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Now
로에베는 농협을 꿈꾸는가
향수는 ‘냄새의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여러 원료를 추리고 배합해 매혹적인 향을 낼 수 있는 ‘레시피’를 찾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죠. 잘 만든 제품 하나가 브랜드 이미지를 고양할 만큼 향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웬만한 뷰티, 패션 브랜드는 향수 라인업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고요. 그런데 남들과는 상이한 길을 걷는 브랜드가 있어요. 이번에 버섯향 룸 스프레이에 이어 캔들까지 추가한 ‘로에베 Loewe’예요.

이름부터 확연히 달라요. 디올 소바쥬, 샤넬 비아리츠처럼 추상적인 개념이나 지명 등을 이름으로 삼지 않고 가장 중심이 되는 향이 무엇인지 제품명으로 분명하게 고지하죠. 재미있게도 그 원료는 향수병보단 식탁에서 더 많이 봤음 직한 것들이 많아요. 고수, 비트, 완두콩, 오이처럼요. 심지어 ‘대마’처럼 접하기 힘든 재료까지 룸 스프레이로 만들어 출시한 바 있어요.

로에베가 이처럼 식용 식물을 원료로 삼은 배경엔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JW 앤더슨의 설립자 조나단 앤더슨이 있습니다. 런던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주도로 2020년부터 홈 스프레이, 향초, 비누, 디퓨저 등을 만들고 있죠. 불과 4년 사이에 수십 가지에 이르는 향을 만들어낸 만큼 로에베는 ‘야채 향기 레시피’에 진심인데요. 다음번엔 어떤 재료가 향료로 삼을지 새삼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