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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에 담은 은폐된 욕망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은 ‘비엔날레급 전시’라는 평도 들립니다. 아시아 11개국에서 온 동시대 여성 작가의 작품 1백30여 점이나 선보이거든요. 그중 이은실 작가의 얽히고설킨 동물 꼬리 이미지와 여러 겹 쌓은 색이 돋보이는 한국화가 특히 궁금했어요. 대규모 기획전에 참여한 소감부터 작품 의도까지. 미술관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이은실 작가는 한국화 재료와 기법을 바탕으로 인간의 은폐된 욕망을 모티프로 삼습니다. 중심부에서 밀려나 숨겨진 금기는 해소되지 않고 갈등으로 발현되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억압된 구조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야기를 뒤틀린 공간, 신체 일부와 장기, 왜곡된 동물 이미지에 비유해요. 

 

지난 6월,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서 높이만 4.9미터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이번엔 ‘신체성’ 주제로 방대한 규모의 전시에 참여하셨는데, 다양한 작가와 함께한 소감이 어떤가요? 

예술에서 ‘몸’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 중요해요. 신체처럼 가장 본질에 가깝고도 개인적인 존재는 없으니까요. 여러 매체와 세대, 국적을 넘나드는 많은 작가님과 의미 있는 주제로 한곳에 모일 수 있던 기회라고 생각해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전시 중인 작품. ‘Superposition State’, 장지에 수묵 채색, 2019


2019년 작 ‘중첩 상태 Superposition State’를 선보여요. 딱딱한 구조물과 털 달린 꼬리 모양에 시선이 가요. 그릴 당시 의도가 궁금해지네요. 

각진 틀은 ‘집의 구조’이기도 해요. 개인의 욕망이 한정된 구조 안에서 입체적으로 발현되는 모습을 담았죠. 외부 제약으로 완전한 형태를 드러내지 못한 채 공간에 짓눌려 기이하게 변하는 모습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표현했어요. 

 

특히 집 구조에 주목한 이유가 있었나요?

욕망은 한 개인이 있는 시공간, 외부 환경과의 상호 작용에 따라 나타나는 형상이 달라지는데요. 집은 사람의 일차적인 욕망이 투영되거나 해소되는 장소라 관심을 두었어요. 그 구조를 보면 욕망이 어떻게 움직이고 변하는지 이해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근원이 되는 공간이네요. 같은 작품도 어떤 장소와 맥락에 두는지에 따라 관객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1960년대 이후 아시아 여성 작가들의 작품 사이에 놓인 작가님 그림엔 또 어떤 의미가 생길까요? 

사실 전시에 참여하는 사람보다 관객의 시선으로 감상했어요. 수십 년 전부터 시대를 견뎌온 선배들의 작업이 지금 토대를 만들었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것도 그 덕이고요. 단지 조금씩 쌓인 한 줄과 한 장면이 모여 만든 큰 힘에 감탄했어요. 제 작품은 그중 한 지점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예민한 심장Ⅰ’, 장지에 수묵 채색, 2020


이번 전시작 말고도 그동안 동물의 꼬리, 장기 일부, 틀어진 공간을 주목하고 비유 대상으로 삼아왔어요. 

일종의 장치이자 본능을 엿볼 수 있는 모양이에요. 욕망은 억제하면 당장 시각적으로 튀지 않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노출되고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엉망이 된 시간, 뒤엉킨 공간’, 장지에 수묵 채색, 2021

 
폐쇄적이고도 불편감을 느끼는 이야기에도 꾸준히 집중했어요. 불편한 것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지 않나요?  

곁에 있지만 숨기는 것, 밖으로 꺼내려 하지 않는 것이 흥미롭죠. 먼 미래나 과거, 남의 이야기라면 큰 느낌이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현재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각자 불편해하는 장면들이 더러 있어요.

 

일관된 테마에서 작업을 지속하는군요. 

그렇죠. 최근에도 큰 맥락은 같지만, 주제를 세분화해서 들여다봤어요. 욕망 자체뿐만 아니라 욕망이 억압되다 발현됐을 때 나타난 구체적인 현상을 보죠. 예를 들면, 정신 질환이나 분열된 심리 상태처럼요.
 

‘Mind Full’, 장지에 수묵 채색, 2024


전통 재료를 활용하지만 파격적인 분위기, 금기시된 모양이 드러나는데요. 익숙함과 낯섦의 대비가 흥미로워요. 

거친 내용을 일부러 부드러운 붓 터치로 표현하기도 해요. 고정된 이미지, 진부한 표현이 무엇일지 신경 쓰지 않고 말하려는 주제에 최대한 집중하면 일반적인 관념을 벗어난 작업이 나와요. 눈에 익지 않은 내용과 기법의 간극이 클수록 그 사이에서 충돌하는 에너지가 발생해서 전달하는 힘이 세지기도 하거든요. 
 

‘Intimate’, 장지에 수묵 채색, 2024

 
과거 한 인터뷰에서 옅은 톤의 안료를 몇십 번 반복해 겹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어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장지 위에 밑 색을 올리기 위해 수십 번의 채색을 해요. 밑바탕을 다 올리면 전사 작업으로 스케치를 본 화면에 옮깁니다. 그러면 그리려는 형태가 얇은 선으로 남아요. 그리고 채색을 조금씩 쌓으며 긴 시간에 걸쳐 그려요. 

 

오랜 시간을 쌓아 올리며 유의하는 태도도 있을 듯해요. 

눈앞에 보이는 것에 급한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렇지만 서두르지 않으려 해요. 시간을 차곡차곡 담고, 끊임없이 바라보며 호흡이 들어가게끔 노력해요. 긴 호흡으로 멀리 가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죠. 
 

‘Inner space’, 장지에 수묵 채색, 2022


바쁜 연말을 보내신다고 들었어요.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기획전 두 곳에 참여해요. 경기도미술관에서 막 시작된 전시 <알고 보면 반할 세계>와 11월 28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릴 전시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 지금 이은실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가 궁금하다면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주소|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기간|~2025.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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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원윤지
Tag
이은실
인터뷰
한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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