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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 대신 쾌감
혀끝 말고 손끝으로 두드리기
‘벗’을 의미하는 컴패니언 Companion. 함께 빵을 먹는 사이라는 어원이 있어요. 음식은 허기를 채우는 이상의 기능을 하죠. 먹고 마시며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스트레스를 풀어요. 맛에는 탐닉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맛’ 말고 ‘시각적 쾌’를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혀끝 아닌 손끝을, 미뢰보다 달팽이관을 두드리면서요. 미각을 대신하는 자극은 예상치 못한 해방감을 줍니다. 흔한 밥과 디저트는 색다른 재료를 만나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작품이 됩니다. 한입 베어 물고 싶은 슬라임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미니어처. 맛있는 작업을 하는 두 작가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소리까지 맛있게
🎨 슬라임 크리에이터 ‘갓go(@godgo_slime)’ 작가가 구현하는 음식은 무궁무진해요. 든든한 식사부터 아이스크림, 탕후루 등 핫한 디저트까지. 진짜인가 하다가 곧 바스러지는 소리에 슬라임이라는 걸 알죠. 피드를 내리다 보면 절로 배고파요. “슬라임계 백종원, 먹을 걸로 장난 말라”, “군침이 싹 돈다” 등 댓글도 가지각색입니다. 그렇게 그를 따르는 팔로워만 무려 45만!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한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드롭키친에서 공개합니다.

밥알이 알알이 살아있어요. 노른자가 톡 터지는 건 경이롭고요! 제작할 때 특히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아주 작은 포인트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요. 밥알과 노른자는 특히 많이들 좋아해 주는 요소라, 생생함이 느껴지도록 더 고민해요. 색감과 질감으로 표현하고, 실제 계란 껍질과 밥솥을 활용해 리얼함을 더해요.

그러고 보니 통조림 캔, 과자 봉지, 아이스크림 막대기… 함께 나오는 소품도 눈에 띄어요.
실제 제품 패키지나 박스에서 꺼내는 연출로 디테일을 매만져요. 사소한 부분까지 공을 들입니다.

최근엔 어떤 작품을 제작하셨나요?
‘1인용 구워 먹는 고기 세트!’ 언박싱부터 굽는 소리, 각종 반찬, 쌈 싸 먹는 장면까지, 눈과 귀 모두 즐거울 수 있도록 지금까지 올렸던 영상보다 더 섬세하게 편집했어요.
귀까지 사로잡는다니,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하하. 조금 복잡해요. 짧게 말씀드리자면, 슬라임과 점토에 색소로 색을 입히고 원하는 형태를 잡아요. 그리고 다양한 부재료와 파츠로 마무리합니다. 제작 과정은 추후 영상으로도 만들어 보려 해요.

요즘엔 사물, 음악, 공간 등 영향을 주는 좋은 재료가 많아요. 작가님은 주로 무엇을 보고 영감받으시나요?
99 퍼센트 음식입니다. SNS에서 유행하는 식품을 보면, 캡처해 두거나 찜하기 기능을 이용해요. 직접 먹다가 ‘아, 만들어봐야겠다’, ‘잘 표현할 수 있겠다’ 하면 사진으로 남깁니다.
예쁘게 차려진 형태를 보면, 함께 먹은 사람과 느낌을 기억하려고 사진을 찍게 돼요. 음식이 곧 순간을 떠올리는 지표인 거죠. 작가님에겐 창작의 재료인 거네요! 특히 먹는 것에 매료된 이유가 있나요?
슬라임에 빠지면서 재료의 속성을 더불어 생각했어요. 필연적으로 쭉쭉 늘어나는 장면을 피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늘어나는’ 것이 책상이나 의자처럼 ’가구’, 여우나 고양이처럼 ‘동물’이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음…

당황스럽겠네요.
그렇죠. 고정된 대상이 일그러지니까요. 식품은 다른 소재보다 형태가 해체되는 것이 비교적 자연스러운 데다가 만들 수 있는 종류도 무궁무진해요. 그래서 ‘이거다!’ 싶었죠.
재료가 변형되기 쉬워요. 형태를 흐트러뜨리기 시작하면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죠. 그래서 한 번 만들 때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할 듯 해요. 언제 ‘이만하면 원하는 바를 다 표현했다’라고 느끼나요?
기준이 높지 않아요. 65~75 퍼센트 정도? 얼추 실제 음식과 비슷해 보이면 촬영합니다. 제가 집중력이 높지 않거든요. 작업할 때 넷플릭스는 필수예요. 소스처럼 한 번 뿌리면 돌이킬 수 없는 작업도 완성도 높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슬그머니 타협도 해요. 그만하고 빨리 해 떨어지기 전에 촬영하자. 그치만 나중에 영상을 보며 ‘이 부분 조금 더 손 볼걸…’하는 스타일입니다. 하하. 그렇게 타협과 후회와 작업을 반복합니다. 퀄리티가 완벽해서 제작할 때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는 댓글을 보면 부끄러워요.

반대로 플레잉 하기 아까운 순간도 있을 것 같네요. 왠지 그대로 두고 싶은.
열 번 중 한 번 정도 있어요. 예를 들어, 화려한 케이크가 있겠네요. 손이 많이 가거나 예상보다 더 높은 퀄리티로 나오면 이대로 오브제처럼 보관해도 좋겠다 싶던 적 있어요.
선보이는 종류도 정말 다양해요. 또 도전할 음식이 있나요?
맞아요. 최대한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루려 해요. 음식보다는… 함께 나오는 소품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알고 보니 그릇도 슬라임 아니야?”라는 반응처럼 사물도 가짜로 제작해서 다 속여보면 재밌겠네요.

실제로 좋아하는 음식은요?
디저트와 매운 음식. 디저트는 대부분, 매운 것 중에서는 야채 곱창, 엽기 떡볶이 먹는 걸 좋아합니다.
슬라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자기만의 슬라임’을 만들 수 있는 것. 제작 방법과 필수 재료가 딱딱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스타일로 만들 수 있습니다. DIY 슬라임 카페를 예로 들 수 있어요. 원하는 대로 재료를 고를 수 있죠.

작품 세계를 세 단어로 표현해 본다면?
하이퍼 리얼리즘, ASMR, 촉감?
팔로워와 팬 분들께 전하고픈 한마디 부탁드려요.
사실 지금 이걸 보고 계시는 여러분도 슬라임입니다. (충격!)
세상 모든 음식을 작게
🎨 ‘지지미니어쳐(@mini._.zz)’ 작가는 세상 모든 먹거리를 작게 만듭니다. 양갱처럼 달콤한 간식과 누룽지 백숙, 떡볶이 등 고열량식을 비롯해 술도 한 잔 있어요. 푸짐한 끼니가 담긴 정갈한 밥상이죠. 크기는 작지만 의미는 큰데요. 고인을 기리는 용도이기 때문이에요. 생전 좋아했던 음식을 주문받아 미니어처로 구현한 뒤, 납골당이나 제사상에 두어 추모하죠. 상을 대접받는 주인공들의 개성 넘치는 취향만큼 없는 음식이 없는 미니미한 세계를 소개합니다.

활동명에도 미니어처가 들어가네요.
‘지지미니어쳐’.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귀여운 이름을 지었어요. 푸드 모형으로 작은 행복을 드리고픈 마음을 담았어요.

이토록 작을 수 있는 건가요! 모두 점토로 만드는 거예요?
점토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저는 주로 수지 점토와 오븐 점토(폴리머 클레이)를 사용합니다. 건조될 때 투명감이 생기거나, 가열할 때 단단해지는 등 점토마다 특성이 다르죠. 물감으로 색을 입힌 뒤 손으로 모양을 잡아요. 그러곤 뾰족하고 둥근 도구로 질감을 살리죠.

세공이 중요한 작업이네요. 최근작에 다다를수록 점점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워요. 작업 과정에서 중요한 단 한 가지만 꼽아볼까요?
색감! 빨간색도 노란색이나 갈색을 조금 섞으면 다채로운 빨간색을 낼 수 있어요. 처음 작업하던 때를 떠올려 보면, 묘사에 어색함이 남아 있었어요. 물감 짜면 나오는 색 있죠? 아무것도 섞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어요. 지금은 다양한 물감을 섞을 줄 알게 되어 사용 색의 스펙트럼을 넓혔고요. 미묘한 차이로 미세한 표현법을 만들어 갔죠.
▶️ ‘산낙지 만드는 과정’ 보기

하늘 아래 같은 빨강은 없군요! 그러면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제작물도 있었나요?
산낙지가 어렵고 힘들었어요. 다리에 붙은 빨판은 규모도 작지만 크기도 일정해야 합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온종일 제작하고 그다음 날 쉬어야 할 정도로 손가락이 아팠죠. 지금은 속도가 붙어서 제법 수월합니다.
밥상이 커스텀으로 제작된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접할 텐데요. 기억에 남는 사연을 소개해주세요.
평소 좋아했지만 암 투병으로 못 드셨던 식사를 미니어처로 차려드린 적이 있어요. 주문해 주신 분이 그러더라고요. 돌아가셨지만 이렇게 넉넉한 한 상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요. 완성작을 접한 뒤 많이 우셨대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보람도 있겠네요.
작업으로 위안을 드릴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고인이 어떤 음식을 좋아했는지 되새겨 보는 시간이기도 해요. 준비 단계도 추모의 일부인 셈이죠. 음식에는 각자의 추억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실제로 좋아하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몽실몽실 생크림이 들어가면 거의 다 좋아합니다. 특히 빵을 사랑해요.
노래, 상황 등 다 좋습니다. 영감이 되는 대상이 있나요?
꼭 특정한 것을 봐야 제작하고 싶은 건 아니고요. 늘 미니어처를 떠올려요. 일상생활을 하다가 제작하고 싶은 욕구가 들면 바로 메모장에 기록해 둬요.
머릿속에 미니어처만을 위한 방이 하나 있는 듯해요. 취향을 찾았을 때의 기쁨도 느껴지고요. 작가님만의 생크림 빵 같아요.
하하. 어릴 때부터 작은 걸 좋아했어요. 길을 가다가 관찰할 만한 작은 게 있으면 멈춰 서거나, 상상 속에서 나만 아는 작은 세상을 만드는 식으로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작업물도 있을까요?
한국 전통 음식을 제작해서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작품 세계를 세 단어로 표현해 본다면?
예술, 상상력, 아기자기.
인터뷰를 접할 분들께 한 마디 남겨 주세요.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순간이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해요. 여러분의 눈을 즐겁게 할 작업물을 앞으로도 많이 보여드릴게요. 귀여운 미니어처 세상에 놀러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