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s
시나리오 쓰다
그림책 만들었어요
[2025 그림책의 해 인터뷰] 월세방 보증금을 빼서 ‘딱 세 권만 내보자’며 시작한 출판사가 있습니다. 바로 연남동에 자리한 소규모 출판사 엣눈북스(@atnoonbooks). 11년이 흐른 지금, 출간한 그림책이 해외 아동 문학상을 수차례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눈도장을 쾅! 찍는 중이에요. 작가이자 편집자 정미진 대표는 글과 그림을 엮는 것은 물론 신인 작가 발굴에도 진심인데요. 그 작은 시작이 어떻게 단단한 길이 되었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이제 막 오픈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개한 특별한 신간 이야기도 물었어요!
| 🔎 인터뷰 미리 보기 ▪️시나리오 작가에서 출판사 대표가 된 이유 ▪️<모 이야기> 해외 아동 문학상 4관왕의 비결? ▪️엣눈북스가 가장 아끼는 한 권은? ▪️‘이런 작가와 책 만들고 싶다’ ▪️엣눈북스가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가치 |
엣눈북스 @atnoonbooks
2014년 문을 연 작가 중심의 소규모 출판사. 그림책, 그래픽 노블, 소설, 에세이, 사진집 등 시각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책을 만들어요.

최근 기쁜 소식이 연달아 있었어요. 그림책 <모 이야기>가 해외 아동 문학상만 4관왕이네요.* 심사위원과 독자를 사로잡은 그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지 궁금해요.
<모 이야기>는 어린 고양이 ‘모’가 숲속을 탐험하며 두려움을 극복하는 모험담인데요. 아이와 어른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림이 어우러져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2025 이탈리아 스트레가 라가체 에 라가치 신인상, 2025 프랑스 아동 청소년 문학상 소시에르 파시오낭 미니, 2025 일본 북하우스 카페 그림책 부문 금상, 2024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스페셜 멘션

특히 좋았던 장면을 픽해주신다면요?
‘모’와 ‘검은 곰’이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요! ‘모’가 곰에 대해 품었던 막연한 두려움이 해소되는 파트인데,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작가님과 공들여 이야기 흐름을 다듬었거든요.

어린 고양이 ‘모’의 이어지는 여정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개된다고요.
신간 <모 이야기 2>가 드디어 독자분들과 만나요. ‘모’가 난생처음 심부름을 떠나는 이야기인데요. 1편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한층 다양해진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선물 꾸러미처럼 담았어요. 낙엽과 목도리가 등장하는 전편과 달리 뜨거운 여름날에 어울릴 시원한 색채가 묻어 있어요.

<모 이야기>가 최연주 작가의 그림책 데뷔작이었듯 대표님은 다양한 신인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발굴한다고 들었어요. '이 작가와 함께 책 만들고 싶다'는 확신이 드는 모먼트가 있나요?
신인 작가의 새로운 시선에 끌릴 때가 많아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서 신선한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죠. 출판사를 세우기 전에 10년간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로 일한 경력이 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볼 때도 문장의 매끄러움이나 그림의 완성도보다는 전반적인 스토리텔링과 구성에 집중하는 편인데요. 자기 고유의 이야기를 가진 작가를 발견하면 함께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영상과 종이책은 그 물성부터 대척점에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거대한 자본과 인력이 얽힌 장르예요. 창작자의 오리지널리티와 개성을 온전히 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죠. 외부 요인에 희석되거나 각색되지 않은 제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업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림책을 첫 책으로 출판사를 차렸죠. 워낙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기도 했고,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활용하는 환경에도 익숙했거든요.

한 권의 책 안에서 글과 그림이 어떻게 조응해야 시너지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하나요?
글과 그림이 엇갈려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을 때 이상적인 상태 같아요. 글을 그대로 묘사한 그림이나 그림을 설명한 글이 아니라, 글과 그림 각각으로 표현되지 않는 장면을 서로 채워주는 것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듯해요. 글과 그림을 따로 떼어 놓고도 꼭 감상해 보세요.

출판사 운영뿐만 아니라 15권 이상의 책을 출간한 작가로도 꾸준히 활동해 오셨어요. 작가와 편집자의 시선에는 분명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둘은 비슷한 듯 매우 달라요. 두 직업의식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요즘 저의 과제이기도 한데요. 같은 작품을 두고 작가로서 좋아하지만 편집자의 눈으로 보기엔 출간까지 어렵겠다고 판단하기도 하고요. 반대로, 창작자로서 끌리지 않는 콘텐츠인데 제작자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경우도 있죠. 참고로 책 제작하는 일과 별개로 제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정말 마니악해서 흥행하지 않더라고요. 하하.

지금까지 출간한 책 중 유독 각별하게 생각하는 책이 있나요?
지난해 엣눈북스 10주년 기념으로 출간한 <이야기 요정>에 조금 더 애정이 가요. 제가 왜 글을 쓰고 창작하게 됐는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에요. 창작 활동을 하거나 어떤 형태든 ‘이야기’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더불어 엣눈북스 대표작들이 책 속에 숨겨져 있어 그 히스토리를 살펴볼 수 있어요.

11살이 된 엣눈북스와 함께하는 동안 콘텐츠의 힘을 가장 크게 느낀 순간이 있다면요?
콘텐츠가 세상에 나온 뒤 정지해 있거나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력을 가질 때면 그 힘을 체감해요. 예상치도 못한 시간과 장소로 뻗어나가거든요.
작년 도서전에서 중학생 때 저희 책을 처음 접했던 한 독자분이 어느덧 성인이 되어 부스를 찾아주신 일이 있었어요. 뭉클한 순간이었죠. ‘시간이 쌓이는 것처럼 이야기도 쌓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가본 적 없는 나라의 해외 독자가 책에 관한 메시지를 직접 남긴다거나, 국내에선 시간이 오래 지나 잊혀 가는 책이 해외에서 다시 출간되어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경우도 놀라웠죠.

2025년 버전 엣눈북스에선 또 어떤 새로움을 준비 중인가요?
그림책은 물론 앞으로 장르 소설 라인도 꾸준히 낼 예정이에요. 하반기에 제가 쓴 소설책이 오랜만에 나와요. SF 미스터리물에 로맨스가 가미된 내용인데 기대해 주세요!
오랜 시간 그림책을 만들어왔듯 엣눈북스가 앞으로도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엣눈북스의 지향점은 한결같아요. ‘내용과 형식의 한계를 두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 나아가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민을 담으면서도, 책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엣눈북스를 통해 전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