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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의 아트 신을 움직이는 사람들

 

키아프리즈 아트 페어가 열린 9월 초, 서울은 밤낮으로 환했어요. 아트 나잇 행사에 기존 삼청, 강남, 청담에 이어 올해는 을지로가 추가됐거든요. 상업 갤러리가 밀집한 앞선 세 지역과 달리 오래된 건물에 자리 잡은 전시장도, 소개하는 작가도 남다르다는 소문이 아트 피플 사이에서 자자했어요. 이벤트 준비 과정부터 일터로 본 을지로의 모습까지! 아트 나잇에 참여한 스폿 3곳에 찾아갔습니다.
 


여기서 잠깐! 예술가들이 을지로에 모인 배경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곳! 1층엔 인쇄소와 공업소, 2층에 카페와 맛집이 있는 식이죠. 힙지로라는 별명을 얻은지도 대략 5년째. 이 독특한 분위기는 약 10년 전, 청년 예술가들이 몰려들며 시작됐는데요. 1~5호선에 걸친 교통의 중심지인 데다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작업실 구하기에 제격이었거든요. 지금은 주변 가게가 수시로 바뀌는가 하면, 재개발 문제도 끊이지 않지만, 변화하는 생태계에서도 아트 에너지는 여전히 을지로에 흐르는 중인데요. 그 배경이 무엇일지 따라가 봤어요.


 

⓵ 공간 형  
@artspace_hyeong

김은희 대표﹒장성욱 디렉터 

2017년,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형 兄처럼 예술가를 지원하고자 오픈! 새로 마련한 5층짜리 공간 & 작은 큐브 전시장을 운영해요. 작가와 관객을 연결하는 아트 바를 비롯해 앞으로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는 복합 아트 공간을 꿈꾸는 중. 📍공간 형 서울 중구 을지로 134 1-5층 /  공간 형 큐브 서울 중구 을지로 105 3층 


아트 나잇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해요. 

을지로는 프리즈 오픈 직전에 확정된 지역이에요. 올해 새로운 전시장도 생겼고, 다양한 관객과 만나보고자 기회가 닿는 대로 해보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서용선, 윤동천, 오원배, 김기라 작가가 참여한 전시 <this is today> ⓒ공간 형


시간이 촉박했을 텐데 행사 구성이 풍성했어요.

아마 을지로에서 이벤트 규모가 가장 크지 않았을까요? 중견 작가와 청년 작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를 준비했어요. 윤동천, 우언배, 김기라, 서용선 작가와 유화수, 전장연, 신종민 작가가 참여했죠. 관객이 작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참여형 프로젝트 <두고보자> 와 디제잉 공연, 드링크와 바베큐도 더했죠. 1층 카페와 협업하고, 선후배 작가와 그 친구, 친구의 친구가 다 함께 만들었어요.

 

준비한 초대장 2백개가 금방 마감됐어요. 

감사한 일이에요. 많은 관객을 동시에 만난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한 자리에서 40분 동안 이야기 나누기도 하면서 느낀 건 ‘통로가 필요하구나’였어요. 관객이 없고 콜렉터가 없는 미술 신은 살아날 수가 없잖아요. 앞으로 관객과의 접점을 더 찾아보려 해요.
 

유화수 작가 개인전 <에코 메트로 팰리스>가 공간 형에서 진행 중인 모습 ⓒb.frame


아트 공간을 운영하며 체감한 을지로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을지로’ 하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어요. 투쟁하고 이념적인 말이 오가는 와중에 젊은이가 모이는. 사실 처음 공간을 열 때 그런 분위기를 고려하진 않았어요. 유동 인구가 많고, 쉽게 지하철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나는 하얀 전시장인 ‘화이트 큐브’를 생각했죠. 그러나 이곳에 자리 잡은 이상 ‘을지로성’과 완전히 떨어져 있을 수 없더라고요. 최근엔 을지로에 박힌 흔한 이미지 말고 지역성을 나름대로 해석해 보는 중이에요.

 

공간 형이 찾은 을지로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세대가 연결될 수 있는 곳 같아요. 억지로 덧붙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70대 작가와 20대 작가가 각각 전시를 열면, 각자의 또래 관객이 와서 다른 세대의 전시도 볼 수 있어요. 지금을 인정하고 모두 늘어놓아 보는 거죠. 

 


 

⓶ 을지로 OF 
@55ooofff

오웅진 대표 

2017년, 처음엔 전시장이 아닌 작업실 용도로 시작했어요. 4층을 구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5층까지 얻었어요. 전시장 이름이 그래서 오브(5F). 작품 리스트를 메일링하는 것도 아니지만 오브 작품을 구매하고, 소장하는 콜렉터도 있다는 사실! 📍을지로 OF 서울 중구 창경궁로5길 31 3층


아트 나잇를 맞아 어떤 이벤트를 진행했나요? 

악곡의 형식을 탐구하는 전시 <푸가의 즐거움>을 저녁 10시까지 연장했어요. 미공개 작품을 추가로 소개했고요. 전시의 앞뒤 서사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트 나잇에 오브도 이번이 첫 참여잖아요. 색다른 경험이었을 텐데요.

평소라면 만나지 못할법한 관객도 많이 만났어요.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뭐하는 거냐며 묻기도 했어요. 연결될 수 없을 것만 같던 연령대까지 뻗어 나가는 신기하고 유쾌한 경험이었고요. 더 많은 관객에게 작가와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박선영, 박지원, 조재한, 최윤석 작가의 전시 <천국보다 낯선> ⓒb.frame


전시장은 갈색 문이며 햇살이 드는 창문을 보니 누군가의 방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누군가 거주한 오래된 주택을 개조했어요. 앞서 소개했던 4-5층 공간은 재개발 문제로 지금의 전시장으로 옮겨왔는데, 공간 레이아웃은 그때와 비슷해요. 

 

몇 년간 전시 공간을 운영하며 을지로의 변화를 몸소 겪었겠네요. 소문을 떠나서 정말로 핫한 동네인지도 궁금해요.

이제 마냥 변방이라고 부르기 힘들어요. 즉석 사진관과 코인 노래방이 들어올 정도로 소위 ‘핫한’ 동네가 됐어요. 그러나 창작자 입장에선 단지 신기하다는 느낌에서 그치진 않을 거예요. 그 이상의 안도감? 이곳을 오래 지켜온 어른들은 우리처럼 손으로 무언가 계속 빚고 조립해요. 장르를 초월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본인의 움직임과 겹쳐 볼 장면이죠. 
 

을지로 OF의 외관 ⓒb.frame


앞으로의 오브는요? 

을지로만의 색깔 속에서 거주민과 작가가 서로를 의식하는 순간을 놓치지 말았으면 해요. 오브도 같은 속성을 지향하는 공간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전시장의 경우, 올해는 매체를 실험하는 해였는데요. 70년대생부터 90년대생까지, 참여 연령대와 작품이 다양했듯 내년도 올해처럼! 

 


 

⓷ 스페이스 카다로그 
@cadalogs_space

조형준 대표 

운영한 지는 3년 반 정도. 거창한 수식어 대신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곳’이라는 말이 어울려요. 스페이스 카다로그에서 전시를 열면, 맞은편 건물의 카페 카다로그에서 전시 관련 메뉴를 맛볼 수 있어요. 둘로 나뉘어 있지만 작품을 경험하는 하나로 연결되죠. 📍스페이스 카다로그 서울 중구 수표로 58-1 3층 / 카페 카다로그 서울 중구 을지로 105 이화빌딩 4층


아트 나잇에 을지로가 신설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땠나요? 

제가 다른 나잇 행사에 가본 적은 없어요. 게다가 큰 지원은 별도로 없어서 어떻게 진행할지 고심했는데요. 맥락 없이 파티를 열면 괜히 어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전시의 연장선에서 작가 이야기를 더 들려주고자 했어요. 

 

단순한 아티스트 토크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공사 중’을 뜻하는 ‘언더 컨스트럭션’을 행사 이름으로 붙였어요. ‘전시를 설치하던 작가가 잠시 쉬는 중이다. 그때 손님들이 찾아왔다’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진행했어요. 
 

김소이 작가의 개인전 <코티드 필드>가 진행 중인 스페이스 카다로그 전시장 ⓒb.frame


흥미로운 콘셉트 덕분인지 몰입하게 되네요. 공간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왔어요. 

페이지룸 8과 협력한 전시로, 이동근 작가는 두 공간을 오가며 준비할 때였죠. “아무도 안 오면 준비한 음식 그냥 우리끼리 먹자”라고 농담하기도 했어요. 생각보다 많이 와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내년에 또 참여할 의향이 있나요?

작가님이 많이 고생하셨는데, 기회가 된다면 또 해봐도 재밌을 거 같아요. 관객을 한꺼번에 마주하는 것도 색달랐고요. 자체적으로 홍보를 안 했는데도 찾아온 점이 신기했거든요. 
 

카페 카다로그에서 김한샘 작가의 전시 연계 메뉴를 판매하기도 ⓒ카페 카다로그


전시장과 카페를 운영하며 본 을지로는 어때요? 힙지로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요.

힙지로라는 말이 나온 지 3년이 넘었으니 요즘엔 그 붐이 사그라드는 추세가 아닌가 싶어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지역을 보면, 처음에 낮은 임대료에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모이고요. 그다음 카페, 술집, 큰 업체 순으로 들어오며 임대료가 오르는 식이거든요. 을지로도 비슷한 양상이에요. 다만 많은 창작자들이 일부러 ‘힙지로스럽게’ 꾸미진 않는다는 게 공통되겠네요. ‘힙지로’라는 말은 일종의 이미지고, 하고 싶은 거 할 뿐이죠. 

*젠트리피케이션: 도심 인근의 구도심 지역이 살아나며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며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스페이스 카다로그의 향후 모습은요? 

큰 계획은 없고, 꾸준히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작업을 소개하고 싶어요. 카페 카다로그에서 일하는 직원도 작가고, 로고 디자인도 현업 아티스트가 했어요. 창작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죠. 작가 입장에서 처음 전시했던 공간이 사라지면 슬플 거 같아요. 오래도록 지속해야 이곳에서 전시했던 작가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 각 대표가 경험한 을지로의 지역적 장점은? 
 

공간 형 “2030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볼 수 있죠. 사무실이나 작업실을 개조한 작은 전시 공간도 많고요. 작품의 퀄리티가 보장이 된다면 보는 사람은 더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죠. 이건 을지로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와 운영자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거예요.”

을지로 OF “공간을 운영하며 지역의 영향을 안 받는다고 말할 수 없어요. 이곳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에게서 창작자들이 유사성을 찾아내기도 할 거예요.”

스페이스 카다로그 “요식업이 가능한 건물은 임대료가 많이 올랐죠. 그런데 접근성 좋고,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곳도 구할 수 있어요. 젊은 기획자나 창작자 입장에서 공간을 얻기 수월한 면이 있어요.”

에디터 원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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