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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도 담대한 일러스트, 아티스트 로와

 

로와의 그림엔 하트와 해골이 함께 나와요. 각각의 세계에서 온 듯한 상반된 물건을 한 프레임 안에 두곤 하죠. 그는 일러스트로 솔깃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다정한 스토리가 떠오르다가도, 잔혹한 소설로 돌변할 것 같은 기묘한 긴장이 흐르죠. 이미지로 대화를 대신하던 로와에게 이번엔 진짜 목소리를 청했어요.


 

인터뷰 전에 개인 웹페이지에 들어가 봤어요. SNS와 다르게 펜화만 업로드되어 있더라고요.

가끔 유화나 수채화 작업도 해요. 그래도 펜화를 가장 잘 그리는 아티스트로 저를 소개하고 싶어서 아카이브엔 펜화만 올려뒀어요. 더 정확히는 에칭 스타일의 펜화 작가로요.

 

에칭이라면 판화 말인가요?

실제로 판화 작업을 하는 건 아녜요. 클래식한 에칭 판화처럼 펜으로 스케치한 뒤 색을 입혀요. 지금은 디지털 아트로 주로 작업해요.

 

펜화를 그리는 아티스트는 자주 못 본 것 같아요.

작품엔 만든 사람의 성격이 담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림에 실린 이야기도 그렇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방법도요. 어렸을 때부터 분명한 게 좋아서 강한 색깔을 다양하게 사용했어요. 스케치가 컬러에 파묻히지 않게 하려다 보니 선이 확실한 펜을 주로 사용했고요. 그리고 전공이 패션 디자인이에요. 크로키 과제를 반복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펜에 익숙해졌어요.

 

전공이 미술이 아니고 패션 디자인이에요?

맞아요. SADI(삼성디자인교육원) 패션 디자인과를 졸업했어요.

 

커리큘럼이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3년 과정이고 1년에 3학기예요. 방학도 1~2주 정도밖에 안 돼요. 그나마 그동안에 워크숍도 열리고. 디지털 드로잉, 소묘, 컬러 이론 같은 기초 과정을 마친 후 전공 교육이 시작돼요.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이 모인 곳이라서 그런지 신기한 발상이 쏟아져요. 당연히 경쟁도 벌어지고. 살면서 이 정도로 치열하게 보낸 시간이 있었나 싶어요. 아침 일찍 등교했는데 누군가 먼저 와있으면 진짜 기분 나쁠 정도였거든요. 그래도 거기서 만난 인연 덕분에 현재의 작품 스타일이 자리를 잡았어요.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맨날 1등으로 등교해서 절 허탈하게 한 인물이네요.

 

 

누구인가요?

졸업하고 ‘문스워드’라는 패션 브랜드를 만든 동기예요. 에칭 판화 같은 이미지를 옷에 프린팅하고 싶다면서 저한테 일러스트를 부탁했어요. 사실 에칭이 뭔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2019년이었죠? 문스워드와 첫 협업을 한 이래로 지금까지 여러 컬래버레이션을 했어요. 책 표지, 주류 브랜드의 아트워크, 게임 <쓰론 앤 리버티 >의 삽화도 그린 걸로 알고 있고요.

협업 제안이 오면 정말 기뻐요. 저처럼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아티스트가 이름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브랜드와의 협업이거든요. 자랑 좀 더 해도 돼요? 지금 이야기가 오가는 아트워크가 여러 건 더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직 비밀이겠죠? 유독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에서 아트워크 요청이 들어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 작품을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비슷한 마음 아닐까요. 펜 스케치는 고전적인 멋이 있고, 색채는 현대적이고. 서로 다른 조건이 만나면서 생기는 시각적인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에칭 스타일은 그다지 유행을 타는 장르가 아닌 것 같아요.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 선정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반된 소재를 골라서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해요. 감상자가 몽상에 빠져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요. 예를 들어 접시 위에 화관을 쓴 두개골이 올려져 있거나 해골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소녀가 행복한 표정으로 디저트를 먹고 있다거나. 물론 작품의 분위기 때문에 생기는 ‘웃픈’ 사연도 있어요. 미스터리 콘텐츠 의뢰는 자주 들어오는 편인데, 로맨스가 있는 아트워크 요청은 절대 안 들어와요.

 

아이러니하네요. 로와는 로맨틱과 워리어를 합성해 만든 닉네임이잖아요?

둘은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인 것 같아서 만들었어요. 근데 저 사랑 넘치는 이미지도 잘 만들 수 있는데. ‘꽃을 든 전사’는 로맨스를 어떻게 시각화할지 궁금하지 않아요?

 

꼭 책이나 게임 같은 문화 콘텐츠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코스메틱이나 주얼리 브랜드에서 요청이 들어올 수도 있는 거고.

일러스트는 아니지만 꼭 해보고 싶은 아트워크가 있긴 해요. 지네의 마디마디를 보석으로 표현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실물로 제작해 보고 싶어요.

 

패션 디자인에 대한 애정이 여전한 것 같네요.

졸업 후에 한동안 패션 업계에서 일했어요.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지만요. 패션과 미술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느 소재와 색깔을 사용하느냐는 어떤 오브제를 무슨 컬러로 표현할지와 같은 문제 같거든요. 표현 방식만 다를 뿐이지 구상을 거쳐 이미지화하는 과정이 비슷해요.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패션 업계에서 보낸 시간이 아티스트가 되는 훈련 과정이었다는 이야기죠?

네. 그땐 몰랐지만요. 냉정하게 따져보면 저는 할 줄 아는 게 정말 없어요. 딱 하나, 미술만 빼고요. 세상이 저에게 “이거 해”라는 답지라도 준 것 같아요. 물론 아직 멀었어요. 이탈리아 작가 피에로 포르나세티, 아르누보 시대의 작가 오브리 비어즐리의 작품을 보면 고민에 빠지기도 해요. 재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발할지에 관한 생각이라고 해야 하나.

 

‘전업 아티스트’가 되기로 한 이후에 겁이 나진 않았나요?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성공을 이루지 못한 아티스트가 많은 게 사실이잖아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단 끌리는 일에 완전히 몰두했어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오로지 그림만 그렸어요. 작품을 SNS에 하나둘 올리다 보니 5만원 남짓한 액수의 의뢰가 들어오더라고요. 반년에 한 번 정도로요. 그렇게 2~3년을 보내니 마침내 구색을 갖춘 작가가 되는 중이에요. 재능을 믿기보단 꾸준하게 일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서 달라진 관점이 있나요?

그땐 내 안의 우울한 감정을 작품으로 표출했어요. 방에서 작업만 하다 보면 참 외롭거든요. 그런데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고, 팬이 생기면서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아티스트가 된 후 가장 큰 소득은 사람들의 지지예요.

 

로와가 그리는 긍정은 어떤 이미지일까요?

부정적인 감정은 외로움, 불안, 슬픔, 분노처럼 다양하게 떠오르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구체화해야 할지 아직 어려워요. 물론 잘 풀어나갈 자신이 있긴 하지만.

 

1년 뒤엔 기쁨이나 희열에 대한 펜화를 그리고 있겠네요.

하하. 그쯤이면 드롭키친도 론칭 1주년이고요. 기념행사 계획 있나요?

 

물론이죠.

그때 저 다시 불러주실 거죠?

 

에디터 이재현

비디오그래퍼 Tommy Choi

헤어&메이크업 채현석

사진 아티스트 문스워드,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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