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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히 움직이는 ‘집사람’의 초상 

 

‘10월 추천 전시’에도 소개한 권순영, 이미정의 2인전 <오싹하게 부드럽게 Whispers of the Unsettling>기억나세요? 직접 찾은 현장에서 접한 회화 같기도, 조각 같기도 한 👤검은 실루엣이 한동안 아른거리더라고요. 알고 보니 합판을 활용한 ‘조립식 회화’! 작품의 창작자 이미정 작가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내 궁금했던 점을 물었어요. 전시장에선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이미정 작가는 익숙한 이미지 아래 깔린 동시대의 보편 가치를 ‘조립식 회화’로 재현해요. 이번 전시에는 꾸준한 관심사였던 ‘집’이라는 공간에서 나아가 ‘집사람’이라 이름 붙인 검은 실루엣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 노동의 현실을 짚어냅니다.

 

이미정, ‘집사람_그릇 닦기’, 2024 ©Space WillingNDealing

 

‘조립식 회화’라는 방식을 택한 계기가 있을까요?

‘조립식 회화’는 평면과 입체를 자유롭게 오가고, 조립과 배치에 따라 ‘표정’이 바뀔 수 있는 작업이에요. 공간 위에서 매번 새롭게 펼쳐지는 회화죠. 예전부터 자작나무 합판을 주재료로 사용해 왔는데요. 재료의 특성과 활용성을 익히는 과정에서 저의 평면적 사고와 판재의 물성이 만나 지금의 ‘조형 언어’가 자리잡았어요.

 

전시 <오싹하게 부드럽게 Whispers of the Unsettling>에서 선보인 작품은 일명 ‘그림자 노동’이라 불리는 가사 노동을 이야기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주제예요?

창작의 계기와 동력을 대부분 삶에서 얻어왔는데요. 첫 독립 후 스스로 집을 꾸리는 과정에서 ‘집’을 둘러싼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 거 같아요. ‘집’이라는 사회적 지표, 집을 꾸미는 데 사용되는 사물과 장식의 이미지를 작업에 녹이면서 오랜 시간 집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게 됐어요. 잘 정돈된 매끈한 집 뒤편에 자리한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죠.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서사를 전시장이라는 무대로 올려보고자 했어요. 더불어 ‘집’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 애쓰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헌정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개인전 <The Gold Terrace>(아트딜라이트, 2018)가 첫 번째로 선보인 결과였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이미정, ‘끝나지 않는 집안일_그릇_02’, 2024 ©Space WillingNDealing

 

“제 작품을 보고 관객이 자신을 대입해 보는 방식을 좋아해요. 작품에 다가가 자신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그 과정에서 공감하고 사유하고, 나아가 관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작가와 관객은 서로 전혀 알지 못하지만, 가운데에 있는 섬에서 잠시 만나는 것처럼, 낭만적인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주인공 ‘집사람’은 마치 요술을 부리는 캐릭터 같아요. 탄생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집에 있는 사람, 집안일을 하는 사람의 분주한 움직임을 ‘초상화’ 형식으로 보여주고자 했어요. ‘초상화’는 대상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드러나는 헌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림자 노동’이란 말의 재미에서 출발해 검은 실루엣을 떠올렸고, 움직임의 효과를 어둠 속의 빛처럼 그려봤어요. 감춰져 있던 검은 그림자가 전시장의 흰 벽을 만나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집사람’으로 표현된 인물의 성별이 특정되지 않도록 유의하기도 했습니다. 

 

전시 <오싹하게 부드럽게> 전경, 2024 ©Space WillingNDealing

 

전시 <오싹하게 부드럽게 Whispers of the Unsettling>의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요?

권순영 작가님과 함께하는 2인전인데요. 작품의 주제나 기법의 교차점으로 기획된 전시가 아니기 때문에, 두 작가의 작품 사이에 흐르는 유대감과 긴장감을 관객 스스로 찾아나가는 재미가 있는 전시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들과 권순영 작가님의 작품이 호응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게 할 거예요.


가장 좋아하는 것과 힘들어하는 집안일은요?

요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가장 꺼리는 일은 옷을 개는 거예요. 


남은 2024년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에요? 

내년에 예정된 전시를 찬찬히 준비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몇몇 그룹전과 2인전에서 선보였던 작업을 토대로, 보다 많은 단어와 문장들로 구성된 긴 이야기를 만들어보고자 해요.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려요.

 

이미정, ‘움직이는 행주_01, 03, 02, 04’, 2024 ©Space WillingNDealing

 



🔎 지금 열리고 있는 이미정 작가의 전시가 궁금하다면

<오싹하게 부드럽게 Whispers of the Unsettling>
주소|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48-1,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기간|9. 27~10. 20
지도보기

에디터 김래은
Tag
이미정
조립식회화
그림자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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