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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림 작가의 
'제철' 탐구생활 

 

김보림 작가에게 ‘제철’이란 무척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과일도 채소도 ‘한물’일 때 온 마음을 다해 겪는다는 생각이에요. 요리조리 뜯어 살피고, 음미하면서 말이죠. 그 과정에서 떠오른 단상은 드로잉, 자수, 세라믹 등 여러 갈래의 작업으로 재탄생하는데요. 가장 빛나는 순간을 붙잡아 둔 소중한 증거품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삶의 태도와도 맞닿죠. 이제 막 첫 개인전을 마친 작가와 만나 단물이 주룩! 흐르는 이야기를 나누고 왔어요. *작가가 추천하는 ‘초 간단 여름맛 안주 레시피’도 놓치지 마세요! 


 


@borimm.kim

열심히 관찰하고 느끼고 먹고 즐기고 그리기. 그러기
 

 

얼마 전 금호동의 와인바 ‘파르코 무수막’에서 열린 작가님 첫 개인전에 다녀왔어요. 전시의 첫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여름맛'이었죠. 과감한 색 조합과 붓 터치, 헐벗은(?) 자수 인형, 장난기 가득한 드로잉을 보면서 ‘이 천진한 에너지는 어디로부터일까?’ 생각했어요. 

제 ‘일상’이 작업과 직결돼서인 것 같아요. 활동적인 성향이라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요. 지난 4년간 독일에서 유학할 때도 매주 산에 오르고, 일주일에 네 번은 시장에 다녔어요. 점심 먹거나 책 읽을 때면 꼭 공원을 찾았죠. 바깥 활동이 많다 보니 하루 중 마주치는 색, 먹는 것 등 제가 겪는 모든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파르코 무수막’에서의 전시 전경


작품을 보고 작가님 식문화에 ‘청과’가 차지하는 지분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언제부터 채소와 과일을 좋아했나요? 

시장 구경이 취미예요. ‘할머니’ 소릴 들을 정도로요. (웃음) 가을에는 감이랑 밤으로만 종일 배를 채운 적도 있어요. 대학교 수업 시간에 자두를 봉지째 갖다 놓고 먹기도 했죠. 독일 유학 시절에는 룸메이트가 비건이었는데, 함께 지내는 동안 저도 비건으로 지냈어요. 하필 코로나 시기여서 외식할 일도 없으니, 채소와 과일을 참 열심히도 먹었어요. 드레싱도 없이 날것으로 말이죠. 제철 집착, 청과 집착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달까. 같은 과일도 더 맛있는 걸 찾아다닐 정도가 됐어요. 


 

 

 

 

 

 

 

일주일에 네 번이나 갔다는 시장은 어디였어요? 

뮌헨의 빅투알리엔 시장 Viktualien Market이요. 제 놀이터나 다름없었죠. 한국은 ‘시장’이라고 하면 저렴하다는 인상이 있잖아요. 여긴 아니에요. 품질 좋은 물건만 가져다 놓거든요. 그리고 요즘은 과일 소포장이 흔하지만, 전 시장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과일이 좋아요. 알알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요. 

 


 

“곱디고운 너를 사샤샥 반으로 갈라, 
듬성듬성 귀엽고 사랑스러운 너를 모아 콩 샐러드를 만들고 싶은데 말이야.” 
-작가 인스타그램 피드 글 중-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있으면 군침이 핑 돌아요. 식재료를 의인화한 듯한 끄적임도 유쾌하고요. ‘보림식’ 관찰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해요. 

특별할 건 없어요.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단순한 본능이 시작이죠. 먹고 싶은 대상을 고르고 ‘이 친구는 어떻게 생겼지?’ 살피고, ‘어떻게 생긴 게 맛있었더라?’ 과거 기억도 소환하고요. 기록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바도 있어요. 이를테면 왜 키위 껍질은 다들 깎아서 버리잖아요. 까칠하다고. 과육보다 껍질에 더 영양소가 가득한데 말이에요. ‘까칠하게 말고 보드랍게 대해줬으면…’ 하죠. 

 

제철 먹거리로부터 배운 삶의 태도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맛있고 좋은 것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이잖아요. 철 지나면 구하지도, 먹지도 못하죠. 와인바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도 원래의 저라면 망설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 찾아온 기회를 잡아보자는 마음으로 움직였던 것 같아요. ‘순간순간 열심히 살아야지’. 

 

꽃도 좋아한다면서요. 과일, 채소, 꽃. 작가님이 좋아하는 건 다 생명이 있는 것들이네요. 

그러네요. 죽고 살고 하는 아름다운 것들! 

 

 “무화과는 쉽게 무르고 약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히 여기게 돼요."


 

이제 막 첫 개인전을 마쳤어요. ‘보림식’ 먹거리 탐구의 다른 버전이 궁금한 건 저만이 아닐 거예요. 새롭게 준비 중이거나 시도해 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잔칫날 특유의 들썩거리는 분위기, 잔치를 둘러싼 이야기에 흥미가 많아요. 특히 잔칫상에서 빠질 수 없는 ‘홍어’를 다뤄보고 싶어요. ‘왜 저 냄새 나고 맛있는지도 모르겠는 걸 귀한 사람한테 내어줄까?’ 하는 궁금증이 있거든요. 설치, 퍼포먼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내고 싶어서 구상 중이에요. 

 

작가가 제작한  DIY 종이 왕관 🔗

 

드로잉 달력, 테이블 매트, DIY 종이 왕관 등 작가님 손맛 묻은 아트 상품을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더라고요. 제품군을 더 늘릴 생각은 없나요?

커머스 활동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독일에서도 개념미술을 주로 했고,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작업 방향도 그렇다 보니 ‘상업화되지 말아야지' 라는 마음으로 오래 살았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해보니까 재미도 있는 거예요. 아트 상품을 판다고 나 자신이 상품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은 전보다는 유연한 태도로 마음을 열어놓고 있어요. 차근차근 해봐야죠. 

 

납작 복숭아가 그려진 2024 6월 달력 이미지 

 

비즈니스와 멀어지기엔 가진 재주가 아까워요. 자수 인형도 만들고, 점토도 빚고, 그림도 그리고, 공간 스타일링도 하잖아요. 

꼼지락꼼지락 제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남의 손을 안 거치고 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지금은 접었지만 ‘악트쁠랑’ 이라는 자수 아틀리에를 운영한 적도 있어요. 

 

작가가 스타일링한 브라이덜 샤워 테이블 

 

뷰티나 F&B 브랜드와의 협업도 잘 해낼 것 같아요. 

너무 해보고 싶은 분야예요. 만약 음식점과 컬래버한다면 계절마다 메뉴판이나 포스터 디자인도 바꾸고, 공간도 꾸미면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런데 결이 맞는 파트너를 만나는 게 쉽지는 않죠. 

 

직접 가게를 차려서 하는 방법도 있어요.

제 인스타그램 작업 계정 아이디가 봅스트(@bobbst)인데, ‘과일, 과일나무’란 뜻의 독일어 옵스트(obst)에 보림의 영어 스펠링 b를 적용해 봅스트가 된 거예요. 작업 계정으로 삼기 전까진 프로필 문구에 ‘내 꿈은 과일 가게 사장님’이라고 적어놨었어요. 

 

정말요? 어떤 과일 가게를 꿈꿨어요? 

낮과 밤 모두 아주 솔직하게, 과일로만 채우는 곳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저트도 과일이고, 안주도 과일 안주만 파는. (웃음) 

 

꿈이 과일 가게 사장인 작가님에게 드리는 마지막 질문이에요. 초여름 밤에 어울리는 과일 안주 레시피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데요. 향긋하고 상큼한 자몽 펜넬 샐러드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불도 필요 없고 아주 간단해요. 

재료 - 자몽, 펜넬, 딜(생략 가능). 펜넬은 채 썰듯 세로로 자르고, 자몽은 두껍게 통으로 잘라 준비합니다. 

소스 - 홀그레인 머스타드 한 스푼, 레몬즙 레몬 1개 분량, 사과 식초 한 스푼을 섞어줘요. 취향에 따라 아가베 시럽이나 알룰로스를 추가해도 좋습니다. 앞서 준비한 자몽과 펜넬 위에 고루 뿌리고, 딜로 장식하면 완성! 

 


김보림 작가의 일상과 작업 계정
➡️ @borimm.kim 
➡️ @_bobbst_

김보림 작가가 꼼지락 꼼지락 만든 아트 상품이 궁금하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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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최안나
사진 작가 인스타그램, 비.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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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림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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