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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작가, 실험가⋯
어떻게 불려도 좋아요"

 

[🌐 4.22 지구의 날 인터뷰] 팬데믹 시기, 버려진 마스크로 의자를 만들던 23살 대학생 김하늘은 ‘친환경’이라는 수식어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내건 협업 제안이 곳곳에서 쏟아졌죠. 다양한 폐소재를 만지고, 자르고, 이어 붙이며 친환경이라는 감각을 몸으로 익혀갔습니다. 어쩌면 디자인보다 ‘실험’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사람. 작업을 시작한 지 5년 차가 된 지금, 그는 어떤 시선과 태도로 실험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인터뷰 미리 보기
▪️김하늘의 ‘에코 프랜들리’한 하루란?
▪️"디자이너, 작가, 실험가⋯어떻게 불려도 좋아요"
▪️‘케미’가 좋았던 폐재료는? 
▪️협업하고 싶은 기업은 구글! 이유는…
▪️전시 폐기물에 대한 솔직한 생각
▪️5년 뒤, 보여주고 싶은 것

 

 

포커스 아트 페어 뉴욕 2024에서
선보인 대표작 ‘스택 앤 스택’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에요. 지구에 친절한 하루를 보낸다고 상상한다면, 어떤 하루가 될 것 같아요?  

침대에 누워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떠올라요. 작업을 처음 시작한 5년 전부터 ‘어떤 행위가 지구에 가장 이로울까?’ 자주 고민했어요. 폐자원을 재창조하거나,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아니더라고요. 아무것도 생산하거나 소비하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존재하는 것. 그게 가장 지구에 이로운 일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절대 가만히만 있을 수 없는 바쁜 시대를 살고 있죠.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 ‘스택 앤 스택’, 2020
의자 형태의 모듈을 제작해 플라스틱 소재의 마스크를 녹이고 식힘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통해 수천 장의 마스크가 합쳐지면서 단단하고 질긴 내구성을 갖추게 된다


2020년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 ‘스택 앤 스택’ 이후 빠르게 주목받았어요. <뉴욕 타임스>, <스브스뉴스>에도 소개되고, 나이키, CGV 등 굵직한 브랜드들과 협업도 이어졌죠. 어느 순간 따라붙은 ‘친환경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받아들였어요?

경기도 여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나고 자랐어요. 낡고 세월이 깃든 풍경에 익숙하죠. 고기나 회도 숙성된 것을 더 좋아하고요. 그런 습성과 감각이 폐자원을 활용한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그 작업이 대중에게 소개되면서 ‘친환경’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제 이름이 자주 불리게 됐죠. 그래서 전 친환경이란 틀에 ‘갇혀 있다'기 보단 ‘소속돼 있다'고 느껴요. 자연스럽게 그 안에 머물고 있는 상태요. 

‘스택 앤 스택’을 만들 당시 저는 학생이었고, 소재나 작업 방식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어요. 그래서 벼락치기 하듯 공부하며 다양한 소재와 친해지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죠. 경험이 쌓일수록 ‘내가 정말 친환경 디자이너란 말에 걸맞은 사람일까?’ 고민하는 것 같아요. 해답에 다가가기 위해 여전히 공부하고 있고요. 

 


올해 2월엔 스티로폼으로 길고양이를 위한 쉼터를 만들어줬어요.

스티로폼은 가볍고 약한 소재이지만 열경화성 합성수지(PUA)를 분사 코팅하면 표면에 견고한 보호막이 생겨요. 실용성이 올라가죠. 작년 겨울, 폐스티로폼으로 소파를 만들었는데요. 작업 방식이 너무 재밌어서 ‘이걸로 뭘 더 해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겨울철 길고양이들이 떠올랐어요. 이미 많은 분이 스티로폼으로 고양이 쉼터를 만들고 있지만, 스티로폼은 장기간 야외에 노출되면 단열 효과가 떨어지거든요. 고양이가 발톱으로 긁다 알갱이를 삼켜 병에 걸릴 위험도 있고요.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해 본 셀프 프로젝트였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이 디자이너 김하늘과 협업해 전시 폐기물을 활용한 리빙 제품을 선보였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협업 과정은 어땠어요? 전시가 끝난 뒤 버려지는 석고보드가 벽걸이 후크, 수납 트레이, 도서 받침대로 재탄생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의 로고인 ‘MMCA’를 조형적으로 풀어내려고 했어요. M, C, A 세 알파벳의 꼭짓점을 이으면 네모, 동그라미, 세모가 만들어지더라고요. 그걸 기초 도형으로 나누고 조합해 제품 디자인으로 발전시켰어요. 석고보드를 친환경 레진인 ‘제스모나이트’와 혼합해 내구성 있는 소재로 만드는 과정이 꽤 까다로웠던 기억이 나네요.  


작가님의 작업을 보면 ‘디자인’보다 ‘실험’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어요. 자신을 어떤 디자이너라고 정의하나요?

실험가, 디자이너, 작가. 그 어떤 명칭도 좋습니다. 프로젝트마다 매번 다른 소재를 연구하고, 새로운 공법을 익히며 작업하다 보니 스스로를 하나의 타이틀로 정의하는 것이 작업의 폭을 제한할 수 있겠더라고요. 제 작업이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하나의 레시피를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누군가에겐 셰프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멋진 결과물 뒤엔 현실적인 고민도 따를 것 같아요. 전시 한 번에 수 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얘길 들으면 마음이 복잡해져요. 

한때는 그 점이 제게도 굉장히 부담이었어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사람이 전시를 위해 필연적으로 낭비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죠.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제가 참여하는 전시나 프로젝트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영향력을 선사한다면, 낭비를 초월하는 가치가 되지 않을까? 하고요.  

 



다뤄본 폐재료 중, ‘케미가 좋다’고 느낀 것도 있어요? 

작년에 이천시와 함께 폐도자기 램프를 만들었어요. 폐도자기 파편을 가져다 이음새를 맞추고 옻칠한 후 금박으로 마감했는데, 재료 자체가 친숙해서인지 작업 과정도 낯설지 않더라고요. 고향인 여주 바로 옆 도시라 이천도자기축제도 자주 놀러갔거든요. 조명 작업을 제대로 해본 건 처음이어서 더 기억에 남아요. 

 

WB-SB Table Lamp 09, 2024
폐도자기 파편의 이음새를 맞추고 옻칠한 후, 금박으로 마감해 완성한 램프


지금까지 협업한 브랜드만 30여 곳이 넘는데요. 모든 작업이 소중하겠지만,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프로젝트 하나만 꼽는다면요? 나만의 협업 기준도 궁금하고요. 

래코드 RE:CODE 10주년 기념 전시에 참여한 거요. 래코드는 버려진 의류를 비롯해 자동차 에어백, 시트커버, 군용 텐트 등을 활용하는 리사이클 기반 브랜드인데요. 부풀어 오르는 에어백에 착안해 폐에어백으로 30개의 빈백 소파를 제작하고, 에어백이 터지는 순간을 폐차로 재현한 설치 작업을 선보였어요. 그때가 뉴욕에서 전시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라 3일 만에 모든 걸 완성해야 했는데, 시간이 촉박한데도 왠지 모를 자신감에 차 있던 기억이 나요. 팀원들과의 호흡도 최고였고,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어요. 
 

폐차로 에어백이 터지는 순간을 재현한 설치 작업


협업 진행에는 개런티나 일정 같은 실질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이거,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 싶은 감각이 먼저예요. 그런 느낌이 들면 무조건 해요. 

 

직접 협업을 제안해 보고 싶은 브랜드도 있어요? 

예전 인터뷰에서도 몇 번 언급했는데, 구글이요.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2그램씩 배출돼요. 누적되면 꽤 큰 환경 문제로 이어진대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만한 아이디어가 있어요. 구글도 분명 재밌어할 거예요. 

 

영감을 주는 자연 친화적 브랜드나 인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존경하는 형이자 선배인 문승지 디자이너(@mun_seungji).  그동안의 프로젝트를 보면 ‘멋지게 친환경적일 수 있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분이라 많이 배우고 있어요. 

 


 

올해 1월, <월간 디자인> 표지에 나이키와 협업 해 만든 복싱 글러브를 장식했고, 2024 <데이즈드> ‘올해의 아티스트’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외부의 주목이 작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분명 멋지고 폼 나는 일이에요. 하지만 제게 진짜 중요한 건 가까운 사람들의 응원과 인정이에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인스타그램에 ‘아직 보여줄 게 더 많이 남았다’고 남긴 글을 봤는데, 살짝 다음 챕터를 귀띔해 주세요. 

가까운 계획으로는 MMCA와의 두 번째 협업을 준비 중이에요. 쿠팡, JYP와도 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고요. 그동안 기업 협업이나 프로젝트 전시는 많았지만, 아직 제 이름으로 여는 개인전은 선보인 적이 없는데요. 경력 10년을 채우는 2030년에는 그간의 작업 여정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대형 개인전을 열고 싶어요. 아직 5년 남았으니까 열심히 달려야 해요. 


김하늘이라는 사람을 3개의 해시태그로 설명한다면?

#지속가능한 #디자인 #리더

 

에디터 최안나
사진 제공 김하늘 디자이너
Tag
친환경
김하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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