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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처럼 고요히
장가노(@_zangano) 는 텅 빈 곳에 가만히 있는 순간이야말로 ‘나답다’고 느끼는 사람이에요. 아침에 눈 뜨면 기신기신 몸을 움직여 거실로 먼저 향하죠. 쿠션감 좋은 캠핑 의자에 풀썩 앉아 느긋한 시간을 보내려고요. 친구들을 위해 안주를 만들기도, 틈틈이 드로잉 수업을 하기도, 묵묵히 그림도 그리지만, 아무도 없는 거실에 고요히 머물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장가노. 한없이 게으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안온함과 위안을 주는 사물에 대해 그가 이야기했어요.

“시선 닿는 대로 움직여요. 묵묵히 그림을 그리다 식물이 눈에 들어오면 물을 주고, 다시 폰을 만지작거리는 식이죠. 저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요? 음···. 뭐가 가장 없는 곳이 제 성격과 가까운 곳인 것 같아요.”
1. 콜맨 캠핑 의자

“소파는 뭐랄까요. 좀 상징적인 물건인 거 같아요. 침대와는 좀 다른 개념의 ‘쉼’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취 초년생 시절, 소파를 놓을 수 있는 넓은 공간으로 이사 가는 게 나름 목표 같은 거였어요. 근데 처음 구한 자취방은 침대 하나 겨우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죠. 방의 몸집도,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아서 소파 대신 구입한 게 이 캠핑 의자예요. 집이 한강 근처였는데, 한강에도 가지고 다닐 겸 해서요. 주변에선 사지 말라고 말렸지만, 쿠션감이 꽤 좋아서 의외로 편해요. 아침에 눈 뜨면 씻지도 않고 이 의자를 찾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여기 앉아서 보내는 것 같아요.”
2. 반려식물


“몬스테라, 홍콩야자, 떡갈나무 등 일곱 가지 식물을 키우고 있어요. ‘키운다’는 개념이 반려동물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잖아요. 식물은 지금의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키울 수 있는 생명체 같아요. 투명 화분에 담긴 이름 모를 아이를 가장 아끼는데, 대구에 놀러 갔다 터미널 근처 식물가게에서 여자친구가 사줬어요. 고사리처럼 구불구불한 잎이 뻗어 난 모습이 맘에 들더라고요. 급히 사느라 이름은 못 들었지만, ‘심지 부분에 물을 주지 말라’는 조언만은 기억하고 있죠. 이리저리 살피면서 각 식물의 특징을 배우고 있어요.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즐거움이요? 음···. 솟아나는 새잎 보는 것도 재밌고, 말이 없다는 점도 좋아요.
3. 카우보이 비밥 X 88라이징 러그

“언젠가 친한 형의 소개로 아트 토이 작업을 하는 작가님과 드로잉 수업을 했어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작업실에서 인체 드로잉 클래스를 열거든요. 함께 그림도 그리고 친목 도모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죠. 수업료를 낸다기에 괜찮다며 거절했어요. 근데 어느 날, 이 러그를 선물로 건네더라고요.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실사화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 기념 굿즈 중 러그가 맘에 든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스쳐 지나듯 얘기한 걸 작가님이 기억해 준 거예요. 세심함에 크게 감동했죠. 마침 저희집 현관 크기와도 꼭 맞아서 하루의 시작과 끝에 항상 기분 좋게 마주하고 있어요.”
4. 해밀턴 손목시계

“2차 세계대전 당시 해밀턴이 영국 공군에 납품한 군용 파일럿 시계 ‘W10’을 복각한 제품이에요. 친한 형이 차고 다니던 건데, 다른 시계가 생겼다고 저에게 저렴하게 넘겼죠. 빈티지스러운 디자인, 세월이 지나 숙성된 가죽 스트랩, 작은 알 크기까지, 구석구석 맘에 들어 탐내던 거였어요. 이 시계를 차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원래 주인이 멋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사람이 애정을 담아 쓰던 물건이 저한테 오면, 취향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도 덩달아 멋진 사람이 될 것만 같고요. 새것보다 사용감 있는 물건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최근엔 오버홀과 방수 처리까지 완료했어요. 오래 아껴주려고요.”
5. 드로잉 모음집

“노트 정리를 예쁘게 하는 편이 아니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드로잉이 많아요. 제대로 기합 넣어 그린 건 그냥 두기엔 좀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완성작 느낌이 나는 것만 따로 스크랩했어요. 굵직한 드로잉은 다 이 파일 안에 있달까요. 사진에 보이는 페이지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배경과 인물이 혼합된 가상 공간을 묘사했죠. 의경 시절, 의경 버스 안에서 틈틈이 그린 거예요. 그때가 줄곧 캐릭터와 인물 위주로 그려오다 공간 표현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여러 생각이 묻어있는 드로잉이라 각별하게 느껴져요. 제가 뭐 없어지면 안 되고 이런 물건이 잘 없는데, 이 파일이 사라진다면 좀···. 큰일 나지 않을까 싶어요. 그만큼 아껴요.”

🏠Q&A
자취경력 10년 차 작업실 루틴 시선 가는 대로 움직여요. 그림을 그리다 식물이 눈에 들어오면 물을 주고, 폰을 만지작거리는 식이죠. 약간 주의력 결핍 증상이 있어요. (웃음) ‘내’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 음···. 뭐가 가장 없는 곳이요. 인테리어 팁 제 경우, 기존 장판 위에 퍼즐 매트를 촘촘히 깔아 분위기에 변화를 줬어요. 수업도 하는 공간이라 너무 가정집처럼 보이긴 싫었거든요. 시공 난도가 낮으니 셀프 인테리어로 추천해요. 가장 좋아하는 순간 텅 빈 거실에 혼자 있을 때. 어두운 걸 좋아해서 수업할 때를 제외하곤 주로 램프를 켜둬요. 모으는 것 물건을 쌓아두거나 모으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옷도 3개월 이상 안 입은 게 있으면 버리거나 누굴 줘요. 작업실에 들이고 싶은 것 나중에 큰 작업실을 따로 구한다면 근사한 대형식물을 들이고 싶어요. 예쁜 천장 조명도요.
에디터 최안나, 이재현
사진 Kegan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