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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가득한 미지 MYZY의 세계

 

'모험’이라는 주제와 가장 맞닿아 있는 단어를 하나 떠올려 본다면 단연 ‘미지’가 아닐까 해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만큼 모험심을 자극하는 건 없으니까요. 지금 소개하는 미지 MYZY는 ‘오드벤처 (Odd+Venture)’를 슬로건 삼아, 별나고도 모험 가득한 가상 세계를 그려내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팀이에요. 픽셀 아트를 기반으로 게임, 3D 디자인, 영상 등의 작업을 선보이죠. 언뜻 아티스트 그룹 같기도, 디자인 스튜디오 같기도, 때론 게임 개발사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이들이 하는 일은 결국 점을 하나씩 찍어 모아 생명을 불어넣는 일! 그런데 미지는 어쩌다 픽셀이란 작은 단위에 몰두하게 됐을까요? 호기심을 안고 멤버 셋을 만나고 왔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예진 디자이너(이하 ‘예진’) 안녕하세요! 미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일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임지형 디자이너(이하 ‘지형’) 저 역시 미지라는 이름 뒤에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입니다. 

윤 원 대표(이하 ‘원’) 제가 정리를 좀 할게요. (웃음) 예진 디자이너는 픽셀 아트와 게임 스토리 구성을, 지형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비롯해 게임과 영상 제작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전 경영을 맡고 있고요. 

 

미지를 정확히 뭐라고 소개하면 될까요? 인스타그램(@myzy.space)에는 디지털 크리에이터라고 되어 있어요. 

지형 저희 보고 '스튜디오냐, 작가냐, 아니면 게임 개발사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다양하게 봐주셔서 재미있기도 한데, 일단은 저희가 하는 일을 묶어서 표현할 수 있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팀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이름을 듣고 참 절묘하다고 생각했어요. 미지의 공간, 미지의 세계, 미지의 사람, 미지의 음식 등 어떤 단어와 만나도 잘 어우러지고, 호기심을 자아내서요.

지형 고심 끝에 생각한 이름이에요. 이름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일주일은 이름 짓는 데 골몰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는 분명 머릿속에 있는데, 한 단어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작업 중에 ‘미지’가 떠올랐고, ‘이거다!’ 싶었어요. 

 

2019년부터 멤버들과 함께했죠. 어떤 계기로 의기투합하게 됐나요? 

예진 지형 디자이너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어요. 디자인 스튜디오 겸 게임 제작팀 ‘답지’를 만들어 고향인 광주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죠. 사정상 게임 제작을 이어갈 수 없을 때쯤 픽셀 아트로 일이 조금씩 들어왔고, 활동 무대를 좀 더 넓히고 싶어서 함께 서울로 오게 됐어요. 아무런 기반 없이 상경한 터라 힘들어져 갈 무렵, 학교 선배들을 통해 알고 있던 대표님을 만나게 됐고요. 

원 두 디자이너가 실력 좋은 건 익히 알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인생 3막을 준비하던 시기였는데, 타이밍 좋게 셋이 뭉치게 됐어요.

 

셋을 묶어주는 특별한 공통 분모가 있었나요? 

예진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다는 거예요. 물론 지금도요. 

Memoria

픽셀 아트를 베이스로 게임, 영상 등 여러 작업을 선보이고 있잖아요. 픽셀의 어떤 점에 그렇게 끌린 건지 궁금해요. 팀의 정체성으로 가져갈 정도면 보통 관심은 아니었을 것 같거든요.  

예진 그래픽 자체가 풍기는 디지털다운 맛이랄까요? 완전하지 않은 형태, 흔하지 않음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점과 점 사이의 간극을 사람들이 상상력으로 메꿀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지형 점 하나로 ‘아’ 다르고 ‘어’ 다른 차이가 만들어져요. 사람 얼굴을 예로 들면 픽셀 하나를 위아래로 움직였을 뿐인데 표정이 확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픽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툴이나 프로그램이 따로 있나요? 

예진 '프로크리에이트’나 ‘PIXILART’ 등이 있어요. 포토샵이나 그림판에서 점을 찍어도 되고요. 

 

'점 찍는다’고 표현하기도 하는군요. 처음 알았어요. 

예진 계속해서 찍으니까 점쟁이라고도 해요. (웃음) 

 

작품 하나를 완성 하려면 점을 얼마나 찍어야 할지 상상이 안 가네요.

예진 익숙해서 그런지 정작 저 자신은 수고로움을 잘 못 느껴요. 하하.

지형 예진 디자이너가 점 찍는 데 쏟은 시간이 만 시간 가까이 될걸요? 

미지의 픽셀 아트가 특별한 이유는 어떤 대상을 픽셀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 콘텐츠로 표현한다는 점이에요. ‘미지의 그늘’과 ‘알터 에고’는 그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미지의 대표작이죠. 수많은 작은 점이 모여 만들어진 게임 속 세상을 더듬다 보면 짧은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도 들어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동심에 휩싸이기도 하죠.

 

게임 서사의 뼈대 역할을 하는 게 '세계관'이잖아요. 미지의 세계관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예진 저희 세계관은 여러겹의 느낌과 메시지로 포장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 담고 있는 메시지는 '나', '자아'에 대한 탐구예요. 더 정확히 말하면 디지털 세상 속 ‘나’에 대한 탐구죠. 사람들이 비겁해지기도, 솔직해지기도 하는 세계에서 나를 향한 질문을 던져보는 거예요.

 

가상 자아 찾기 게임인 ‘알터 에고’를 해보고 안도감과 서운함이 교차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막연히 가상 자아는 현실 자아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 저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거든요. 

지형 알터 에고에 딱 그런 주제가 녹아 있어요. 제작 의도가 '나'를 투영한 캐릭터를 만드는 여정을 담아보자는 거였으니까요.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게임을 할 때 게임 속 자아와 실제 자아가 다르지 않다고 느낄 만큼 진심으로 몰입했던 것 같아요. 게임 속 NPC가 살아있다고 상상했고, 맵의 끝에 다다르면 그 너머의 세계가 늘 궁금했죠. 그런 점에서 게임 캐릭터를 만들 때 알게 모르게 '나'를 투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알터 에고 Alter Ego' 게임 화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골골이’는 미지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인가요?

예진 페르소나 중 하나예요. 미지의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좋은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골골이가 그 역할을 담당하죠. 해골 형태라 친근함이 더 느껴지는 것 같아요. 모티프는 지형 디자이너의 체형에서 가져왔어요.  

 

요즘 성격 유형 테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잖아요.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지형 앱스토어 무료 게임 부문에서 1위를 한 적이 있어요. 홍보도 한 번 안 했는데, 다운로드 수 32만을 기록했죠. 저희가 만든 상상의 결과물에 많은 사람이 이렇게 공감해 준다는 게 굉장히 뜻깊었어요. 

 

알터 에고의 다음편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예진 알터 에고의 이야기는 이어질 거예요. 게임을 해보신 분만 알아들으실 테지만, “ID카드를 꼭 보관하고 있으세요!”

 

온라인 사이트 myzy.world도 업그레이드 계획이 있다고.

지형 작년 만우절에 디지털 자아가 탑재된 미지의 인공지능 운영체제 'Comfuture'를 만들었다고 거짓말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이 있는데요. 올해는 거짓이 아닌, 재밌는 상황을 연출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기억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myzy.world에 틈틈이 접속해주세요!

Super high-speed myzy energy charger

외부 프로젝트 이야기를 해볼게요. ‘미지의 그늘’ 은 공공성을 띤 게임이었죠.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지형 인천 가좌동에 완충녹지공원이 있어요. 원래 쓰레기 매립지였던 곳이죠. 오프라인으로 주민들끼리 교류도 하고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는 곳인데, 코로나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작업물로 참여하게 됐어요. 공원을 게임 속에서도 1년 내내 즐길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죠. 공원의 탄생 비화를 재해석해 신비한 힘을 가진 숲의 비밀과 숨은 이야기들을 밝혀낸다는 스토리를 담았어요.

'미지의 그늘' 게임 화면

얼마 전에는 화이트데이 기념으로 티파니앤코의 픽셀 이모티콘을 제작하셨더라고요. 

지형 픽셀로 표현한 귀여운 커플의 러브 스토리에 티파니의 주얼리 제품들을 녹여냈어요. 출시 날 저희 단톡방에 이모티콘을 다같이 남발했던 순간이 생각나네요. (웃음) 

 

패션, 제과, 공공 기관 등 분야를 막론한 브랜드와 협업을 했는데, 그들이 미지를 ‘픽’한 이유가 뭘까요? 

예진 픽셀 아트를 베이스로 하되 한 가지 작업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또 소비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게임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 낸 게 유효타이지 않았나 싶어요. 미지만의 ‘알 수 없음’, ‘의외성’이 경쟁력이 된 것 같고요.  

지형 콘텐츠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으로 어떻게 예쁘게 보이는지도 중요하거든요. 디자이너이자 게임 개발자로서 그런 심미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 같아요. 

 

티파니앤코 <티파니 화이트데이 이모티콘>

 

지금껏 해 온 것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각자 하나씩 골라볼까요?

예진 미지 결성 전에 만든 건데, 검은 밤 밴드의 ‘유니버스’라는 뮤직비디오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픽셀 애니메이션으로만 구성한 제 첫 작품이죠. 20대 끝나는 시점에 만들어서 더 각별해요.  

지형 저는 제 자식 같은 존재인 알터 에고를 고를게요. 온전히 제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첫 게임이에요.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요. 버그가 생길 때는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요.

원- 다들 첫 자식을 얘기하네요. (웃음) 저는 비교적 최근작인 ‘맹그로브 신촌’ 프로젝트를 꼽고 싶어요. 온라인 팝업 프로그램을 저희가 짰거든요. 클라이언트와의 소통부터 결과물을 내기까지 모든 과정이 매끄러웠던 프로젝트예요. 맹그로브 신촌은 코리빙 하우스(공유주택)인데, 분양도 성공적이었다고 들었어요. 

'맹그로브 신촌' 온라인 팝업 이미지

픽셀 아트 외에 관심 있게 지켜보는 예술의 형태가 있다면요?  

예진 AI가 만든 아트워크를 유심히 보고 있어요. 입력값에 따른 결과일 뿐인데도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지점이 재밌게 다가왔죠. 얼마 전에 AI가 그린 80년대 야쿠자 스타일의 해리포터를 봤는데 무척 흥미로웠어요. 앞으로 인간이 AI의 작업에 영감받아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창작 활동을 하지 않을까 해요. 

 

전시를 보러 가기도 하나요? 게임 제작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시는 어떨지 궁금하거든요. 

지형 최근에 아모레퍼시픽 뮤지엄에서 하는 <병풍전>에 다녀왔어요. 병풍에 담긴 장면들이 ‘벨트 스크롤’처럼 보이기도 하고 흥미로웠죠. 벨트 스크롤은 게임 용어인데, 캐릭터가 좌우, 상하로 움직일 수 있는 개념을 말해요. 그만큼 작품에서 입체감이 느껴졌달까요? 큰 궁중 행사를 기록한 작품도 있었는데, 병풍을 채운 수많은 등장인물을 게임 플레이어나 NPC라고 상상하고 감상하니 더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미지라는 이름으로 단독 전시를 연다면 어떤 기획을 해보고 싶어요?  

예진 미지의 게임 속 스토리를 조형물과 디스플레이, 빔프로젝트 등으로 구현해 놓고 관람객이 느낀 진짜 감정들로 채워지는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지형 저희가 만든 게임으로만 채워진 오락실 공간을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맘껏 상상하고, 즐길 수 있는.

 

팀을 꾸리고 3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예진 가장 큰 변화는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내가 재미있어하는 걸 사람들도 좋아할까?’ 확신이 잘 서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조금 줄었습니다. 아예 없어지진 않았지만요. 

원 일을 시작하고 여러 클라이언트를 접하면서 비참한 순간도 더러 있었어요. 그런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면서 더 강해진 것 같아요. 단계를 차근차근 밟으며 성장해서인지 단단해졌죠. 

 

앞으로 미지의 활동은 어디까지 뻗어갈까요? 

예진 궁극적으로는 작품이라고 느껴질 만한 픽셀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최근까지는 외부 프로젝트를 자주 보여드렸는데, 미지만의 콘텐츠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에요. 

지형 미지를 시작하고 초반에 전용 게임기를 만들자는 계획이 있었어요. 사정상 지금은 보류 중이지만 언젠가는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역시 가장 좋아하고, 잘하고, 자신 있는 건 게임 콘텐츠라는 말로 들려요. 

원 저희만의 작업을 꾸준히 해서 디지털 콘텐츠 쪽에서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의뢰받아서 하는 작업은 당장은 임팩트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말거든요. 결국엔 ‘자기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람의나라 X 태극당> 아트워크

 

네이버 지도에 myzy를 검색해 보면 #합정, #픽셀아트, #레트로, #디지털아트 등의 해시태그가 걸려 있어요.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미지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해시태그 4개를 고르고 인터뷰 마무리할까요?   

 

#진짜

가상이나 허상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도 저희의 태도는 늘 ‘진심’이고 ‘진짜’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기억을 떠올려보면 ’포켓몬 고’ 게임을 하며 포켓몬을 잡을 때나 산 다니며 사슴벌레를 잡던 기분이 다르지 않았거든요. 저희가 전하려는 것이 진짜라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나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들은 때로 비겁해지기도 하고 지나치게 솔직히 행동하기도 하잖아요. 현실의 나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일을 하면서 ‘좀 더 나은 내가 되자’는 생각을 해요.  

 

#WASD  

키보드에서 맨 좌측에 위치한 영문 자판이에요. 각종 게임에서 이동키로 많이 쓰는데요. 게임 속 캐릭터를 움직이기 위해 키를 만지는 것도, 게임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도 결국 '나'라는 생각에서 골라봤어요. 

 

#모험  

미지의 세계관에서는 '모험'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을 모험할 수는 없으니까요. 미지와 모험은 반드시 연결되는 것 같아요. 

 

 

MYZY 

ITEM SHOP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픽셀 이미지를 현실에 옮겨온 듯한 공간이에요. 3D 프린터기로 뽑은 픽셀 장식품, 스티커, 휴대폰 케이스, 전시 굿즈 등 미지를 둘러싼 다양한 아이템이 준비되어 있죠. 가상 자아 찾기 게임인 ‘알터 에고’도 직접 해볼 수 있고, 그 결과를 아이디 카드로 뽑을 수도 있어요. 조만간 ‘WORLD IS MY ASHTRAY’라는 인센스 트레이 2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미지의 정체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모험가 기질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Address 마포구 토정로 3길 17, 2층  

Open 월-토 13-20시  

Close 일요일,공휴일

 

 

에디터 최안나

사진 제공 미지 MYZY

에디터 최안나
Tag
픽셀아트
게임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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