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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참고 AR 다이브!
을지로 골목에 전시가 열린다고 하면, 글쎄요. 썩 새롭진 않죠. 을지로 골목이 ‘AR 전시장’이 된다면 어떤가요? 눈앞의 건물 계단과 골목 외벽에 3D 아트가 살아 숨 쉬고 있다면요? 올봄, 이 생경한 풍경 한가운데로 우릴 데려간 AR 예술집단 언노운오션(@unknowwnocean)을 겨울이 되어 만났습니다. 두 번의 AR 전시와 버추얼 토이 론칭까지, 굵직한 프로젝트를 끝내고 지금은 숨 고르기 중인데요. AR 세계에 발 들인 계기부터 프로젝트의 우여곡절, 그들이 단지 개발자가 아닌 예술집단일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정병준 대표가 세세히 들려줬습니다.

“AR 기술이 게임이나 특정 이벤트에만 활용되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에 녹아들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수 있다는 잠재력을 알리고 싶어요”
-언노운오션 정병준 대표-
봄에 언노운오션의 존재를 처음 알고 IT 회사인지, 3D 아티스트인지 추측만 해왔어요. 이제야 정확한 소개를 듣게 됐네요.
하하. 실제로 많이들 헷갈려 해요. 개발자, 큐레이터, 기획자, 디자이너 등 여러 역을 소화하고 있으니까요.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저희는 ‘AR 예술 집단’이에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라는 뜻과 ‘더 늘려 굳세게 하는 것’이라는 증강의 사전적 의미를 가져왔고요. 3D 아티스트의 작품을 실제 공간에서 불러오는 일, 가상의 미술관과 갤러리를 만드는 일 등 AR 기술과 아트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UNKNOWN OCEAN. 미지의 세계로 데려가 줄 것만 같은 이름이에요.
AR 공간이 저에겐 ‘미지의 세계’이자 3D 오브젝트가 둥둥 떠다니는 ‘디지털 바다’와 같이 느껴졌어요. 언노운오션 역시 머릿속의 아이디어와 함께 부유하는 미지의 존재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담겼죠.
어쩌다 AR 세계에 발 들이게 됐어요?
평소 3D 아트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어요.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 늘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3D 작품이라고 해도 소비되는 방식은 줄곧 2D 영상이었으니까요. 의지가 발동했죠. 3D 작업물이 3D로 기능하고 전시될 수 있다면, 창작자도 작품도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예술 산업 전체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그 방법으로 AR 기술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언노운오션 앱 개발과 동시에 AR 공부에 뛰어들었고요. 원래 개발자로 일했기 때문에 접근이 어렵진 않았어요.
언노운오션 앱의 주요 기능은 무엇인가요?
가상 공간을 생성하는 라이다(LiDAR) 스캐너를 이용해 사진첩에 있는 사진과 영상을 내 공간에 띄우거나, 3D 모델 파일을 불러와 원하는 공간에 전시하며 놀 수 있어요. 모두 원하는 위치에 고정이 가능하죠. 3D 낙서 기능도 재밌고요.

앱 개발에 그치지 않고 올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였죠. 먼저 을지로 골목에서 선보인 첫 AR 전시 <오브젝트 사파리> 얘기를 해볼게요. 무대가 왜 하필 을지로 골목이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바 중 하나가 ‘일상에 녹아든 AR 기술’로 신구 조화를 이루는 거예요. 을지로에 답사를 갔더니 오래된 건물 사이사이, 층층이 트렌디한 공간이 자리 잡은 풍경이 딱 생각한 것과 들어맞았죠. 거의 모든 건물과 골목의 구조가 다르게 생겼다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왔고요.
에디터 입장에서는 섭외부터 걱정됐어요. 골목의 건물들과 아티스트 모두 직접 연락했나요?
사실 정말 힘들었어요. AR을 구현할 만한 장소를 추려 해당 업체에 디엠을 보냈는데 답이 한 통도 안 온 거예요. 하하. 요즘 디엠 문의 안 받는 곳이 많잖아요. 발로 뛸 수밖에요. 그때가 진짜 추운 겨울이었거든요. 잔뜩 껴입고 을지로 골목을 돌며 건물 관리자를 만나고, 가게 문을 두드렸어요. 미리 준비한 설명서를 나눠주며 성심껏 설득했죠. 너무 감사하게도 이 기획에 관심을 갖고 좋아해 주셨어요. 저희가 유명한 브랜드도 아니고, 대단한 이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흔쾌히 허가해 주셨죠. 참여 작가의 경우 11명 섭외를 위해 50명 넘게 연락을 돌렸던 것 같아요.
3D 작품을 AR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
C4D, 블렌더 등 서로 다른 렌더러에서 작업한 작품을 임포트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 경우 형태가 틀어지거나, 재질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작가의 의도대로 온전히 작품이 표현되는 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참여 작가들의 요청 사항과 피드백을 120퍼센트 반영하려고 노력했죠. 3월 25일이 전시 시작이었는데, 3개월간 밤도 많이 새고 정말 ‘빡세게’ 일한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허슬이었죠. 고생스러웠지만 그만큼 또 빠르게 성장한 것 같아요. 이 모든 과정을 둘이 했다면 믿어지시나요? 전시 끝나고 뒤풀이 때 작가님들이 다 놀라셨어요.
<오브젝트 사파리> 관람 영상 보기 ⬇️

우: 참여 작가 @yuniversssee의 작품
멤버 구성이 둘이에요? 5~6명은 되는 줄 알았어요.
그때그때 프로젝트에 따라 유연하게 인원을 구성하고 있어요. <오브젝트 사파리>는 둘이 모든 걸 꾸렸어요.
AR 전시를 접한 관객의 반응은 어땠어요?
기존에 없던 전시 형태이다 보니 대체로 신기해했어요. 감사하게도 앱에 관한 오류, 피드백을 전해주는 분도 있었고요. 저희 주식을 사고 싶다고 한 작가님 피드백도 기억에 남아요. 하하.
참여 작가 인터뷰 영상도 참신했어요. 배경으로 해당 작가의 3D 오브제를 띄웠죠? 언노운오션다운 발상이었달까. 개발자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혔어요.
저희 미션 중 하나가 3D 산업을 키우는 거예요. 처음에는 누구나 AR 기능을 신기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결국에는 3D 아트가 주인공이 되고, 주목받을 거라고 믿어요. 화면에 작품을 띄운 건 기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낸 아이디어예요. 3D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품과 함께 사진이나 영상을 남길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두 번째 전시 <하나의 공간, 무한한 영감>에선 실내 AR 전시를 시도했어요. 어떤 내용이었어요?
빈칸 을지로에서 세 명의 3D 아티스트와 함께했어요. 벽에 부착된 3장의 포스터를 각각 인식하면, 해당 작가의 3D 오브젝트가 방에 가득 펼쳐지는 전시였죠. 작가마다 다른 해석을 곁들인 한 공간에서 무한한 영감을 얻어 간다는 콘셉트였어요. 전시장에는 관람을 위한 아이패드를 비치했고요.
<하나의 공간, 무한한 영감> 프리뷰 영상 ⬇️

6인의 3D 아티스트가 참여한 ‘버추얼 토이’는 첫 제작 상품이었죠? NFC 칩이 내장된 카드를 태그하니 뿅! 인형이 등장해 신기했어요. 원하는 위치에 인형을 고정할 수 있고, 녹화가 가능한 점도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였죠.
선보이는 당일, 한 손님은 직장에 반차를 내고 오셨어요. 팬이라면서요. 감동해서 거의 눈물이 나올 뻔했죠. 3D 작가들의 작품이 영상 콘텐츠로서 소비되는 데서 벗어나 상품으로 제작되고, 우리 일상에 녹아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많은 분이 즐겨주셔서 가능성을 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완성도 있게 매만져 갈 계획이니 개선점이 있으면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버추얼 토이 시연 영상 ⬇️
평면 작업을 하는 작가를 AR의 세계로 초대할 계획은 없나요?
물론 열려 있어요. 2D 작품도 AR 기술과 만나면 물리적 제약 없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크기로 전시할 수 있으니까요. 갤러리의 흰 벽에 작품이 걸리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해요.
영감을 얻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영감 얻는 걸 ‘흔든다'고 표현해요. 새로운 걸 최대한 많이 보려고 하는데, 이 소스들을 제 머릿속이라는 바다에 던져 흔들어 섞으면, 예상치 못한 재밌는 생각이 도출되더라고요. 실제로 몸을 흔들어 춤을 추기도 해요. 그럼 정말 머리에 전구가 켜진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라요. 정말이니 한번 해보세요.
언노운오션을 하나의 해시태그로 설명한다면 저는 ‘#AR맛집’이라고 할 것 같아요. 직접 달아본다면요?
#? 물음표가 좋을 것 같아요. 올해 저희 활동을 지켜보고, 궁금해하며 인터뷰를 제안하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예상 밖 영감을 전하고, 다음 행보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집단이 되고 싶어요.

2024년에는 어떤 활동이 예정돼 있나요?
올해는 저희의 잠재성을 테스트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내년 계획은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아마도 자체 작품을 준비할 것 같고, <오브젝트 사파리>와 버추얼 토이 프로젝트를 더욱 완성도 있는 형태로 다시 찾아뵐 것 같아요. 앞만 보고 달리느라 홍보를 제대로 못 한 점이 아쉬웠는데, 그 점도 보완해서 돌아올게요.
언젠가 언노운오션이 주인공인 전시도 열 수 있지 않을까요?
음, 한다면 예상치 못한 타이틀을 달고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기술로 가득 채운, 가장 언노운오션스러운 전시를 해보고 싶네요. 지금 말씀드리면 궁금증이 사라질 테니⋯ 힌트를 드리긴 어렵겠는데요? 하하.
? 언노운오션의 𝟸𝟶𝟸𝟹 프로젝트 다시 보기
① 을지로 골목에 띄어진 11인의 3D 아트 오브젝트 사파리
② 실내로 불러온 AR 전시 하나의 공간, 무한한 영감
③ 일상에서 언제든 꺼내 보는 버추얼 토이
④ AR로 하나된 한지 공예와 3D 아트 Magic Millstone
>>> 언노운오션 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