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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아티스트, 버터컵

어른이 되어도 동화는 기억에 남아요. 예쁜 그림 안에서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펼치는 모험 이야기가 마음을 간지럽혀서 아닐까요. 3D 아티스트 버터컵은 동화의 한 장면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환상 속으로 빠져든 주인공이 발견할 것 같은 오브제가 반짝이죠. 쉽게 잊히지 않을 빛을 내면서요.


버터컵이라는 활동명이 무슨 뜻인지 다들 궁금해하지 않아요?

맞아요. ‘버터’가 들어가서 그런지 디저트를 많이 연상하던데,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아니었어요?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제 생일 탄생화가 ‘미나리아재비’더라고요. 영어로 버터컵. 발음이 예쁘고, ‘아름다운 인격’이라는 꽃말도 마음에 들어서 딱 이거구나 싶었어요.

 

인스타그램 계정(@butter_cu._.p)을 찾으면서 애를 좀 먹었어요. ‘butter’라고 치니까 장안의 디저트 카페란 카페는 다 나오더라고요. 심지어 피드 가장 위쪽에 케이크가 등장해서 ‘번지수를 잘 못 찾았나?’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먹을 수 없는 케이크라서 아쉽네요.

Dancing Rose, 2021

그래도 비주얼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디저트 같아요. 그리고 맛을 상상하게 해요. 시각적인 기쁨과 이 세계에 없는 음식이라는 현실감이 충돌하면서 산뜻한 호기심이 생겨요.

컬러 덕분이려나? 제 작품을 색깔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원래는 컬러를 잘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가장 좋아하는 핑크색을 넣어보고, 어울릴 듯한 색을 하나둘 배치하다가 지금의 스타일이 자리잡은 것 같아요.

 

색깔뿐만 아니라 작품의 모션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케이크 주변으로 광선이 빙글빙글 돈다거나 하나도 유해하지 않을 것 같은 핑크색 탱크가 포를 펑펑 쏘고 있더라고요.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이 궁금해요.

디자인 래퍼런스는 많이 안 봐요. 솔직히 말하면 그것보다 잘할 자신이 없어요. 이미 훌륭하게 완성된 작품을 뛰어 넘는 다는 게 불가능한 일 같아요. 대신 사진을 많이 참고해요. 2021년에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사진전이 열렸는데, 거기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사진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색상이 서로 어울리고, 충돌하기도 하는 광경이 재미있었어요.

 

사진은 생각 못 했네요. 3D 아트를 주로 하시니까 뭐든 움직이는 것에 주목할 것 같았거든요.

사실 제 작품이 엄청나게 역동적이진 않아요. 그래서 사진이 전혀 다른 세계의 아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진 외엔 뮤직비디오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특별한 뮤직비디오가 있어요?

루엘 Luel이라는 해외 뮤지션의 ‘Distance’. 뮤직비디오를 보면 통째로 돌아가는 원형 구조물 위에 앉은 아티스트가 노래를 해요. 원통이 회전하면서 보이지 않던 쪽의 모습이 화면에 노출되고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제 스타일로 ‘풀 3D 뮤직비디오’를 만든 적이 있어요. 이런 구도를 활용하면 더 다채롭게 시각적인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혹시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는 작품 아닌가요?

맞아요. ’유영’이라는 노래. 온더달 Onthedal, 란준 Lanjoon의 곡이에요.

영원한 현재, 2022

인터뷰 준비하면서 봤습니다. 환상적인 동화 한 편 감상한 기분이었어요.

정말요? 다행이네요.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잘 전달된 듯해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행복해요.

 

평소 많이 듣는 말인가 봐요. 

작품을 본 분들의 코멘트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가 환상, 동화, 초현실이에요. 개인전 때 준비해 둔 방명록을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데, 거기에 ‘잠깐 동화 속 세상에 다녀간 느낌이다’라는 글이 많더라고요. 기괴하지만 아름답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 어딘가에 걸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Water Lily, 2021

그럼 환상 속의 버터컵과 현실 속의 이수진은 어떻게 다른가요?

하하. ‘마인드셋’ 영상이랑 책 엄청 봐요.

 

그게 뭐예요?

성공한 유명 인사가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거예요. 그들이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 수 있죠. ‘동기 부여 일타 강사들’이 하는 말 듣다 보면 정신이 번쩍번쩍 들어요. 게리 바이너척의 <부와 성공을 부르는 12가지 원칙>,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 같은 책은 명작이에요. 아,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도 있구나. 나폴레온 힐이 쓴 책이요.

Buttercup's Bakery, 2021

제목부터 무시무시한데요. 게다가 저자 이름까지 줄줄이 기억하고 있네요. 아트와 정반대의 카테고리 같아서 더 의외예요.

나도 모르게 평소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더라고요. 그런데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으니까 실제로 인생도 바뀌었어요. 마인드셋 덕분에 암흑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극을 주려다 보니 끊을 수가 없네요. 

 

힘든 시간이 있었나 봐요.

대학 졸업하고 무작정 활동을 시작했어요. 학생 때는 싫어서 수업도 듣지 않았던 3D 작업툴도 그때 독학했어요. 물론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붙들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흥미와 성과는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팔로워가 1천 명에 도달하기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거의 마음을 비우고 있을 정도로. 

상황을 한 방에 뒤집은 사건이 있었어요?

아니요. 적어도 일주일에 작품 하나씩 올리자는 마음으로 계속했어요. 다른 일은 아예 생각 안 했어요. 버는 돈이 전혀 없었지만 엄청난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예상치 못한 순간 의뢰가 들어왔을 때 제대로 완수할 준비가 되어있더라고요.

 

정말 그 덕분이었나 봐요. 여기저기서 협업 제안이 들어와서 요즘도 엄청 바쁘다고 들었거든요. 뷰티 브랜드 ‘헤라’와 협업하고, 서울디자인위크 홍보 영상도 작가님이 제작했더라고요. 앞으로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작업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어요?

리빙! 예전에 ‘댄싱 로즈’라는 커튼을 제작한 적이 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저는 참 마음에 드는데, 집에 걸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는지⋯ 리빙 용품은 일상에 조용하게 어우러져야 한다고 여기는 듯해요. 화이트 계열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것만 봐도 그렇고. 요즘 이런 문제를 많이 고민해요. 개성은 살리면서 집 안에 스며드는 물건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트 여왕의 눈물, 2021

다음 번에도 커튼인가요?

이불을 만들고 싶어요. 작품은 아직 선정하지 못했지만. 

 

이불 좋은데요? 큼직큼직하고, 온기를 주는 물건이고. 작가님 작품을 덮고 잔다면 동화 같은 꿈을 꿀 것 같아요.

꼭 살 거란 얘기죠?

A Lovely Night, 2022

 

에디터 이재현, 최안나

포토그래퍼, 비디오그래퍼 Kegan Kim

헤어&메이크업 박보람

Tag
버터컵
디저트
3D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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