠어요.” -흠냐웨-

 

‘EYEDOL 04’

 

그래픽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작가 활동을 하기 전에는 한 패션 브랜드에 소속된 시각 디자이너였어요. 디자이너라면 공감하겠지만, 상사와 클라이언트 취향에 맞는 결과물만 뽑아내는 상황에 점점 지쳐갔죠.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졌고, 갑작스럽게 몇 달을 집에서만 보내게 됐는데 그때 처음으로 하나둘, 아트워크를 만들던 것이 작가 활동까지 이어졌어요. 어떻게 보면 코로나 덕에 새로운 ‘나’로 살 수 있게 된 셈이죠. 제가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한 나의 안식처’ 스틸 이미지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올해 초 무기력에 빠져있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둔 모든 것들이 무너져 버린 느낌이었죠. 그러다 문득 ‘흠냐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앞선 답변처럼 작가 활동은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인데 말이죠. 그래서 맘을 고쳐먹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최근에 'After Brain Storm -ing'이라는 타이틀로 작업을 했는데요. ‘많은 고민이 한차례 지나갔지만, 또 다른 고민이 몰아쳐 올 테니 폭풍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하는 듯한 작품이에요. 2D인 듯 3D 같은 움직임이 있어서 멍하니 보게 되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흠냐웨 작가의 작업실

 

작가님 작품의 특징을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색감’이지 않을까 싶어요. 더 정확히는 ‘축축한 색감’이요.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반응인데, 무척 마음에 들어요. 축축한 색감이라니! 듣고 보니 물에 한 번 넣었다 뺀 느낌이 작품에 배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작업할 때 가장 공들이고,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운드요. 제가 제 작품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을 제3자도 똑같이 느꼈면 좋겠거든요. 비주얼만으론 설득력이 떨어져서 배경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고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요? 

제가 디지털 이미지로 창조한 공간이 어딘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 세계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으면 좋겠어요. 그냥 쓱 보고 마는 것이 아닌.  

 

‘잘 익혀 먹읍시다’

 

각별하게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갤러리 관계자들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좋아하는 건 나중에 유명해지고 나서 하고, 지금은 대중적인 걸 좇으라고.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지금의 스타일을 버려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실제로 그런 시도를 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도무지 재미를 못 느끼겠는 거예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걸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죠. ‘어흥이의 달콤한 꿈’은 정말 오랜만에 온전히 제 뜻대로 끌고 간 작품이에요. 과정이 재밌으니 만족도도 높았고요. 언젠가 제가 원하는 ‘풀타임 흠냐웨’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얻은 고마운 작품이에요. 

 

‘어흥이의 달콤한 꿈’ 스틸 이미지

 

작가로서 발전시키고 특화하고 싶은 기술이나 감각이 있다면요? 

제 작품에 불편함이 더 묻어났으면 좋겠어요. 곱씹을수록 기괴하고 불쾌한 느낌을 자아내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다가 나중엔 그 느낌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아트워크를 만들고 싶어요. 

 

‘기괴하고 불쾌한 느낌’에 끌리는 이유가 궁금해요.

예쁜 건 그저 ‘예쁘다’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은 그 끝에 묘한 여운을 남긴다고 생각해요. 사람에 따라 그 뒷맛을 즐길수도 안 즐길 수도 있지만, 적어도 기억엔 분명히 남으니까요. 

 

‘눈얄걀: 너 무슨 일 있니?’

 

Project GMGN 아트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죠. 

힙합 레이블로 유명했던 VMC소속의 힙합 뮤지션 ‘화지’를 주축으로 꾸려진 세계 최초 다이나믹 MUSIC NFT예요. 8명의 음악 프로듀서와 개발자 1명 그리고 저로 구성되어 있죠. ‘방’을 매개로, 시간과 계절에 따라 음악과 아트워크가 유기적으로 변하는 흥미로운 작업을 한답니다. 

 

‘교착상태’ 스틸 이미지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도 있나요?  

VHS 테이프, 라디오 방송같은 아날로그 매체를 활용한 ‘아날로그 호러’ 장르의 필름이나 미국 뮤지션 잭 스타우버 Jack Stauber처럼 어둡고 기괴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보고싶어요.

 

전시 기획자가 되어 개인전을 열 수 있다면요?  

화장실, 방, 폐가 등 제 작업물에 등장하는 공간 그대로를 바깥에 구현해보고 싶어요. 이를테면 기다란 네온사인 바를 설치하고, 벽은 그래피티로 채우는 식이죠. 밤에는 낮과 달리 블랙라이트를 둬서 어떤 사건이 벌어진 후인 듯한 ‘숨겨진 재미’ 요소가 있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관객들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인공이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처럼, 복잡미묘하고 어딘가 씁쓸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자급자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궁금해요. 작가님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하루 4시간씩 작업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지만, 바리스타라는 부캐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작업 시간을 지키기가 쉽진 않아요. 그래도 한 시간 이상은 꼭 ‘작가 흠냐웨’에 투자하려고 해요.

 

아티스트로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직까진 저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를 발견하지 못했고(물론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지만), 저조차도 제가 하는 작업을 정의 내리지 못했는데요. 언젠가 이런 스타일이 하나의 장르로 규정된다면 제가 선구자이자, 대표 아티스트로 남고 싶어요.

 


 

👁️ 흠냐웨의 힐링 스폿

 

내 방

파워 집순이예요. 며칠씩 날을 잡아 놓고 아무도 안 만나고 아무 데도 안 나가죠. 제 방은 음악으로 치면 Lo-Fi 느낌이 나요. 형광등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늘 네온사인 같은 조명을 켜두죠. 한 번씩 ‘게임중독’ 모드로 지내면서 ‘쉼’과 ‘열일’을 반복한답니다. 

 

야외 술집

바깥공기를 쐬며 마시는 술을 좋아해요. 루프탑이나 테라스, 아니면 야외에 플라스틱 테이블이 놓인 곳에서요. 어디 멀리 여행을 안 가더라도 새로운 곳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 자체로 힐링이 돼요. 

 

놀이공원

입구에서부터 설레기 시작해요. 나이는 어느덧 저를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주던 부모님과 비슷해졌지만, 여전히 재밌다고 느끼는 장소 중 하나죠. 한국사회에서 놀이공원만큼 체면을 안 차려도 되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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