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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수수께끼라면 
정답은 누가 갖고 있을까?


이 그림,❓물음표 껴안고 보세요. 런던에서 활동하는 그리스 출신 작가 소피아 미촐라(@sofiamitsola)의 회화는 질문하게 만듭니다. 왜 저런 포즈를 취하고 있지? 벗은 몸에 초커는 무슨 의미가? 요염하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장난기 넘치지만 어딘가 위악적인 모습의 캐릭터들. 그 앞에 선 관객은 묘한 밀당을 경험하죠. ‘수수께끼’는 그녀의 작업 방식 그 자체예요. 고대 조각과 신화, 애니메이션, 페티시적 코드를 화면에 버무려 답 대신 상상의 문을 열어둡니다. 이번 첫 서울 개인전에선 그림 속 중요한 모티프였던 스핑크스를 ‘푸들’로 변신시키는데요. 작가와 전시장에서 나눈 궁금한 이야기, 지금 전할게요! 


 

🎙️<비.프레임>과의 현장 인터뷰

© b.frame

 

Q. 그리스 신화 속 스핑크스는 작가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모티프예요. ‘스핑크스’에 마음이 끌린 건 왜일까요? 

보는 사람을 수수께끼에 빠뜨리는 방식을 좋아하거든요. 정답을 알 수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일종의 수수께끼를 건네받고 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나 책처럼 정해진 결말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약간의 단서는 주어지지만, 해석은 온전히 관객에게 달렸죠. 마치 답장받지 못한, 끝맺지 못한 사랑 이야기 같아요.

참고로 그리스어 동사 '스핑고 σφίγγω'는 '조이다, 압박하다, 조르다'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유래한 ‘스핑크스’라는 이름은 즉 '조르는 자', '압박하는 자'라는 의미죠. 

 

‘Astropoodles’, 2025


Q. 이번 전시 <Astropoodles>에선  스핑크스 모티프가 푸들로 변주됐는데, 그 과정을 조금 더 들려준다면요?

제 캐릭터들을 여신이자 괴물 같은 존재로 상상하는 걸 즐겨 해요. 이번엔 스핑크스 모티프를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약간 까칠하고 공격적인 성격이지만, 인간에게 해를 끼치진 않는 ‘푸들’로 변신시켰죠. 스핑크스의 잔재 혹은 진화한 형태로 볼 수 있어요. 보고 있으면 “나 얘들과 밀당 중인가?”, “좀 위험한 거 아닐까?” 묘한 긴장도 흐르죠.

 

‘Odalisques Celestes’, 2025

 

Q. 화면 속 몸은 현실과 살짝 어긋난 비율과 자세를 취하고 있어요. 작가님이 ‘몸’을 다루는 방식이 궁금해요. 

저는 몸을 하나의 구성 요소로 보고, 화면 안에서 흥미롭게 구현하려고 노력해요. 아름답고 관능적이지만 허리는 과하게 조여지는 등 왜곡돼 있고, 종종 현실에선 불가능한 포즈를 취하기도 하죠. 이번엔 허벅지를 맞댄 듯한 자세가 자주 등장하는데, 자기만족이나 황홀감, 변화 등을 떠올리며 작업했어요.  

 

‘Transgalactic Coquettes’, 2025

 

Q. 작가님 영감의 원천은 고전 회화부터 런웨이 패션, 아르데코 미학, 1980년대 플레이보이,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다양하죠. 이렇게 상반된 레퍼런스를 어떻게 한 화면에 조화롭게 담아내나요? 

늘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드로잉해요. 눈길을 끄는 게 있으면 본능적으로 사진을 찍고, 책이나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정보를 찾아보죠. 스튜디오에 가면 그 자료를 바탕으로 먼저 드로잉과 수채화를 시작해요. 본격적으로 회화 작업에 들어갈 때쯤이면, 그 이미지들이 이미 제 언어와 세계 안으로 들어온 상태가 돼 있죠. 설명하긴 어렵지만, 자연스럽게 하나로 녹아들어요. 

특정 모티프를 그림에 그대로 옮기는 건 아니에요. 더 넓은 차원에서 접근하죠. 예를 들어 아르데코 디자인이나 포르노 이미지를 볼 때도, 이미지 자체보다는 구도나 원근감, 그 전체적인 감각에 더 주목해요. 

 

‘Coco’, 2025


Q. 캐릭터들이 착용한 초커나 리본 같은 액세서리는 어떤 상상에서 비롯된 거예요?

초커와 리본은 나체를 더 강조해 주는 액세서리 같아요. ‘벌거벗은 것보다 더 벌거벗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좋아해요. 초커는 어떤 면에선 페티시적이죠. 목을 조이는 장식은 쾌락과 고통 사이를 상징하는 것 같아요.  

이번 시리즈에선 초커에 뼈나 하트 같은 오브제를 달았어요. 아스트로 푸들의 사냥 전리품이라고 상상해 봤죠.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잡은 뒤, 가죽을 벗겨 몸에 두르고 다닌 것처럼요. 이런 액세서리는 몸을 장식함과 동시에 힘과 권력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해요. 
 

@p21.kr

 

Q. 전시장 벽을 은빛 포일로 감싸 우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무중력 상태의 그림 속 캐릭터에 몰입하기 좋더라고요. 일상에서 그런 ‘붕 뜨는’ 듯한 경험을 해본 적 있나요?  

꿈꿀 때요. 꿈꾸는 동안은 마치 몸 밖을 벗어나 다른 차원에서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영적이고 즐거우면서도 때론 무섭기도 하죠.  

 

‘Cosmic Pilaf’, 2025

 

Q. 관객들이 작품 앞에서 자세를 따라 하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추천하고 싶은 ‘최애 포즈’가 있을까요?

‘Cosmic Pilaf’ 속 포즈요. 필라테스 동작에서 영감 받았죠. 발끝에서부터 몸을 들어올리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마치 지상을 떠나 영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는 듯한 감각이랄까요? 관람객도 제 그림 앞에 섰을 때, 잠시 몸을 빠져나와 제 캐릭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면 좋겠어요. 

 

 

'Astroleap’, 2025

 

 

 

소피아 미촐라 <Astropoodles>
🏛️ P21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66
🗓️ 5. 31~7. 12

에디터 최안나
사진 제공 비.프레임,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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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미촐라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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