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mbnail

interviews

동화적 풍경 속에 현실의 표정을 담다, 아티스트 연여인

 

연여인은 자신의 그림을 한 단어로 ‘현실적 환상’이라고 표현합니다. 풀어 말하자면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방법을 통해 현실 세계의 본질에 다가간다는 뜻 아닐까요? 그녀의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에는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에 압도당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내 ‘외로움’, ‘불안’, ‘간절함’ 같은, 우리가 평소 품고 있던 내밀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될 거예요.


 

작업실이 서교동에 있네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능력 있는 영 아티스트들은 왜 다들 마포에 모일까.

이 동네가 미술 관련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을 마포에서 다녀서 스무 살 때부터 마포에서 살았는데 제가 다니는 화방, 인쇄소, 액자 가게가 다 여기 모여 있죠. 그래서 작업실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구하게 됐고요.

 

‘연여인’은 무슨 뜻인가요?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초등학생 때 만든 네이버 아이디인데, 성이 연 씨여서 그렇게 만들었어요. 2018년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대로 작가명으로 사용하게 됐죠.

 

 

 

작가 데뷔 후 4년이 지났네요. 팬도 많이 생겼고, 작품의 매력을 알아본 다양한 신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어요.

전업 작가 생활에서 작업에 들이는 노력과 에너지만큼 중요한 게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 하면 제 그림을 더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규모만 달라졌을 뿐 하는 고민과 생각은 비슷한 것 같네요.(웃음)

 

주로 잉크와 유화로 그림을 그리시잖아요. 이를 기반으로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하고요. 디지털과 캔버스를 무람없이 오가며 느낀 각각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캔버스 작업의 매력은 현장감이라고 생각해요. 전시 현장에서 작품을 직접 마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아우라라고 할까요. 디지털 작업을 감상할 때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의 한 부분을 건드린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작업은 수정이 용이하고, 사이즈의 구애가 덜하다는 게 큰 장점이죠. 디지털 세계에서만 표현 가능한 색상도 있고요.

 

그림 속 기이한 풍경과 캐릭터 등의 창작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완벽한 허구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요?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상상일지라도 분명 어디선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묻어나기 마련이죠. 제 모든 작업은 저의 삶 속 소소한 감정들에서 출발해요. 언어로는 정의하기 힘든 감정과 일상의 순간들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냅니다. 대머리의 어른아이, 원피스를 입은 소녀, 우주에서 온 토끼, 기괴한 새 마스크를 쓴 사람 등 동화스러운 요소가 있는 캐릭터를 매개로 삼아서요.

 

지금의 표현 방식에 영감을 준 존재가 있나요?

80~00년대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특히 어려서부터 미국 동화 작가 닥터 수스의 그림책을 자주 읽었죠. 상상의 힘을 빌려 현실을 보게 하는 그의 화법이 맘에 들었거든요. 아이들이 생각할 법한 스토리에 비현실적인 표현 방식을 더하고, 기괴하면서도 유니크한 캐릭터를 등장시켜요.

 

 

그래서 작업실 책장 한켠에 그림책이 채워져 있는 거군요.

미술용품 말고는 물건이 거의 없는데, 유일하게 그림책들을 몇 권 모았어요. 그래픽 노블 중에서 아트 스필게먼의 <쥐> 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해서 영문판, 한국어판, 리미티드 에디션까지 가지고 있어요. 그래픽 노블 사상 최초로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한 명작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을 써보고 싶어요.

 

 

그림일기를 담은 인스타그램 부계정(@_life_of_a_bird_ )이 그 시작일 수 있겠네요. 따로 계정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 작업들은 저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요. 보는 분들이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되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부계정이 일종의 힌트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렇게 그림일기 계정 ‘새 삶’을 만들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아이디가 한국어로 번역하면 ‘새 삶’이네요. 작품에도 새가 자주 등장하잖아요. 연여인에게 ‘새’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를 표현하는 매개체 중 하나예요. 갓 태어난 새끼 새의 연약함과 강한 생명력이 공존하는 모습이 어쩐지 제 모습과 닮았다고 느꼈죠.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서 점차 다양한 상징을 담은 새들이 등장하게 됐어요. 제 작품 ’feathers’를 보면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여러 마리의 새가 한 사람을 보호하듯 감싸고 있는데요. 새들 덕분에 주인공이 공포심을 걷어내고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거예요. 덕분에 저도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해요.

 

 

부계정을 보고 나니 궁금해졌어요. 아티스트 ‘연여인’이 아닌 인간 ‘연다현’은 어떤 사람이에요? 뭘 좋아하고, 언제 가장 행복해요?

너무 뻔한 대답 같지만, 연여인이나 연다현이나 둘 다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인 인간이에요. 그림 그리는 걸 즐기고, 작업이 술술 잘 풀릴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평소의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편이고 겁이 많아요. 잘 때 램프 하나라도 켜고 자야 하죠. 20년 된 곰돌이 인형도 안고 자고요. 하하.

 

 

드롭키친의 2023년 1월 첫 인터뷰이예요. 새해 계획과 소망을 들려준다면요?

개인전을 열 계획이에요. 종이에 잉크로 그린 그림만 모아서요. 캔버스나 디지털과는 다른 종이 작업물만의 매력을 느껴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앞으로 해외 브랜드와 일을 더 해보고 싶고요. 궁극적으로는 건강하게 꾸준히 그림 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에디터 최안나

비디오그래퍼 kegan kim

사진 아티스트

Tag
연여인
그래픽노블
마포

Discove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