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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감정은
연필 끝에서 흘러나오지

 

‘감정’. 어떤 현상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뜻하는 말이에요. 작가 김미래는 오랜 시간을 거치며 만들어진 감정을 마음속에서 건져 올립니다. 그리고 ✍🏻연필을 쥐어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과 기분을 그려나가요. 차곡차곡 쌓인 그녀의 '감정 기록'을 지금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룹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전시장 곳곳에 '숨겨진' 작품부터 13년 전 작품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미래 작가 
@gimmirae132

 


Q.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는 어떤 전시예요?

부산 출신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매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올해 선정된 젊은 작가 8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영상, 설치, 평면 등 제각각의 언어와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모였습니다. 저는 10년도 더 된 초창기 작품과 신작들을 들고 참여해요.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 전시 전경 ©비.프레임

 

Q. 10년간의 작업물을 한 곳에 쭉 늘어놓고 바라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정말 오랜만에 본 작품도 있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맞아. 내가 이렇게 분노에 찬 시절이 있었지’라면서 지난 시간을 떠올리고, 웃기도 하고. 그래도 대체로 즐거운 경험이었네요.


Q. 그림으로 감정을 들려줘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있어요? 

분명하게 느껴지는 감정인데, 말로 설명하려고 하면 그 감정으로부터 멀어져 버린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언어로 전달하는 대신 눈에 보이는 표현이 낫겠다 싶어서 그림을 그렸어요.

 

멀리 떨어져 있어 망원경으로 봐야 하는 작품 ‘신음하는 배수관’. 
망원경의 초점을 맞추는 행위를 통해 쉽게 잡히지 않는 감정의 모호함을 느껴볼 수 있다  ©비.프레임

 

Q. 작업의 주된 재료가 연필이에요. 

연필은 손목의 각도나 힘의 세기 등에 따라 세밀하게 다룰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해요. 제 안에 있는 내밀한 감정을 담아내기에 적합하죠. 그리고 종이 위에 연필로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작가 제공

 

Q. 작품이 미술관 곳곳에 숨겨지듯 설치되어 있어 놀랐어요. 계단 사이, CCTV 옆, 창문 위에서 작품을 발견할 때마다 꼭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았달까요?

제가 작업에서 다루는 감정이 그런 형태로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저기에서 생겨나고 때로는 꼭꼭 숨어있기도 해서 내 안의 감정 혹은 타인의 감정을 끝내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하잖아요.

 

계단 사이, CCTV보다 높은 벽에 설치된 작품  ©비.프레임

 

Q. 최근 인스타그램에 작품 위치를 알리는 사진을 올리셨던데, 작품을 못 보고 지나치는 관람객을 위한 힌트예요? 

처음에는 작품을 다 찾아내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좀 불안해지기는 하더라고요. 못 보고 지나친 작품이 있었다는 후기를 들으면 아쉬워서 작품의 위치를 조금씩 공개하기로 했어요. 천장에 그린 드로잉도 있고, 화장실 앞에도 작품이 있습니다. 

 

‘서늘한 어둠아래 먼지가 별이 되고, 오래된 바나나 껍질처럼 너덜거리는, 춤추는 지옥’, 2020~2025  ©작가 제공

 

Q. 이번 전시에서 신작은 총 여섯 가지예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예요. 좋은데 싫고, 행복한데 짜증 나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이요.

여러 시기의 감정이 뒤섞인 작품도 있어요. 2020년 작품 ‘서늘한 어둠아래 먼지가 별이 되고’와 ‘오래된 바나나 껍질처럼 너덜거리는’ 그리고 2025년 신작 ‘춤추는 지옥’을 하나의 화면에 한 덩어리로 합쳤어요. 각 시기에 느낀 감정이 서로 마주하고 부딪히고 맞물려요. 제목도 ‘서늘한 어둠아래 먼지가 별이 되고, 오래된 바나나 껍질처럼 너덜거리는, 춤추는 지옥’입니다. 

 

A4 크기 종이에 그림을 그린 뒤 이어 붙여 완성한 작품 ‘쉬잉 쉬잉’, 2019  ©비.프레임

 

Q. ‘쉬잉 쉬잉’은 A4 크기 종이에 그린 그림을 여러 장 연결해 완성한 작품이에요. 처음부터 큰 종이에 작업하지 않은 이유가 있어요?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작업실을 구할 수 없어서 집에서 그림을 그였어요. 공간이 좁아 큰 사이즈 작업을 할 수 없었죠. 그때부터 A4 크기의 종이 한 장으로 그림을 시작하고, 글이 있는 이야기책을 쓰는 흐름을 생각하며 한 장씩 이어 붙여갔어요. 왼쪽 맨 위에서부터 오른쪽, 그리고 아래 줄로 가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서는 흘러갑니다.

 

‘훈련소’, 2012  ©비.프레임

 

Q. 반면, 손가락만 한 크기의 인물들이 총을 들고 있는 작은 작품도 있어요.

2012년에 만든 ‘훈련소’란 작품이에요. 그 시기엔 청년세대의 불안감, 분노와 같은 감정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쟁취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세상에서 익숙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청년들을 총 든 모습으로 표현했죠.

 

성곡미술관 창가 벽에 작품을 설치하는 김미래 작가  ©작가 제공

 

Q. 감정을 소재로 삼아 그림을 그린 지도 10년이 넘었어요. 과거 작업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예전 작업은 감정이 지금보다 명확한 편이고, 그 기복도 커요. 시간이 흐를수록 작업에 담긴 감정이 복잡미묘해집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감정의 온도와 결을 살펴볼 수 있어서 저도 굉장히 재미있었고요. 전시장에 오신다면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변이를 주목해 보세요. 더 입체적이고 흥미롭게 보일 거예요.
 


Q. 최근에는 어떤 감정을 들여다보고 있는지 궁금해요.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커졌어요. 제 아이들이나 엄마의 감정을 작업의 원점으로 삼아볼까 해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얼마나 많이 캐치하고 이를 드로잉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탐구할 생각입니다.
 


Q. 이번 전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가 끝나면 올해의 하반기에 접어들어요. 작가 김미래의 남은 2025년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9월에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여름생색전> 전시에 참여하고요. 12월에는 부산에 있는 스페이스 위버멘쉬에서 개인전을 합니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서 202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평면 작업과 목공 작업을 하나로 결합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지치지 않고, 부지런하게 해보려고요.


 

김미래 작가 참여 전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

🏛 성곡미술관 2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 4. 10~7. 6

 

에디터 김래은
Tag
연필
드로잉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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