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Now
도둑맞은 그림
김환기 화백의 작품 ‘산울림’(10-Ⅴ-73 #314) 도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2018년, 한 대학 명예교수가 병원에 입원하자 제자, 운전기사, 가사도우미가 공모해 그림을 빼돌린 황당한 사건이었죠. 일당은 김환기의 작품을 포함해 감정 총액 1백10 여원에 달하는 작품 8점을 훔쳤습니다.

*해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건과 관련이 없음
사건은 소유주가 세상을 떠나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드러났어요. 작품을 보관한 방에서 몇몇 그림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죠. 특히‘산울림’은 40년 동안 자리를 지키던 작품이었어요. 고인은 해외 유학 시절 만난 김환기 작가에게서 작품을 구입해주는 방법으로 후원했는데, 그때 얻은 그림이었습니다. 돈으로 값을 매기기 힘든 작품인 셈이죠.
이미 날도둑들의 손을 떠난 그림을 찾은 과정도 참 영화 같습니다. 유족은 미술 시장에 ‘산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소문을 퍼뜨렸어요. 그러자 50억에 팔겠다는 화랑이 불쑥 나타났어요. 판매하려는 그림은 정확히 도둑맞은 ‘산울림’이었고요. 범인이 40억에 넘긴 그림을 50억에 재판매하려는 것이었죠. 법정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유족은 장물 취득이라며 그림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어요.

3년이 넘는 시간 끝에 드디어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절도품 여부를 정확히 따지지 않은 점은 석연치 않지만, 명확한 증거가 부족해 그림을 돌려줄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어요. 대신 그림을 훔친 자들에게 배상받으라고 했죠.
8점의 그림 중 7점은 제자리를 찾았지만 ‘산울림’은 아직 유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림이 아닌 돈으로 보상받는다고 해도 또 지난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죠. 과연 공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