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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위 온기를 담는
작가 정임정 

 

정임정 작가는 자작나무 위에 사물과 자연을 그립니다. 일상의 익숙한 찻잔도 부드러운 나뭇결에 담으면 아늑한 장면으로 바뀌어요. 한 화면에서 균형감을 찾아 숲속 풍경과 그릇을 배치하면, 그 자체로 바깥이 보이는 창문이 되기도, 공간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가구가 되기도 하죠. 온기 가득한 세계가 펼쳐지는 전시장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봤어요.
 


 

‘A Moment of Calm’


지난 4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브리즈 아트 페어’ 이후로 또 뵙게 되어 반가워요. 당시 16점이 판매될 정도로 현장 반응이 좋았어요. 

제 작품을 좋아해 주는 분들과 만날 수 있어서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진심 어린 응원도 많이 받아서 감사했습니다. 더 꾸준히 작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고요의 온기> 전시 현장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첫 개인전이라고 들었어요. 그간 그룹전 위주로 참여하셨는데, 개인전을 준비할 땐 또 다른 느낌이었을 듯해요.  

개인전은 오롯이 제 작품으로만 꾸려야 하다 보니 걱정이 됐죠. 성실하게 작업하는 다른 작가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만큼 설레고 기쁘기도 했어요. 전시장을 찾는 분들이 잠시라도 각자의 불안을 내려놓고, 휴식과 따스함만 담뿍 가져가기를 바라며 열심히 준비했어요. 
 

‘Calm’


전시 제목 <고요의 온기>에서 작가님의 해석이 슬쩍 보여요. 고요함은 쓸쓸함과도 연결되곤 하잖아요. 그런데 온기가 있다니 평소 따뜻한 시선을 지녀야 나올 수 있는 제목 같아요. 

그런가요? 어릴 땐 말수가 없는 편이어서 혼자 보낸 시간이 많았거든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주신 명화집을 보며 그림을 따라 그렸어요. 특히 정물화와 풍경화를 보면 불안하거나 초조한 감정이 다 도망갔죠. 지금도 테이블과 선반에 놓인 소품을 눈으로 찾곤 해요. 그리는 사람이 먼저 마음을 정돈해야 표현에도 그 상태가 드러나는 듯해서요.  
 

집 밖으로 보이는 풍경 ⓒ정임정


작가님이 보낸 고요한 순간은 안정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네요. 전시작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도 있어요?  

‘A Happy Winter’. 제가 사는 집 밖으로 숲이 펼쳐져 있는데요. 겨울에 눈 쌓인 풍경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눈에 둘러싸여 시간이 멈춘 그때를 담고 싶었어요. 화면을 분할해서 은은한 불빛이 새 나오는 집과, 겨울 식물인 산사나무 열매와 가문비나무를 담은 그릇을 그렸어요. 바깥과 실내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연출했어요. 
 

작가가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으로 꼽은 ‘A Happy Winter’

 

 ‘Yellow Jug and Bowl’


머그잔과 항아리, 그릇과 화병은 무언가 퍼 담는 목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림에 표현한 순간부터 특정 용도를 위한 물건이 아닌 그릇 그대로가 작품이 되는 점이 흥미로워요.

많은 설명이 아니라 평온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비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도자기 그릇부터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서적도 많이 찾아보거든요. 박물관이나 도예 마을도 방문하며 다양한 질감을 탐구하기도 하고요.
 

‘Calmness IV’


자작나무에 작업을 하면 캔버스를 다룰 때와 확연한 차이가 있지 않나요?  

환경에 영향을 받는 나무 특성상 밑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해요. 나무를 보호하고자 우드 스테인으로 마감 작업을 하고 스케치를 해요. 그리고 젯소, 질감을 표현하는 모델링 페이스트, 아크릴 물감, 오일 물감 등을 덧바르며 조금씩 쌓아가죠.  

 

하나의 가구를 만드는 일처럼 보이기도 해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도 자작나무를 고른 계기가 있어요? 

아치형부터 정사각형, 서랍처럼 길쭉한 모양까지. 원하는 대로 잘라서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구현할 수 있어요. 작품이 될 면이 곧 선반 장이라고 상상하며 칸을 나누기도 해요. 이번 전시에서도 기존 캔버스 규격과 같은 사이즈는 거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진행했던 수공예 수업에서 주로 나무를 사용했는데요. 오랜 시간 매만지다 보니 나무가 오히려 더 친숙해요.  
 

‘공간의 위로’


그동안 일과 작업을 병행하다 현재는 작업에만 몰두한다고 들었어요. 각기 다른 두 환경을 오가는 일은 쉽지 않았겠어요. 

미술 수업을 15년 동안 해왔어요. 다양한 분과 만나며 함께 그림 그린 시간도 소중하지만, 늘 있던 곳에 안주하면 변화를 떠올리기 어렵잖아요. 수업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제가 좋아하는 건 놓치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생긴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유를 찾은 기분이랄까요.  
 

작업실 모습과 반려묘 ⓒ정임정


차분한 분위기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생각을 정리하는 나만의 방법도 있을 거 같아요. 

특별한 루틴이 있다기보다 일상에서 작은 틈을 찾아요. 집 앞 공원을 걷거나, 작업실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바흐의 ‘Siciliano BWV 1031’을 들어요. 반려묘 구구, 미카를 돌보기도 하죠. 때로는 집 안을 정리하며 일부러 공간의 여백을 만들어요.
 

‘The Moment of Travel’


벌써 연말 시즌이 다가오네요. 올해 남은 계획이 있다면요? 

12월 말, 대만에서 열리는 가오슝 아트 페어에 참가해요. 2025년 상반기엔 부산에 자주 가겠네요. 개인전과 아트 페어가 예정돼 있거든요. 부산엔 처음 가는데, 다가올 내년이 기대돼요!  

 

<고요의 온기 𝗧𝗵𝗲 𝗪𝗮𝗿𝗺𝘁𝗵 𝗼𝗳 𝗦𝘁𝗶𝗹𝗹𝗻𝗲𝘀𝘀>

📆 ~12. 1
🏛️ 안다즈 서울 강남
📍 서울 강남구 논현로 854, 1층

 

 

에디터 원윤지
Tag
정임정
안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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