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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콜렉터가 
들려주는 포스터 이야기

 

지금껏 전시 포스터를 ‘기념품'쯤으로만 여겼다면, 포스터 콜렉터이자 아트숍 르 빠삐에르 주인장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종이 한 장’이 위대한 기록물이자 미학적인 수집품이 될 수 있음을, 하나의 아트 콘텐츠임을 깨닫게 될 테니까요! 


 

“포스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아트 피스,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하세리 대표는 #덕업일치를 이룬 #콜렉터예요. 어려서부터 온갖 지류를 탐닉하다 지독한 포스터 덕후로 성장했죠. 하나둘 수집 살림을 꾸린 것을 시작으로 3년 전, ‘종이'라는 뜻의 온라인 아트숍 ‘르 빠삐에르’ 문을 열었습니다. 오리지널 포스터, 희소성 있는 도록, 고품질 아카이벌 프린트, 아티스트 굿즈 등을 취급하며 누군가의 공간 한편을 근사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아카이벌 프린트 세계 각국의 뮤지엄과의 독점 계약을 통해 작품의 원본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한 아트 프린트. 1백년 이상 지속되는 최상급 퀄리티를 보장한다. 

 

영화 <몽상가들> 스틸컷

 

‘종이’와의 인연 📜

집에 책이 4천 권 정도 있어요. 소설가인 어머니 덕에 어릴 때부터 출판물 구입에 제한이 없었죠. 원하는 건 다 살 수 있었어요. 주로 만화나 잡지를 샀지만. 하하.

 

나를 포스터 덕후로 이끈 것 🔗 

영화가 출발점이에요. 학생 때 독립영화, 예술 영화를 무척 즐겨 봤거든요. 포스터가 등장하는 장면을 유난히 좋아했어요. 그러다 자연스레 패션, 가구, 건축 분야까지 관심이 뻗어갔는데, 돌고 돌아 결국 포스터에 정착했달까요? 영화 티켓 모으듯이 하나씩 콜렉팅을 시작했어요. 해외여행을 갈 때면 갤러리를 돌며 구했죠. 얇고 구겨지기 쉬운데도 기어코 데려왔어요.  

 

콜렉터의 시선에서 본 포스터의 매력 ✨ 

제가 가장 주목하는 건 ‘동시대성'이에요. 홍보의 맥락에서 만들어진 전시 포스터는 종이 위에 그 시대가 담겨 있죠. 서체, 레이아웃 디자인, 카피, 인쇄 방식 등 ‘그때 그 시절’의 트렌드와 바이브가 고스란히 녹아있어요. 전시를 둘러싼 모든 이의 노력과 호흡, 에셋이 담겨있는 정수고요. 그런 의미에서 포스터도 전시의 일부예요. 전시와 전시 포스터는 따로가 아닌 패키지인 거죠. 

몇십억짜리 원화는 갖기 어렵지만, 훨씬 적은 돈으로 아티스트와의 연결감도 누릴 수 있어요. 희소성이 있는 건 프리미엄이 붙어 소장 가치도 뛰죠. 친필 사인이 담긴 한정판 포스터처럼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인 것들이 있거든요. 작가가 포스터 디자인에 직접 참여했거나, 특별한 사연이 더해지면 원화에는 없는 매력이 심어지고요. 한마디로 전시 포스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아트 피스,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친필 사인과 일러스트가 담긴 
오리지널 전시 포스터. 
<Stommeln Synagogue>, 1992. 

 

나의 가장 소중한 한 점 🫶🏼

김환기 선생님의 포스터예요. 1980년 파리 피악 FIAC 아트페어에 참가한 뉴욕의 포인덱스터 Poindexter 갤러리가 김환기의 그림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거죠. 자연 풍경을 순수한 점, 선, 면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 후기 작품이 담겨 있어요. 어렵게 오리지널을 3장 구해 소장하다가 숍을 오픈하면서 ‘메인 얼굴'로 내놨죠. 시작을 함께했고, 이름을 알리는 계기였고, 워낙 좋아하는 작가의 것이라 각별해요. 마지막 한 점은 차마 입양 보내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어요. 

 

1980년 파리 피악 FIAC 아트페어 김환기 오리지널 포스터

 

알고 나면 더 재밌는 포스터 ‘썰’ 🗝️
가게 문 닫고 더 대박 난 데미안 허스트?
통화 중 휘갈긴 메모까지 모은 ‘잡’ 콜렉터 앤디 워홀
크리스토퍼 울의 공짜 포스터가 지금은 3천 달러! 
 

 

① 데미안 허스트가 약국 콘셉트의 ‘The Pharmacy’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사실을 아시나요? 1997년 오픈해 6년간 운영했는데, 폐업 때 한 갤러리스트 눈에 띄어 가게에서 사용한 집기를 비롯해 온갖 홍보물을 소더비 경매에 팔았어요. 그 이익이 레스토랑 영업 이익보다 많았죠. 가게 문은 닫았지만, 알약 설명으로 가득한 이 포스터 역시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어요. 이걸 구입한 센스 있는 약사님도 있었답니다.  

② 앤디 워홀은 대단한 ‘잡’ 콜렉터였어요. 청구서, 영수증, 전화 통화 중 휘갈긴 메모 등 평생 모아온 잡동사니를 채운 상자가 무려 6백10개나 됐죠. 사망 후 대표적인 15개의 타임캡슐을 선정해 2004년 전시를 했어요. 그를 콜렉터로서 조명했기 때문에 포스터 이미지도 전형적이지 않죠. 보통은 캠벨 스프 통조림을 떠올리잖아요. 색다른 재미예요.

③ 크로스토퍼 울은 대형 캔버스에 스텐실로 작업한 텍스트 회화 작업으로 유명하죠. 1993년 뉴욕의 아트북 숍 Printed Matter에서 개최한 전시에서 개념 미술가 펠릭스 곤살레스 토레스와 협업한 포스터예요. 전시장 한편에 8인치 높이로 쌓아 올려 관람객에게 한 장씩 가져가도록 했죠. 전시 동선에 포함된 거였어요. 물론! 공짜였고요. 그런데 그 포스터가 지금 3천 달러 정도 해요. 

 

포스터 고르는 팁💡

포스터는 프레임에 넣고 벽에 거는 순간 ‘디자인 가구’가 된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가구 하나 들인다는 생각으로 신중해야 해요. 한 번 입고 버릴 옷도 아니고, 꼈다 뺐다 하는 액세서리도 아니니까요. 작가의 유명세나 작품성보다는 자기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게 1순위고요. 백퍼센트 자기 취향을 믿어야 후회가 없거든요. 의외로 잘 놓치는 부분이 ‘크기’예요. 작품을 놓을 공간과 액자의 비율을 잘 따져야 해요. 사이즈 체크는 기본! 작품을 받아 보고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요. 사람마다 각자 어울리는 옷이 다르듯, 포스터도 마찬가지예요. 프레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져요. 그래서 저도 공정은 까다롭지만, 프레임 옵션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어요. 30년 이상 액자를 만들어온 전문 공방과 함께하죠.

 

주인장 픽! 소장 가치 있는 포스터 5 🖐🏼
관심 가는 포스터가 있다면 메모! 
 

 

➊ Pick-Point 2022년 일본국립신현대미술관 개관 15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우환 전시의 포스터예요. 현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던 귀한 피스죠. 우측 하단에 친필 사인이 프린트되어 있어요. 

➋ Pick-Point 호안 미로의 포스터 중 '인플루언서'로 불려요. 비비드한 색감 덕에 어떤 공간에서도 존재감 확실! 1970년 오사카에서 열린 <Ceramic Mural Exhibition>의 오리지널 빈티지 포스터로 2천 부 한정 에디션이에요. 

 

 

➌ Pick-Point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는 평생 그림을 그렸어요. 그를 회화 작품으로 만나보는 건 특별하죠. 1984년 GA 갤러리에서 개최한 전시 포스터로 1955년 발행한 삽화집 <Poem of the right angle>에 수록된 작품이 프린트되어 있어요. 

➍ Pick-Point 작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의 첫 국내 전이 3십3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죠. 1993년 독일 소재의 갤러리에서 발행된 포스터로 대표작 ‘ROOM IN NEW YORK’이 담겼어요. 호퍼의 팬에게 추천해요. 

➎ Pick-Point 2020년 치바 미술관에서 열린 아야코 로카쿠의 전시 포스터예요. 1천 부 한정 발행인 데다, 요즘 아트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본인 여성 아티스트라 소장 가치가 뛰어나요. 마침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국내 첫 전시 중! (~3.21)

🔗추천 포스터 자세히 보러 가기
이우환/ 호안 미로/ 에드워드 호퍼/ 르 코르뷔지에/ 아야코 로카쿠

 

눈 여겨보는 작가 셋 👀 

유이치 히라코는 기묘한 숲속 풍경을 회화, 조각, 설치 작품으로 선보이며 최근 몇 년간 국제적 인지도를 높인 작가예요. 동화 같은 풍경 속에 인간과 자연이 맺은 관계 등 꽤 무거운 주제를 녹여내죠. 시각적 재미, 탄탄한 서사가 공존해요. 사하라 론지는 작년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어요. 부드럽고 우아한 그림체와 색감에 반했죠. 아모아코 보아포는 그림만큼이나 ‘신데렐라' 같은 성장 스토리가 매력적이에요. 가난한 가나 출신으로 미술 정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데, 수도 우크라의 한 비싼 호텔 로비에서 홀로 그림을 팔다 갤러리스트 눈에 들어 데뷔하게 되죠. 그림체가 에곤 실레와 비슷하다는 말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이고 나는 나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도 멋졌어요.

 

lepapiershop_seoul

 

르 빠삐에르 숍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 🎨

톰 삭스, 안드레아 거스키, 조나스 우드, 사이 톰블리 등 위에 언급하지 않은 작가들까지 라인업이 다채로워요. 포스터 외에도 판화, 도록, 굿즈 등 볼거리가 다양하니 스토어에 놀러 오세요!  

 

콜렉터로서 ‘나’의 남다른 점 🤔 

‘희소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아닐까요? 판매자 이전에 저 역시 콜렉터이기 때문에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에 욕심이 나거든요. 갤러리에서 보유하고 있던 마지막 한 점을 사수할 만큼요. 물론! 숍 주인장으로선 잘 팔릴 만한 걸 선보이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서 고객 취향을 세심하게 신경 쓰죠. 그간 거래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1:1 컨설팅하듯 작품을 연결해 드리고 있어요. 

 

독자에게 한마디 🗯️

작년은 이동식 가게처럼 다양한 팝업 현장에서 콜렉터들과 만났어요. 올해는 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길. 포스터 상담도 언제든 환영이에요!

 

에디터 최안나
Tag
콜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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