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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카락이
어때서?
종이 조각가 신민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가 아니라, ‘잇몸이 없으면 턱뼈를 써라’를 모토로 삼는 사람입니다. 버티는 걸 넘어 뚫고 나아가겠다는 추진력, 그 에너지로 작가라는 직업도 스스로 개척했죠. 올해 🇭🇰아트 바젤 홍콩 첫 참여와 동시에 𝗠𝗚𝗠 디스커버리즈상 후보에도 오른 작가와 짧고 굵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왜 멈춰 서서 머리카락을 들여다봤을까요?

신민 작가
@fatshinmin
“안녕하세요. 시각 예술 작가로 활동하는 신민입니다. 주로 종이로 덩치가 큰 여성 노동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Q. ‘아트 바젤 홍콩’ 무대에 처음 선 소감이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어요. 공중파 라디오 생방송에 전화를 걸어 전문가에게 물어본 적도 있고, 미술 작가들에게 편지를 써서 조언을 구한 적도 있죠.
정확한 답을 얻진 못했지만, 작품을 만들고 발표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 작가가 되는 길이란 걸 서서히 깨달았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점점 알아봐 주는 사람이 늘었죠. 그러다 지난해 P21 최수연 대표님의 연락을 받았고, 이번 아트 바젤 홍콩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신인 작가에게 주는 𝗠𝗚𝗠 𝗗𝗶𝘀𝗰𝗼𝘃𝗲𝗿𝗶𝗲𝘀 𝗔𝗿𝘁 𝗣𝗿𝗶𝘇𝗲 최종 후보로도 선정됐어요. 기분이 어때요?
20년 전, 해외 미술 잡지에 실린 갤러리 연락처로 포트폴리오를 보내던 제가 드디어 그 꿈에 한발 다가서게 됐어요. 해외 미술계에서 제 작업이 어떻게 읽힐지 궁금했는데, 후보에 올라 정말 기쁩니다.
*𝗠𝗚𝗠 𝗗𝗶𝘀𝗰𝗼𝘃𝗲𝗿𝗶𝗲𝘀 𝗔𝗿𝘁 𝗣𝗿𝗶𝘇𝗲 - 신인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2025년 최초 론칭

Q. 이번에 선보이는 ‘유주얼 서스펙트’와 ‘세미(世美)’ 시리즈는 "우리는 왜 털을 징그러워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들었어요.
예전에 서비스직으로 일할 때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 머리카락에 대한 불만이 자주 올라왔어요. 그럴 때마다 관리자들은 CCTV를 돌려 해당 시간에 누가 음식을 만들었는지, ‘범인 찾기’에 들어갔죠.
그 모습을 보며 인간의 몸, 그중에서도 털에 대한 혐오를 떠올리게 됐어요. 바퀴벌레보다 더 소름 끼치는 제품 속 노동자의 머리카락. 완벽히 제모 되거나 멸균될 수 없는, 우리들의 불완전함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Q. 검정 리본 ‘머리망’은 어떻게 작업에 연결된 거예요?
국내 여성 서비스 노동자들이 유니폼처럼 착용하는 머리망이 자본주의 안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통제되는지를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안에 얌전히 정리된 머리카락은, 제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을 응축하고 있죠.

Q. 씩 웃고 있는 듯한 입, 과장된 눈동자… 종이 조각의 표정이 묘해서 자꾸 시선이 가더라고요.
수많은 계약서와 서약서 속에 감춰진 우리의 속마음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고 싶었어요. ‘X발,’ ‘X까’ 같은 거친 말들이 마스크 속 입 모양으로만 맴도는 현실 말이죠.
Q.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할 관객들이 ‘이건 꼭 보고 갔으면 좋겠다’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요?
‘노동자의 털’, ‘종이로 만든 사람’, ‘겹겹이 붙인 기도문’.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Q.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작업실이 없어 7평짜리 원룸에서 큰 조각을 만들었는데, 현관문을 못 빠져나가 낑낑대다 옆집 할머니의 도움으로 꺼낸 적이 있어요. 종이로 만든 커다란 머리통을 신기해하며 재밌게 봐주셨죠.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Q. 이번 페어가 끝나면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4월 12일부터 P21에서 개인전 <으웩!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열리고, 4월 25일부터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제 작품 ‘주문하신 소프트콘 두 개’를 모티프로 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전시 <아이스크림 똥>이 열립니다.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학벌도, 인맥도, 돈도, 유창한 영어 실력도 없지만, 똥 밭을 좌로 굴러 우로 굴러 결국 작가가 되는 방법을 몸으로 증명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