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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된 털친구

 

언제나 따스하게 곁을 내어주는 반려동물의 존재. 어떤 위로보다도 강력할 때가 있죠. 아티스트에겐 작품에 필요한 영감까지 선사하는 없어선 안 될 짝꿍이에요. 그 귀한 존재를 캔버스 위로 옮기는 작가 4명을 수소문 끝에 모았습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만 아는 미모 포인트까지 본격적으로 자랑해 본 털친구의 면면을 살피러 가시죠. 



❶ 
박성옥 x 가로&해탈&초심 

“돌이켜보니 저의 인생이 많이 포근해진 것 같아요.
내리사랑이라는 걸 알게됐다고나 할까요.”
 

이미지 출처: @parksung_ok

가로 (16)
파란 눈에 하얀 털 미묘의 정석
도도한 성격, 취미는 주인 사냥
해탈&초심 (2)
절에 사는 흑색 사냥꾼 남매
작업실을 지키기 위해 초빙

Q1. 이름의 유래 가로는 옛날에 할머니가 절 안고 달래면서 ‘가로~가로~’ 하셨던 게 좋아서 지었어요. 사투리인지 할머니 습관인지는 모르겠어요. 왠지 그때는 가로가 제 아기 같았거든요. 해탈과 초심은 스님께서 지어주셨어요. 해탈은 번뇌에서 해방되라는 뜻, 초심은 첫 마음이라는 뜻이래요. Q2. '가로', ‘해탈', ‘초심'과의 첫 만남 가로는 입양하기 위해 데리러 갔어요. 4마리 중 가장 빠르고 잽싼 솜방망이를 가진 녀석이었죠. 집에 오자마자 씩씩하게 밥도 먹고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모래 화장실을 찾아가던 용맹한 아기 고양이였어요. 해탈이와 초심이는 남매인데요. 오빠네 회사에서 돌보던 고양이의 자식이에요. 처음 절에서 봤을 때 상자 안에 엎드려 으르렁 화만 내던 게 귀여웠던 기억이 납니다. Q3. '가로', ‘해탈', ‘초심'이가 가져온 변화 돌이켜 보니 제 인생이 많이 포근해진 것 같습니다. 내리사랑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늘 짝사랑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약한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거든요. 제 온도가 1도쯤은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따뜻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됐어요. Q4.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해탈이와 초심이는 못 말리는 포식자라 살생을 금하는 절에서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스님과 늘 고민한답니다. 새를 사냥해 왔을 때 정말 많이 혼냈는데, 신기하게 그 후 며칠간은 쥐만 잡아 나르더라고요. 반면, 가로는 7킬로그램이 넘는 커다란 고양이지만 인간인 저를 사냥해 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는 겁쟁이예요. 새끼였던 해탈이와 초심이도 이기지 못했답니다. Q5. 가장 위로 받는 순간 사실 항상인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좋아요. 아침에 눈 뜨면 절에 있는 해탈이와 초심이가 아른거려 일찍 작업실로 향해요. 제 발소리를 아는지 마중을 나오거든요. 한참을 같이 걷죠. 해가 지면 가로가 또 보고 싶어져 얼른 집으로 향하는데 현관 앞에서 안 기다린 척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감동해요. 그렇게 늘 복슬복슬 따뜻합니다. 


Artist 
박성옥 @parksung_ok
검은 연필로 선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세밀화를 그려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얇은 선긋기를 반복하며 마치 수행하듯 종이를 빼곡하게 채웁니다. 작가의 오랜 작업실인 부산의 한 절에서 만난 신묘한 검은 고양이를 최근 모델로 삼아 캔버스 위에 올리고 있어요.

이미지 출처: @parksung_ok
이미지 출처: @parksung_ok

 



➋
예예 x 뭉게 

“강아지는 작은 사회운동가예요.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 같거든요.”
 

이미지 출처: @yeye_0214

뭉게 (15)
발렌타인 데이 출생
유독 보드랍고 풍성한 머리털
애교 많고 자기주장 강한 고양이st.
지난 1월 별이 되었다

Q1. 이름의 유래 몽실거리는 털이 뭉게구름 같아서 지었어요. Q2. ‘뭉게’와의 첫 만남 어머니가 친한 지인에게서 데려오셨는데, 처음 보고 엄청 커다랗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태어난 지 4~5개월 된 작은 강아지였는데 말이죠. 하얀 털이 북슬북슬한 강아지가 왈왈 짖으며 달려와서는 제 얼굴을 막 핥았어요. 그 순간 사랑에 빠졌어요. Q3. ‘뭉게’가 가져온 변화 인간성이 좋아졌습니다. 하하. 원래 저 자신 외엔 별로 관심 없는 성격이었는데 뭉게와 함께 살며 이해심, 타인에 대한 배려가 생겼어요. 사회적 약자나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고요. 강아지는 작은 사회운동가예요.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 같거든요. Q4. 웃지 못할 에피소드 뭉게가 건강했을 땐 정말 사고뭉치였어요. 봉지에서 빵을 꺼내 여기저기에 숨겨놓거나 쓰레기봉투를 뜯어 어지르는 일도 많았는데, 나이가 들고 몸도 아프고 나니 사고도 안 치게 됐어요. 이젠 그 장난들이 사무치게 그립네요. Q5. 가장 위로 받는 순간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위로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어디서 위로받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기억하고 그리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보려 합니다. 뭉게를 모든 차원에서 만나길 바라면서요.


Artist 
예예 @yeye_0214
사랑이자 전부였던 강아지 ‘뭉게’를 그립니다. 함께한 일상을 기억하기 위해 짧은 만화로 엮어 SNS에 공유하기도 해요. 올해 개인전과 더불어 뭉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할 계획이랍니다.  

이미지 출처: @yeye_0214

 



➌
안태원 x 히로 

“깃털처럼 디지털 세상 속을 부유하던 저에게
히로는 엄청 묵직한 신발인 거죠.
현실에 발붙이고 살라고…”
 

이미지 출처: @hiro.aka.hero

히로 (2) @hiro.aka.hero
착한 겁쟁이
주인에게만 장난기 많음
눈코입 균형잡힌 미묘상
통통하고 긴 꼬리로 건강 입증

Q1. 이름의 유래 어감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어요. 그리고 일본풍으로 짓게 되었는데요. 동물과 인간의 교감이 두드러진 일본 애니메이션이 많잖아요. <고양이의 보은>처럼요. 현실에서 비슷한 관계를 꿈꿔왔던 것 같아요. Q2. ‘히로’와의 첫 만남 작업실 동료가 길에서 새끼 고양이를 구조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달려갔어요. 열흘 동안 건물 주차장에서 혼자 우는 모습을 보고 가족을 잃어버렸다고 판단했대요. 구경만 할 마음으로 갔지만 돌아오는 길에 히로를 안고 있었어요. Q3. ‘히로’가 가져온 변화 큰 변화가 있죠. 제 작업의 주된 소재가 되었으니까요. 히로를 만나기 전에는 비현실적인 시각 요소를 만들어 그렸는데, 이 과정이 현실감을 흐릿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자극적인 디지털 미디어가 현실을 집어삼킨 듯했달까요. 지금은 히로를 주축으로 현실의 시각을 작업에 최대한 반영하려고 해요. 금방 싫증을 느끼고 계속 새로운 자극을 찾았던 저였는데, 히로가 생긴 이후에는 고양이 한 마리에 집중하는 게 이상하리만큼 억지스럽지 않아요. 깃털처럼 디지털 세상 속을 부유하던 제게 히로는 엄청 묵직한 신발인 거죠. 현실에 발붙이고 살라고… Q4. 웃지 못할 에피소드 히로가 어릴 때 제 침대에 몇 번 배변 실수한 적이 있어요. 작업실에서 힘들게 작업하고 돌아와 그 흔적을 보면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괜찮다고 해주고 열심히 치웠습니다. Q5. 가장 위로 받는 순간 히로는 주인공이 울적해 보이면 와서 위로해 주는 영화 속 이상적인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아요. 언제나 장난칠 생각 밖에 없어 보여요. 다만 집에 돌아왔을 때 머리 비벼주며 매일 변함없이 애정을 표현해 주는 것이 든든하고, 감동입니다.


Artist 
안태원 @ppuri_
평면 캔버스 혹은 입체 모형을 제작한 뒤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이미지를 씌워요. 디지털 미디어 공간의 시각적 경험을 실제 물체로 만들어 현실로 데려오는 작업을 하죠. 최근엔 고양이 ‘히로’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밈 Meme’을 혼합해 변형된 이미지를 만들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이미지 출처: @ppuri_
이미지 출처: @ppuri_

 



❹
Enikő x 롤라&록시

“말은 모든 감정을 느껴요.
제 심장 박동을 들을 수도 있고요.
앞에 있으면 절대 거짓말 못 한답니다.”
 

이미지 출처: @nikoenikoeniko

 롤라 Lola (25)
콧잔등의 흰 털이 시그니처
취미는 다른 말과 어울려 뛰어놀기
록시 Rocksy (5)
다리의 얼룩무늬가 매력 포인트
특기는 먹고 잠자기

Q1. 이름의 유래 저와 함께하기 전에 두 친구 모두 이미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따로 이름을 붙이진 않았어요. Q2.  '롤라', ‘록시'와의 첫 만남 롤라와는 벌써 20년 지기예요. 제가 3살이 됐을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부터 헝가리 전통 승마 경기 ‘크시코스 쇼'에 함께 출전하며 각별한 사이가 됐어요. 제한된 시간 내에 준비된 울타리를 모두 뛰어넘어야 해서 깊은 교감이 필수거든요. 롤라는 더 이상 경기에 나가지 않지만, 여전히 매주 보러 가요. 맛있는 당근도 챙겨 가고요. 털도 빗겨주고 풀도 뜯을 겸 같이 산책하러 나가기도 해요. 록시는 2023년 9월에 데려왔어요. 이제 막 5살이 됐죠. 사람 나이로 하면 20살 정도예요. 이제야 서로에게 좀 익숙해진 것 같아요. Q3. '롤라', ‘록시'가 가져온 변화 함께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바짝 긴장했던 태도도 느슨해져서 뭐든 느긋하게 받아들이게 되고요. 말은 모든 감정을 느끼고 따라해요. 제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섬세하고요. 앞에 있으면 절대 거짓말은 못 한답니다. Q4. 웃지 못할 에피소드 최근에 만난 록시는 자신감 있고 강한 자아를 가진 말이에요. 이것저것 호기심도 많고 동시에 불안함도 느끼고요. 오래 알고 지낸 롤라와 완전히 다른 성격이었죠. 저와도 달랐어요. 그래서 기존에 갖고 있던 말에 관한 지식, 말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야만 했어요. 록시와 교감하기 위해 새로운 걸 배우고 도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5. 가장 위로 받는 순간 걱정이 많아지거나 피곤할 때 가장 생각나요. 그저 곁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위안이 되거든요. 옆에 서서 조용히 얼굴을 어루만질 때 가장 평안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답니다. 정서적으로 제 말들과 항상 연결되어 있길 바라고 있어요. 


Artist 
Enikő Eged @nikoenikoeniko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에니코 이지드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예요.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하는 패턴을 그립니다. 키우는 말, 고양이를 비롯해 추상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얻어 강한 대비를 띄는 색으로 이미지를 만들죠. 

이미지 출처: @nikoenikoeniko
이미지 출처: @nikoenikoeniko
에디터 김래은
Tag
털친구
반려동물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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