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Editor's Picks
요거 먹고 그림 그렸지
힘들 때, 우울할 때, 기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다면 열에 여덟은 음식 아닐까요? 당장 먹을 수 없다면 먹방으로라도 👅침샘을 달래는 세상이잖아요. 화가는 무얼 먹고 명작을 만들어냈을지 문득 궁금해지는데요. 그림만큼이나 창의적인 레시피를 만들기도 했을까요? 😋군침 도는 에피소드 지금 바로 내놓을게요!
❶
에드 루샤, 사막에서는 무조건
🌵 선인장 오믈렛

'Mocha Standard’
이미지 출처: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상징적인 단어와 이미지로 도시 풍경을 재현하는 미국 팝 아티스트 에드 루샤는 1960년대에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사막을 여행하며 사진과 회화를 작업했어요. 당시 작업을 위해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근처에 집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때 꼭 먹었던 음식이 ‘선인장 오믈렛'이죠. 처음엔 선인장을 먹는 게 사막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대요. 요즘엔 바쁘고 붐빈 도심을 피해 일부러 사막으로 가 요리해 먹을 정도라네요. 그만의 묘약 같은 거겠죠?
선인장 오믈렛 ![]() 가시를 제거한 넓적한 선인장을 잘라 채소, 달걀과 섞어 부친 오믈렛. 그린 빈, 아스파라거스의 심심한 맛과 오크라의 미끄덩한 식감을 닮았다. 루샤의 레시피엔 신선한 코티지 치즈와 셀러리, 선인장 통조림과 달걀 2개가 들어간다. |
➋
마크 로스코, 미국인이라면
🍎 애플파이

‘Untitled (Yellow, Orange, Yellow, Light Orange)’
이미지 출처: Christie’s
러시아계 미국 화가 로스코가 가장 좋아한 디저트 ‘애플파이’. ‘As American As Apple Pie(지극히 미국적인)’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미국에선 김치, 된장찌개처럼 어머니의 맛을 상징하죠. 아내 멜은 로스코의 생일마다 애플파이를 구워 주었다는데요. 부부의 아들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아버지는 거의 모든 음식을 열정적이고 맛있게 드셨지만, 케이크는 몹시 싫어하셨어요.” 매년 케이크 대신 애플파이가 구워진 이유가 있었네요.
애플파이 ![]() ‘아메리칸 파이’라고도 불리는 미국 대표 디저트. 작게 썬 사과와 설탕, 커스터드 크림, 시나몬 등을 파이 반죽으로 둘러 굽는다. 사과를 미리 설탕에 절이는 한국식 조리법과 조금 다르다. |
➌
무라카미 다카시, 아무래도 클래식한
🍣 참치 초밥

‘Flower Red; Flower Black’
이미지 출처: Artnet Auction
일본 오타쿠 문화를 순수예술로 끌어 올린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통통 튀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가 애정하는 음식은 다름 아닌 ‘참치 초밥’. 다카시는 어린 시절 외식 한 번 한 적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고 해요. 어머니의 카레만 먹으며 자랐다고 회상하죠. 스시를 비롯해 대만식 딤섬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았는데요. 먹는 걸 무척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다카시지만 작업 중엔 조금 쉬어간답니다. 많이 먹으면 졸리기만 할 뿐이라면서요.
참치 초밥 ![]() 밥을 손으로 뭉쳐 생와사비와 도톰한 참치를 올린 일본 요리. 주요 부위는 ‘마구로’라 불리는 뱃살로, 살과 지방의 조화로운 감칠맛이 뛰어나다. |
➍
김환기, 아내와 나눠 먹은
🥪 로스트비프 샌드위치

‘봄이 오는 소리 4-1-1966’
이미지 출처: 환기 미술관
1963년 ‘세계 무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뉴욕으로 향한 김환기와 아내 김향안. 부부는 센트럴 파크 동쪽 베르디 공원 근처 아파트 1층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살림을 꾸립니다. 둘은 종종 집 가까이에 위치한 이탈리아풍 식당 ‘베르디 델리’에서 허기를 달랬어요. 투박한 빵에 얇게 썬 로스트비프를 여러 장 끼운 간단한 샌드위치를 하나 시켜 나누어 먹었죠. 반백의 나이에 국내 명성과 모든 활동을 내려 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그에게 아내와 나눠 먹은 샌드위치는 일과 사랑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게 해준 연료였을지도 모르겠어요.
로스트비프 샌드위치 ![]() 소고기를 덩어리째 오븐에서 천천히 겉바속촉 굽고 얇게 썰어 빵에 끼운 샌드위치. 고기를 구울 때 나온 육즙으로 만든 그레이비소스나 갖가지 채소를 더하기도 한다. |
❺
에드바르 뭉크, 단백질을 책임진
🐟 절인 생선 요리

‘Self-Portrait with Cod’s Head’
이미지 출처: Munch Museum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고향은 노르웨이예요. 과거 오랜 시간 바다에서 지내야 했던 지형적 조건 때문에, 북유럽 음식은 대부분 절여진 것이 특징인데요. 뭉크도 절인 청어를 비롯한 생선 요리를 즐겼어요. 자화상 속 작가가 진미로 꼽히는 대구 머리를 먹고 있는 것처럼요. 친구에게 육류 섭취를 멈추라고 설득할 정도로 확고한 채식주의자로 알려졌지만, 정확히는 생선 섭취를 허용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었다는 사실.
절인 청어 샐러드 ![]() ‘바다의 은’이라 불리는 청어를 향신료, 식초에 가볍게 절여 채소와 곁들이는 노르웨이 요리. 소금으로 삭혀 냄새가 고약한 스웨덴식 청어 절임 ‘수르스트뢰밍’과 달리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다. |
❻
살바도르 달리, 바닷가 출신답게
🦞 해산물 요리

이미지 출처: Taschen
바다를 끼고 자리한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란 달리. 바다 냄새에 익숙한 덕분일까, 성게처럼 서구권에서 즐겨 먹지 않는 식재료까지 섭렵한 해산물 ‘만랩’이었죠. 6살 때 요리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음식을 사랑한 달리는 모든 끼니를 완벽하게 갖춰 먹을 정도로 미식가였고, 직접 삽화를 그려 요리책 <Les dîners de Gala>까지 출간합니다. 음식과 초현실주의가 결합한 구성으로, ‘개구리 다리 튀김, ‘달팽이로 속을 채운 송아지 커틀릿' 등 기괴하고 별난 식성을 그대로 반영했죠. 참, 레시피는 모두 파리의 고급 식당에서 얻은 진짜라고 하네요.
초콜릿 소스를 바른 바닷가재 ![]() 바닷가재 위에 초콜릿 소스를 끼얹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전통 요리. 달리가 여자와 밥을 먹을 때 이 요리를 시키면 ‘밤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의미였다고. |
❼
프리다 칼로, 나를 웃음짓게 하는
🍉 멕시코 전통 음식

‘The Bride Frightened At Seeing Life Opened’
이미지 출처: Jacques and Natasha Gelman Collection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에게 요리는 불편한 몸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남편과의 불화로 인한 슬픔을 잊게 해 주는 소통 창구였어요. 남편 디에고의 전 부인인 과달루페가 그녀를 위로하며 자신의 레시피를 알려 주기도 했죠. 프리다는 멕시코 전통 요리를 즐겼는데, 남편과 동료 아티스트를 모두 불러 모아 시끌벅적한 저녁 만찬을 여는 걸로 유명세가 자자했다고 해요. 후에 디에고와 과달루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프리다와의 추억과 레시피를 담은 책 <Frida's Fiestas>을 출간하기도 했답니다.
딸기 아똘레 ![]() 물, 우유에 옥수수 전분을 녹인 후 황설탕과 초콜릿, 과일 등으로 맛을 내는 뜨겁고 걸쭉한 멕시코 전통 음료. 가장 성대한 ‘죽은 자들의 날'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메뉴다. |
❽
클로드 모네, 아침엔 달걀
🍳 외프 오르시니

‘Still Life with Eggs’
음식을 무척 사랑한 화가 모네. 미식가인 그가 즐겨 먹었던 아침은 ‘외프 오르시니‘였어요. 구름처럼 폭신한 질감이 일품인 프랑스식 메뉴죠. 모네는 뛰어난 화가로 인정받으며 경제적으로 안정되자 지베르니에 터를 잡아요. 당시엔 흔치 않았던 인테리어 컬러인 파랑과 흰색으로 부엌을 장식하고 오렌지색으로 꾸민 식사 공간에서는 르누아르, 세잔과 같은 동료와 함께 만찬을 즐겼어요. 제철 식재료에 푹 빠져있던 모네는 갖가지 채소와 닭, 오리 등을 모두 정원 안에 구비해 두었대요. 미식가의 정원 스케일은 달라도 다르군요!
구름 달걀 ![]() 흰자를 거품 내 부풀린 뒤 노른자를 얹어 오븐에 구운 요리. 모네는 흰자에 후추와 스위스 치즈를 뿌리고 노른자는 반숙이면서 가장자리는 약간 바삭할 정도로 구워 냈다. |









